지역에서 본 세상

김두관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김훤주 2010. 6. 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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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제5회 동시 지방 선거에서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가 한나라당 이달곤 낙하산 경남도지사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됐습니다.

본인뿐 아니라 경남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도 아주 좋은 일입니다.

저는 그동안 김두관 당선자의 선거운동을 듣고보면서 무슨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 또는 마음가짐에 눈길이 더 많이 갔습니다.

김두관 당선자는 스스로를 일러 "많이 알고 있거나 정책이 풍부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라면서, 대신 "다른 사람들 말을 귀담아 듣고 현장을 눈여겨 보는 편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김두관 당선자는 또 "민선 남해군수 시절에 '아이디어 단체장'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라면서 "그러나 제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이 얘기해 주는 아이디어를 새겨들었기 때문입니다"라 했습니다.

3일 새벽 김두관 당선자 모습.


바로 그렇기 때문에, 김두관 당선자가 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창원 사림동 경남도청 정문 앞에 두 줄로 늘어세워져 있는 커다란 화분들을 모조리 치워버리는 것입니다.

이리 말씀하면 어떤 분들은 "도대체 무슨 말이야?" 하실 개연성이 높겠지만 경남도청 정문 앞에 대형 화분이 놓인 속내를 들여다보면 바로 이해를 하시리라고 저는 봅니다.

경남도청 정문 앞 공간은 그동안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뜻있는 개인들이 기자회견이나 1인시위 또는 농성을 하는 데 꽤 보람있게 쓰여 왔습니다.

김태호가 도지사를 하던 2006년에도 마찬가지여서 그해 5월에는 박창균·백남해·최경식 신부 등이 평택 미군기지 대추리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시국 농성장을 펼쳤습니다.

아마 이런 모습이 성가셨던지 농성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경남도는 정문 안쪽에다 지름이 1m가 넘는 대형 화분 11개를 갖다 놓아 사람들이 들어서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같은 해 8월 23일에는 같은 목적으로 정문 바깥쪽(그러니까 도로쪽)에도 같은 크기 대형 화분 16개를 다시 갖다 깔았습니다.

2006년 8월 23일 도청 정문 앞에 대형 화분을 놓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당시 경남도의 담당 공무원은 이리 말했습니다. "여기가 경남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데 집회 등이 자꾸 열려 이를 막으려고 화분을 놓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남도청이 관리하는 정문 안쪽은 이미 놓았고 창원시가 관리하는 바깥쪽은 이번에 협조를 얻어 놓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참으로 좀스러운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민 자치를 내걸면서도, 지역 주민들 말을 듣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아니 아예 입을 막아버리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도청 정문 앞뒤 공간은, 창원시와 경남도가 관리는 하겠지만, 지역 주민과 지역 단체들이 의사 표현을 위해 종종 쓰는 공공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경남을 대표하는 행정기관인 도청의 들머리라는 상징성 때문에 그리 됐습니다. 그런데도 행정을 총괄하는 도지사가 좀스러워 화분으로 가로막아 왔습니다.

도청 정문 앞 화분들은 한나라당이 일당 독점으로 얼마나 지역 주민들 말을 외면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을 주인으로 삼는 민주주의의 부정이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김두관 당선자는 이 같은 화분부터 먼저 치움으로써, 지역 주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하는 민주 도정을 하겠다는 본인 의지를 한 번 더 뚜렷하게 떨쳐보일 필요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어쩌면 아주 작고 별로 의미도 없는 일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이런 작은 일부터 바로잡고 의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이 참된 '민주 도정'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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