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10문10답]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김훤주 2010. 5. 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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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터인 경남도민일보에서 뉴미디어부 데스크로 '갱블' 운영을 맡고 있는 정성인 기자는 제 옆자리에서 일합니다.
 
어제 26일 제가 한참 글 쓴다고 헤매고 있는데 정성인 기자가 제게 "갱블 10문10답 다음 주자로 김훤주 기자가 찍혔네." 이랬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래요? 오늘 당장 써야 되나?" 물었습니다. 저랑 같은 공채 1기인 정성인 기자는 "그렇지는 않고, 1주일 안에만 쓰면 돼요." 했습니다. 그러면서 "달그리메가 찍었네" 이랬습니다.

10문에 대해 10답을 쓰려고 달그리메님 블로그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썼는지 한 번 훑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끄트머리에 이런 표현이 달려 있었습니다.

"김훤주 기자님만큼 블로그에다 폭넓은 글쓰기를 하시는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제가 흐뭇해졌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어 "김훤주 기자님도 저하고 별로 친하지는 않습니다." 기분이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하하. 어쨌거나 무척 고맙습니다.

1. 언제 어떻게 블로그를 시작하셨나요?

블로그는 이렇게 자기가 남긴 발자국이기도 합니다.


2008년 1월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을 하고 있을 때입니다. 저희 공장은 지부장이 노조 전임으로 있는 동안은 기사를 쓰지 못하게 합니다. 기사 쓰는 빌미로 사용자가 노조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기사를 원래부터 써먹던 기자 '나부랭이'가 기사를 쓰지 않으려니 무척 견디기 힘들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특히 지역 현안에 대해 제가 아는 것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가 되거나 하면 몸이 비비 꼬일 지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마산 수정마을 주민들의 'STX 조선기자재 공장 수정만 매립지 진입'에 대한 찬반투표가 절반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찬성했을 뿐인데도 신문·방송들이 압도적 비율로 찬성, 이렇게 보도할 때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공장을 떠난 김주완 선배가 제게 제안을 했습니다. 함께 팀블로그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말씀입니다. 저는 김주완 선배랑 동갑이긴 하지만 평소 믿고 따랐기에 바로 받아들였습니다. 

김주완과 김훤주는 관심 분야도 다르고 글쓰기 색깔 글투도 다르고 말투도 다르고 뿐만 아니라 뭐뭐뭐 해서 대부분 같지 않습니다. 

이런 차이가 저희 팀블로그를 조금이나마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희 팀 블로그는, 제게도 탁월한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김주완 선배에게도 탁월한 선택이었으리라 저는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2. 블로그에 주로 다루는 주제가 무엇일까요?

'시사 팀 블로그'라고 돼 있습니다만, 저는 '잡탕'을 지향합니다. 세상 모든 추세가 그렇지 않습니까? 음식도 문화도 퓨전이 대세입니다. 퓨전이 되면서 새로운 유형이 태어나기도 합니다.

결혼도 이제는 다른 나라 다른 겨레 사람이랑 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됐습니다. 

이런 생각도 합니다. '하나만 하면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다 재미가 없잖아요?' '또 사람이 하나만 하면서 살아지는 인생인가요?'

저는 닥치는대로 합니다. 그것이 힘들거나 버겁지만 않으면 말씀입니다. 음악회를 가면 음악 감상 내용을 적으면 되고 아니면 거기서 듣고 본 것을 나름대로 감아 올려도 되겠고요.

저희 블로그 카테고리에서 제가 한 꼭지도 안 쓴 것은 '지역에서 본 한국현대사' '역사 속의 한 컷'입니다. 거의 쓰지 않은 건 '맛집 기행'입니다. '지역에서 본 세상'과 '가본 곳'은 아마 김주완 선배랑 비슷하게 썼을 것 같습니다.

'지역에서 본 언론'은 김주완 선배가 많이 썼고요, 제가 조금 많이 쓴 것은 '이런저런 생각'인데요. 그러니까 제 마음 풍경, 아니면 제 마음에 비친 세상 풍경 이런 따위를 좀 많이 다룬 게 특징이랄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부쩍 늘어난 분야가 하나 있는데요, 그건 바로 이리저리 싸돌아다니고 나서 그것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여행'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3. 하루 중 블로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계신지요?

예전에는 많은 시간 매달렸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냥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써야 하는 글은 어쩔 수 없이 쓰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냥 묵혀 뒀다가 마음에서 버려 버리기도 합니다.

평균으로 치면 하루에 한 꼭지는 썼겠고(그런데 일부는 신문에 썼던 기사를 블로그에 맞게 가다듬으면 되는 것도 있어서 꼭 들어맞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면 한두 시간쯤 되겠습니다.
 
4. 블로그를 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블로그가 어떤 때는 방향을 잡아주는 등불 노릇을 하기도 합니다.


"힘이 들면 저는 그냥 안하고 말지요." 달그리메님 이런 말씀에 완전 동의합니다. 즐겁게 살아도 버티기 어려운 세상살이입니다. 그런데 무엇을 위해 억지로 힘까지 들여가면서 하겠습니까?

5.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일이 무엇인가요?

만족이라기 보다는 보람 있는 일은 여럿 있었습니다.

돌아가셨지만 세계가 알아주는 통영 출신 작곡가 윤이상 선생을 옹호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 관련으로 힘들게 살았던 따님(이름이 '윤정'이라고 저는 기억하는데)이 메일을 보내 "위안을 받았다. 고맙다" 일러줬습니다. 제 글이 이렇게 위안이 되면 그보다 더한 보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2008년 촛불 국면에서 '광우병 미국소 수입 반대' 가정 펼침막을 공짜로 보급하는 활동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블로그를 통해 널리 알려서 성금을 2000만원 가까이 모을 수 있었고 4000장 넘게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필요한 돈을 성금으로 받아 지율 스님 낙동강 사진 순회 전시회를 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만에 230만원 넘는 돈이 모였습니다. 이 또한 보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일 교포가 블로그를 보고 연락을 해 생태 관련 행사를 하는데 글이나 사진을 써도 되겠느냐 물을 때,
1982년 마지막으로 만난 열 살 많은 대학 선배가 블로그를 보고 연락해 왔을 때, 
고등학교 친구가 어느 날 불쑥 "블로그에서 봤다"면서 독일로 이민가 있다고 메일을 보내왔을 때,
캐나다로 이민간 대학 친구가 마찬가지 연락해 왔을 때,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찾아왔을 때.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블로그를 하면서 저는 세상에 대해 너그러워졌습니다.

너그럽다는 말이 건방지다시면 '사람이 한결같지는 않구나', '생각이 한결같아서는 오히려 안 되겠구나' '이런 생각도 나름 근거가 있고 저런 생각 또한 옳은 구석이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말씀드립니다.

6. 하루에 방문객은 얼마나 되나요?

2008년 1월부터 2009년 6월인가까지 방문객이 950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늦어도 2009년 안에는 1000만을 넘어설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방문객이 975만입니다. 이 또한 작은 숫자는 아닙니다만, 그리고 저희 깜냥이 크지 못해 그렇지만 그냥 이런 정도 수준입니다.

2009년 7월부터 어림잡아 보면 하루에 1000명이 안 됩니다. 그러나 요즘 보면 적어도 1000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아주 많지는 않지만 2000명 안팎이 고정으로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글이 많이 쌓이니까 방문 숫자가 안정이 되나봅니다. 하하.

이제는 압니다.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 것이 그리 중요하고 또 보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단 한 사람만 봐도 그 사람의 영혼을 울리고 공감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성공한 글쓰기고 성공한 블로그입니다. 

7.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나요?

저는 없습니다. 그냥 좋은 글을 열심히 써야겠다고만 여깁니다.

물론 방문자가 기대에 차지 않아 애닳아했던 적은 있습니다. 이제는 하지 않습니다. 숫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음을, 어쩌면 거기에 매이는 자체가 허세일 수 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았다고나 할까요?

 8. 다른 블로그를 읽거나 댓글을 남기시나요?

저도 달그리메님과 마찬가지로 실비단안개님의 그 엄청나신 열정과 활동에는 감탄만 할 뿐입니다. 나름대로 하려 하지만 충분히 하지 않을 때가 많을 것입니다.

추천은 어지간하면 하려고 합니다만, 댓글은 그냥 인사치레로 남기는 그런 것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인사 치레로 하면 제게나 상대방에게나 그냥 짐만 되고 말 뿐이지 않을까 싶어서요.

9. 블로그로 돈을 벌려고 해 보셨나요?

김주완 선배가 운영을 대부분 하고 저는 글과 사진 올리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로 말씀드리자면 돈을 벌려고 특별히 무엇을 해 본 적은 없고요, 블로그 차원에서는 김주완 선배가 이래저래 애를 쓰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면은 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많은 견해와 생각을 만나고 저마다 나름대로 모두 값어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종이신문이 전달하는 일방 통행이 아니라 쌍방 통행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것들이 무슨 학원이나 학교에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는 하겠지만 그런 데서 배운다고 가정한다면 저는 학비를 엄청나게 벌어들인 셈이 되겠습니다.

10. 새로 시작하는 블로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블로그는 바다 물결처럼 흐름들이 어울리고 뒤척이면서 섞이는 소통 공간이 아닐까요.


블로그는 저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남는 곳입니다. 그것은 세상과 자기자신을 향한 것입니다. 숨김없이 속임없이 솔직하게 하면 가장 좋겠습지요.

블로그에 그런 게 쌓이면 쓰는 본인에게는 지나온 걸음걸음이, 보는 이에게는 지향이나 등불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그렇다는 것이지 지금 이 순간은 그냥 현재에 충실하면 그만이지 싶습니다.

분야를 어떻게 정할까가 고민스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생기는대로 쓰시고 사진 찍고 하시라 권하고 싶지만, 처음에는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있어하는 한 분야를 정해 놓고 조금씩 넓혀 나가는 것도 좋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러면서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정 분야만 하겠다는 고집은 부리지 마세요." "당장 눈 앞에 인기있는 분야에 휘둘리지도 마세요."

편하게 하시려면 글쓰기에 대한 강박을 떨치셔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가장 어렵고 불편하게 여기시는 것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헛된 생각입니다. 블로그는 소통입니다. 소통만 된다면 죄다 용서가 된답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맞지 않아도 내용이 마음을 울리면 성공입니다. 이웃, 친구, 동료에게 평소 말하듯이 쓰면 그게 정답입니다.



이로써 저의 '갱블 10문10답'은 끝이 났습니다. 달그리메님은 저를 '얼떨결에' 찍었고 별로 친하지도 않다고 하셨지만, 저는 아주 친한 사람을 '제대로' '콕' 찍어서, 달그리메님께서 제게 쥐여 주신 이 바통을 넘기려고 합니다.

바로 저랑 함께 팀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김주완 <100인닷컴> 대표입니다. 김주완 대표는 한편으로는 담담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배려를 잘 하시는 사람입니다. 그런 데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아 찍었습니다.

또 하나 얘기를 드리자면, 김주완 대표는 블로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블로그를 비롯한 뉴미디어에 대한 구상이 아주 담대합니다.

아울러 사물의 구조나 세상의 질서 그리고 그 변화 같은 것을 본능적으로 바로 '잡아내는' 그런 힘도 갖추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정말 멋진 사람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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