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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에서 생고생 사서 하는 사람들

기록하는 사람 2010. 5. 2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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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그가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날린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결코 편하게 다녀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특히 서거 1주기 추모식이 열렸던 지난 23일이나, '추모의 집' 개관식이 열렸던 지난 16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차량이 뒤엉켜 그야말로 봉하마을 진입로는 '엉망진창'이 되고 맙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지방세를 내는 경남도민으로서 도대체 행정기관은 뭘 하고 있길래 이런 교통대란을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느냐는 겁니다.

해법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범국민장 기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전국에서 추모객들이 몰릴 게 명약관화한 23일 하루 정도는 미리 고지를 한 후, 진영공설운동장에 공용주차장을 마련하고 셔틀버스를 10~20분 간격으로 돌리기만 하면 너무나 쉽게 해결됩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하지 않고,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마치 '고생 좀 해봐라'는 고약한 심뽀 말고는 도저히 김해시 행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23일 봉하마을을 찾은 수만여 명의 추모객들은 진영읍에서부터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도 결국 마을까지는 갈 수 없어 최소한 1km 또는 보통 3~4km 정도를 걸어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나마 오후 2시에 시작된 추모식에 참석한 분들은 미리 두어 시간 전에 힘들에 봉하마을에 들어와 기다렸던 분들이었고, 그 시간에 맞춰 봉하마을 진입을 시도한 분들 중 상당수는 끝내 포기하고 진영읍에서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게다가 그날은 전날부터 내린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는 바람에 우의를 입고도 우산을 써야 하는 불편까지 감내해야 했고, 추모식장은 진흙탕이어서 장화를 준비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발까지 모두 물에 젖는 불편을 겪었습니다.


저는 이런 불편을 감내하면서까지, 아니 사서 생고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도대체 무엇이 이 수많은 사람들을 봉하마을로 불러들이는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들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저도 인간 노무현을 좋아했던 사람이긴 하지만, '취재'라는 목적이 없었다면 뻔한 고생이 예상되는 그곳에 과연 찾아갔을까요?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봉하마을에서 생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아마도 이들을 여기까지 불러들인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친근하고 푸근한 이미지와 너무나도 상반되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게다가 전쟁위기까지 부르면서 안보를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추모식장으로 향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이 젊은이는 베낭 어깨걸이에 노란색 리본을 구해 묶었습니다. 지나가는 모습을 급히 촬영하다 보니 사진이 좀 흔들렸습니다.


이 여성분은 자신도 노란 티셔츠를 입었고, 딸에게도 노란 티셔츠를 입혔군요. 표정에도 추모의 마음이 묻어납니다.


이 분은 노란색 우의에 노란색 바람개비까지 준비해서 들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면 그대인 줄 알겠노라며 그 바람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표정에서 읽힙니다.


작가회의가 마련한 시화전의 걸개시를 읽고 있는 추모객들의 모습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펼침막에 한 여성이 추모의 글을 적어넣고 있습니다.


멀찌감치 추도식장과 묘역이 보이는 도로변 산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추모객들의 모습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가끔 단체 방문객들을 맞이하던 잔디밭입니다. 사람들이 지대가 좀 높은 곳에 앉아 멀리 보이는 추도식을 보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어떤 인연을 갖고 있을까요?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혹 한국말을 못하면 제가 난감해질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추도식 사회를 맡은 MC 김제동 씨가 우산과 우의도 없이 비를 맞으며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돌멩이 위에 불안하게 선 채로 추도식을 지켜보는 시민들과 그 뻘밭을 걸어다니는 시민들입니다. 저기 검은 우산을 쓰고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는 시사만화가 손문상 화백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몸을 날렸던 부엉이바위 아래에도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추도식을 지켜봅니다.


부엉이바위 바로 아래, 노무현 대통령이 추락했던 바로 그곳에도 시민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부엉이바위가 온전하게 카메라에 잡히도록 다른 방향에서 찍어본 사진입니다.


행사장은 이랬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 뻘밭으로 향하게 했을까요?


사람들은 신발 따위 버리는 데 아무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누가 쌓았는지 어느새 군데군데 돌탑이 쌓여 있습니다.

산속까지 가득한 추모색들의 모습입니다.


플라스틱 깔판을 깔긴 했지만 상황은 이랬습니다.


아, 촛불집회 때 그 유명했던 '유모차'도 왔군요. 조선일보에서 이걸 봤다면 또 뭐라고 했을까요?


역시 산 위에까지 올라가 추도식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입니다.


저쪽 언덕에도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추도식을 보기 위해 올라가 있습니다.


또다른 산 위의 사람들입니다.


1987년 전두환 정권에 의해 고문치사 당해 6월항쟁을 촉발시킨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선생도 유가협 회원들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습니다.


봉하마을에는 사실 먹을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기껏해야 국수나 라면, 부침개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날 가장 인기있었던 곳이 봉하 찰보리빵 집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도 불평조차 없었습니다.

이미 앞서 소개해드린 동영상이지만 마지막으로 첨부합니다. 봉하마을 '깔판 봉사녀' 동영상입니다.


제발 내년 2주기 추도
식 때는 좀 괜찮은 분이 김해시장으로 뽑혀 추모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주는 행정의 배려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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