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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녀'? 이런 '깔판 봉사녀'도 있습니다

기록하는 사람 2010. 5. 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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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루저녀'니 '패륜녀'니 하는 말들이 많더군요. 왜 '○○남'은 별로 없는데, 'ⅩⅩ녀'는 그렇게도 많을까요?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도식'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에는 수많은 '자원봉사녀'와 '자원봉사남'들이 있었습니다. 행정적 지원이나 배려가 전혀 없는 가운데, 전국에서 몰려든 수만 명의 추모객들이 별 탈없이 다녀갈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봉사녀' '봉사남'들의 덕택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제부터 오늘 추도식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내린 비는 노무현 묘역 인근 공터에 마련된 식장을 완전히 뻘밭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장화를 신지 않고서는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죠.

그러나 행사 주최측은 추도객들을 배려해 플라스틱으로 된 깔판을 긴급히 조달해 깔아두는 바람에 그나마 그걸 딛고 서 있을 수라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래도 계속해서 내리는 비와 사람들의 통행으로 인해 플라스틱 깔판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곳이 많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 행사장은 흙탕물로 인해 뻘밭이 됐다. 저런 플라스틱 깔판이 없었다면 행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깔판을 보충하여 사람들의 통행을 도와주는 '봉사녀' '봉사남'들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추도식이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뒤쪽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빨간색 우의를 입은 한 여성이 단연 돋보였는데요. 그녀는 깔판이 잘못 놓여 사람들이 밟을 때마다 흙탕물이 튀는 곳을 찾아 끊임없이 다른 깔판을 받쳐주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 추모객들은 대개 1회용 노란색 또는 흰색 우의를 입고 있는데 비해 그녀는 1회용이 아닌 빨간색 우의를 입고 있어서 혹 주최측으로부터 용역을 받은 업체 직원이거나 봉하마을 주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유심히 보니 노란색 우의를 입은 다른 남자들도 그녀와 함께 깔판을 나르고 있더군요.


한 남성에게 물어봤습니다. "자원봉사 하시는 건가요?" "아, 예. 저 분이 하고 계시길래…."


그래서 이번엔 빨간 우의를 입은 그 여성분에게 물어봤습니다. "이 동네 사시는 분인가요?" "아니요. 그냥 자원봉사하는 거예요."

참 대단한 분들이었습니다. 이 분들을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봉사녀', '봉사남'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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