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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소의 재치넘치는 경고문

기록하는 사람 2010. 7. 1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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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조금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를 갔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신 후 8남매나 되는 형제자매들이 모여 제사를 모실 공간이 너무 좁았기 때문입니다.

분양 아파트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입주를 하는 바람에 한동안 어수선했습니다.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이 내버리는 폐기물이나 재활용품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곳곳에 써붙인 폐기물 불법 투기에 대한 경고문이었습니다. 그냥 드라이하고 밋밋한 경고문이 아니라, 관리소 직원의 재치와 창의력이 엿보였습니다. 몰래 폐기물을 버린 사람 입장에선 부끄러움을 느끼기에 족했고, 그냥 구경하는 사람도 빙그레 웃음을 짓게 하는 '패러디 창작물'이었습니다.

위 사진에서처럼 아기의 보행기와 액자 등 폐기물을 이렇게 전시해놓고, 그 앞에 경고문을 여기저기 붙여 놓았습니다.


가까이 가서 읽어봤습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으로 분한 개그맨의 캐릭터와 함께 "폐기물 몰래 버려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대사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개그 프로그램 '남성인권보장위원회'를 '000아파트 환경개선위원회'로 바꿔놓고 이런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버린 사람 바로 넌데 처리비는 내가 내냐!!"

글자가 좀 크게 보이도록 찍어봤습니다.


하하!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불법 폐기물에 대한 경고문 외에도 다른 게시물들이 모두 이렇게 재미있는 내용으로 재창작되어 붙어 있었습니다.

아래는 아파트에서 애완견을 사육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내문입니다. 꼼꼼히 읽어보시면 참 재미있습니다.


애완견 소음과 관련된 법원의 판례도 소개하고 있고, 유명한 '개똥녀 사건' 사진도 넣었습니다. 그리고 "개 키우는 것만 선진국을 따라 가지 말고 의식 수준도 선진국 형으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는 문구가 압권입니다.

정말 이 관리사무소의 안내문과 경고문처럼 모두를 이웃을 배려하는 주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그런데 강기갑으로 분장한 개그맨 캐릭터와 남성인권보장위원회 패러디, 이거 저작권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요? 뭐, 상업적으로 사용한 건 아니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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