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도시인 여수시가 지역홍보를 위해 유치한 블로거 팸투어 첫 날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를 찾았습니다. 오동도는 한창 동백꽃이 절정이더군요.

모두들 동백에 취해 있을 때 오동도 정상 등대 부근에서 특이한 푯말과 석물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기념식수를 알리는 석물과 푯말이었습니다.

알다시피 대개 기념식수란 한 자리 하는 권력자들, 즉 자치단체장이나 각종 기관장 또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등이 스스로 다녀갔음을 알리기 위해 나무 한 그루 심어놓고 그 앞에 자기 이름을 새긴 돌을 박아놓는 겁니다. 작년에 경주의 각종 신라유적지에도 유독 기념식수가 많았는데, 거기도 기관장과 선량들 외에 신라귀족들의 후손인듯한 각종 종친회 회장들의 기념식수가 많은 게 특징이더군요.

바다에서 본 여수 오동도.


그런데 여수 오동도에서도 기념식수 표지석을 발견하고 으례 그렇고 그런 권력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겠거니라고 생각했죠. 어떤 작자인지 궁금해 가까이 다가가보았습니다.

어? 그런데 그런 사람의 표지석이 아니었습니다.


뭐라고 새겨져 있는지 한 번 읽어보시죠.

"기념식수 / 모친 팔순 및 외손자 출생 기념 / 200. 5. 11  김○○ 김○○"


이거 뭔가 신선하지 않습니까? 이런 평범한 시민들이 어머니의 팔순과 외손자 출생을 기념해 나무를 심고 거기에 이런 표지석을 남기다니. 저는 이런 것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 또 있나 주변을 둘러봤더니 또 있더군요.


이건 "아버님 칠순 기념' 식수입니다. 남산동의 백(白) 씨 형제가 세웠군요. 흐뭇해서 절로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이런 나무 푯말도 있었습니다. 나무의 수종과 기념식수 일시, 그리고 사연과 심은 사람의 이름을 인쇄한 푯말이었습니다. '결혼 32주년을 맞아 부부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심었다고 하네요. 나무는 후피향나무입니다.

사실 돌로 표지석을 박는 것보다 이런 나무푯말이 훨씬 수수하면서도 좋았습니다. 이런 푯말과 함께 나무를 심은 부부라면 그야말로 백년해로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앞의 것들과 약간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신세계 이마트가 여수점 개점 기념으로 심은 나무의 표지석도 있었습니다.

여수시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시에서 이런 기념식수 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냐고 말입니다. 시에서는 따로 그런 행사를 한 적이 없지만 오동도 관리사무소에 양해만 얻으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오동도 정상 등대 앞에는 마치 몽마르뜨 언덕처럼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근처에서 기념식수 푯말을 발견했습니다.


이건 정말 권장할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지석이나 푯말의 일정한 규격을 정하고, 시민들 누구나 자신의 소망을 적어 기념식수를 하게 한다면 이게 관광지의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가요? 전국의 다른 지자체에서도 한 번 도입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오동도 동백꽃처럼 순결한 사랑이 느껴지는 기념식수 푯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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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여수시 한려동 | 오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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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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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sungsim1 성심원 2010.04.01 1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른바 한자리하는 분들의 기념식수 표지석이 아니라 이채롭네요.
    나무도 심고 기념도 하고...
    그게 모이는 또다른 관광자원이 되겠군요.

  2. 은율 2010.04.01 1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송찬호/동백이 활짝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만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



    ----
    사자를 끌고 나무 위로 올라가
    붉은 갈기로 꽃을 빚어내는 그의 솜씨는
    전남 광양이나 여수의 갓김치보다 톡 쏘는 맛이 있고
    향일암에서 바라본 바다보다 무궁무진하다.

    그러고보니 여수 돌산의 간장 게장이 먹고싶다.

    사자들이 나무에서 뛰어내려
    지나가는 행인들을 덮썩 베어물기 전에
    어서 다녀와야 할 텐데...

  3. 정운현 2010.04.01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흐믓하군요.
    보는 이도, 기념식수를 한 이도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저런 공개된 장소에 말입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참 괜찮군요.^^

  4. Favicon of http://neowind.tistory.com 김천령 2010.04.01 1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만 봐도 흐뭇합니다.
    이런 식수라면 얼마든지 환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5. 임현철 2010.04.01 15: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리하신 눈이 더욱 빛나네요~^^

  6. Favicon of http://gnnews.newsk.com/ 양삼운 2010.04.04 07: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느 분이 쓰셨는 지 알려면(^_^) 댓글을 읽어야 하는군요. 자주 글을 올리셔서 반갑네요. 선배님을 언제 직접 뵐 수 있을런지...오늘 차면 경로잔치에 가자고 문자가 5번이나 왔지만, 모두 돌아가신 후로는 가기가 부담스럽네요. 녹두산의 선친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