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바다없는 항구도시 마산이 살아나려면?

김훤주 2010. 3. 17. 17:52
반응형

3월 4일 오후 3시 마산상공회의소 4층 회의실에서 '마산항 수변 공간 개발 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마산상공회의소와 경남대 경남지역문제연구소가 공동 주관하는 '마산 21 포럼'의 스물네 번째 행사였습니다.

양도식 영국 도시건축연구소 어번 플라즈마 소장을 모시고 '어떻게 마산항을 발전시켜 나갈까' 생각해 보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여기에 토론자로 나가 말석에 앉았습니다.

세미나에 앞서서 경남대학교 서익진 교수에게서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저는 마산21포럼 기획간사를 맡고 있는 서익진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토론 사회라는 과분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문가 초청 세미나는 양도식 박사의 한국 방문을 틈타 급하게 조직되었는데도 토론자 제위께서 기꺼이 토론을 응락해 주신 데 대해 포럼을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

사회자로서 생산적인 세미나를 위해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발제자는 영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워터프론트 전문가입니다. 해서 마산의 사정은 잘 알지 못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발제문도 워터프론트 조성 관련 일반 사항과 사례 소개, 마산을 위한 교훈을 제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토론자들께서는 발제자의 발표에 대한 직접적인 토론(비판이나 의문 제기)은 당연히 가능합니다. 저로서는 각자가 자신의 분야를 살려 마산의 워터프론트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나 유의사항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찬원 교수님께서는 수질과 수변공간의 관계, 마산만 수질의 현황과 전망 등에 관해서,

조형규 교수님께서는 친수공간 조성의 건축학적 접근과 조성 실무상의 유의점 등에 관해서,

김한도 박사님께서는 친수공간의 관광자원화 전략을 둘러싼 함의점 등에 관해서

김훤주 기자님께서는 시민(단체), 통합시 등 여러 관점에서 희망사항 등에 관해서

추가로 말씀해 주시면 좋지 않겠나라는 생각입니다.

이 메일을 받고서, 좀 막막하던 것이 뚜렷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마산과 창원과 진해가 통합이 되는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바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마산과 창원을 이어주는 봉암갯벌.

그런 느낌이 담긴 토론문입니다.

1. 발제물 가운데 '도시와 수변의 재결합 양상은?' 부분은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습니다.

그 밑에 달린 '문화가 동력이 된 재생', '도시 수변과 자연 환경의 자본화', '지역 경제 활성화의 동력', '도시의 정체성과 장소성 조성', '친환경/삶의 질', '도시의 미래 성장 동력' 같은 대목은 자세한 설명과 함께 공무원에게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 '볼티모어 신드롬 : 세계적 도시 수변 현상'은 꼭 마산을 두고 하는 얘기 같았습니다. '도심의 버려진 빈터 -> 도심의 수변 광장 -> 도시의 놀이 공간 -> 광역 지역의 관광지 -> 국제적 수변 도시와 관광지로 도약'…….

창원 거리를 거닐다가 마산에 오면 느낌이 엄청나게 다릅니다. 창원 식이 좋다는 얘기가 아니고요, 다만 창원에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면 마산에는 사람이 적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창원은 기성 기존 논리로 구성해도 되는 도시라면 마산은 전혀 그렇지 못한 도시라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창원은 건설하면 되는 도시이고, 마산은 낡아서 재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도시라는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눈길을 두지 못하고, 자꾸 건설을 하려고만 한다면 마산은 계속 처지기만 할 것입니다.

3. 여기서 마산의 특징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창원·진해랑 행정구역이 통합됐다는 점도 떠올립니다. 서익진 교수가 쓰신 <마산, 길을 찾다>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190쪽입니다. "항구라는 마산의 특징을 고려하고 창원과의 연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해변 그린웨이와 워터 프론트(해변 공원) 조성이 가장 시급하다."

194쪽에는 이런 자세한 얘기가 나옵니다.

"마산의 해변 그린웨이가 창원의 자전거 도로 네트워크와 연결되면 마창 시민이 상대 그린웨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므로 가치는 더욱 커진다. 창원의 자전거 가족 조깅족 마라톤족들의 이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창원 시민은 해변 그린웨이의 풍광과 멋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마산 창원이 연계된 그린웨이 네트워크는 마창의 연담 기능을 강화시키고 나아가 통합의 촉진제로 될 수도 있다. 이로써 마창 시민들간의 일체감이 강화될 수 있고, 훌륭한 협력의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관건은 행정관청과 공무원에 있습니다. 행정관청과 공무원이 이런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현재 구성에서는 통합시장이 마음가짐이 이런 쪽이어야 합니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어떤 사람이 시장으로 선출될는지 관심이 쏠리는 까닭입니다. 마산의 특징인 산과 바다, 그리고 항구이면서도 바다는 없는 현실을 반영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봉암동에서 가포에 이르는 바닷가 공간을 이른바 워터 프론트로 만들고 이를 적당하게 그린웨이로 이어준다면 바다와 산이 만나는, 바다와 산이 만나서 더욱 풍성해지는 그런 구실을 이 워터프론트가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5. 저는 발제물 가운데서 '도시 수변의 성공적 재결합 수단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산이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을 것 같습니다. '도시와 수변의 물리적 연결 구조', '건축 환경', '이벤트 프로그램'(이상 물리적 요소), '사람', '물과의 물리적/시각적/심리적 접근성', '과거와의 결합'(이상 비물리적 요소).

이 가운데 생각해 볼 여지가 많은 대목은 비물리적 요소 같습니다. 어쩌면 물리적 요소는 잘 되는 다른 지역을 그냥 따라만 해도 되겠지만 비물리적 요소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될 것 같고 그리하면 물리적 요소조차 특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 풍성한 물을 어떻게 하면 다양하게 보고 느끼게 할 수 있을지, 물 또는 바다와 관련된 역사 속 이야기거리를 얼마나 많이 찾아내어 현실 속에서 구체화·형상화할 수 있겠는지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창원과 마산과 진해가 통합이 되니까, 우리의 자치단체에 대한 상상력도 그만큼 확장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해 용원의 허황옥이 타고 왔다는 돌배라든지 월영대와 관해정과 돝섬은 물론이고요, 백제 도미 부부 관련 전설도 밑자락으로 깔아놓고 검토해 볼 값어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6. 마지막입니다. 창원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갈대가 시티세븐 있는 데까지 자랍니다. 이른바 둔치에 창원시가 유채를 심은 적이 있는데, 이것을 거두고 나면 갈대가 그냥 숭숭 올라옵니다. 게다가 게라든지 하는 바다 생물이 용원지하차도 있는 데까지는 살고 있습니다. 마산에서 봉암 다리를 건너 봉암갯벌을 지나 시티세븐 앞까지 그린웨이와 워터프론트를 만듭니다.

그러면 이른바 정서 함양에도 도움이 되고 지금과 달리 자연 생태계도 무참하게 망가지지 않는 그런 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여러 가지 사심이나 욕심이 끼일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린웨이와 워터프론트를 창원과 이어나가는 데에서는 생태/환경을 충분히 고려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셈입니다.


결론 삼아 말씀드리자면, 마산이 사는 길이 없지는 않다, 입니다. 항구는 있으나 바다는 없는 지금 이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구겨진 역사와 잘못된 현실을 상상력으로 뛰어넘어야 합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이 부산에 안겨 주는 소득이 7월과 8월 두 달만 해도 1조4000억원이라 합니다. 해운대에 버금가는 바닷가가 마산에도 있었음을 떠올려야 합니다. 지금 대한통운 자리에서 서쪽으로 1km가량 뻗어 있었던 월포 해수욕장입니다.

일제 강점기 이것을 매워 버렸습니다.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면 안 됩니다. 나아가 거기 깔려 있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를 확 걷어내는 상상력과 실행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런 힘으로, 맞닿아 있는 창원과 진해까지를, 아름다운 해안선으로 잇고 묶어야 합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