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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언론

편집국장 임명자도, 사장도 떠나는 이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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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사원 총회가 열리기 앞서 썼던 글입니다. <미디어스>에 실었습니다. 그간 경과를 나름대로 알리려는 목적으로 여기 옮겨 싣습니다. 4일 오전 현재 사장은 사임 뜻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돌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는 그러면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불거진 악(惡)은 확실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제가 조인설 전략사업부장과 함께 사표를 쓴 까닭입니다. 이번에 마무리짓지 못하면 같은 일이 되풀이일어납니다.

요즘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가 좀 많이 어수선합니다. 서형수 사장이 편집국장으로 임명한 김주완 기자가 2월 11일 편집국 기자직 사원들 동의 투표에서 부결이 됐습니다.

일정 진행 과정에서 임명 동의 투표를 사장 신임 여부와 관련짓는 파견기자들의 움직임이 있었고 그것이 확인되자 서 사장은 이번 표결을 사장에 대한 불신임으로 보고 현재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입니다.

어떤 매듭이 될 수도 있는 사원총회가 3월 2일 열리는데, 떠나려는 서형수 사장을 잡는 데 총의를 모으고 잡기 위한 전제 조건을 창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앞두고 저는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고 저희 경남도민일보가 1999년 5월 11일 창간사  '처음 그 마음을 잃지 않겠습니다'를 한 번 불러내어 읽어봤습니다.

"기존 신문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지역언론 하나를 세상에 내어놓는다, 6000여 각계각층 도민들이 한 마음으로 뭉쳐 만든 일간신문이다."

"창간을 위해 기꺼이 살점을 떼어준 6000여 주주들의 높은 기대에 두려움이 앞서고 중압감을 느낀다, '신문'의 주인과 '신문사'의 주인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전혀 새로운 신문의 소유구조를 창출했다."


"깨끗한 언론만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원론적 인식을 하고 있다."

"뒤틀린 현실 속에서 바른 길을 걷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그러나 어려울 때마다 우리는 첫마음-초심으로 돌아가 주주와 독자들의 관심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


서형수 사장을 잡으려는 사원들의 안간힘. 2월 23일 오후 5시 사장실 앞.


지난해 5월 지금 사장을 모셔오는 과정에서, 저희 신문사 안에서는 지역에서 자본을 갖춘 이를 모시는 일도 있을 수 있는 '카드' 가운데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 서형수 사장을 모셨고 우리 구성원들에게는 서 사장의 경력 가운데에서도 <한겨레> 사장 시절 경영 상태를 엄청나게 호전시킨 바가 크게 다가갔음이 틀림없습니다.


편집국장 임명 동의 부결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사장 불신임은, 우리 경남도민일보가 자주·자립 경영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반발이라고 저는 봅니다. 치밀하지도 않았고 조직적이지도 않았지만 말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경남도민일보 앞에 닥친 가장 커다란 위기로 봅니다.

깨끗한 언론만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고 깨끗한 언론이 되려면 자립 경영을 해야 한다는 명제가 틀리지 않는다면, 자립 경영을 할 수 있어야만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말도 성립이 됩니다.


깨끗한 언론은 신문사가 거대자본의 소유가 아닐 때 가능합니다. 신문사가 거대 자본의 소유물이 되지 않으려면 저희 경남도민일보 같은 경우는 자립 경영이 돼야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자칫 잘못하면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지난해 5월 새 사장을 모시는 과정에서 자본을 가진 이에게 사장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한 적이 있는만큼 이미 벌써 한 번은 초심을 버렸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자립 경영과 그를 위한 변화와 소통을 특별하게 강조해 온 사장이 불신임으로 간주할만한 상황을 맞아 그만두려 하고 있습니다. 초심-깨끗한 신문만이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 이제 한 번 더 버려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 사원 총회를 겨우 4시간 정도 앞두고 여기서 어떤 결론이 나올는지, 거기서 나오는 결론에 제가 얼마나 힘을 보탤 수 있을는지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경남도민일보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대를 걸고 있는 독자·주주를 절대 저버리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세수하고 밥을 먹고 나아갈 채비를 갖춥니다.

저는 오늘 사원 총회 자리에서, 저와 뜻을 함께하는 경영관리국 사원과 공동으로 홍보물을 만들어 여러 사원들에게 나눠줄 것입니다.

여기서 저희는, 서 사장은 "지금과 같이 대표이사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는 자신이 없다"고 했고,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신뢰가 없는 상태'를 만든 장본인이 스스로 알아서 경영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맞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자립 경영을 통해 깨끗한 신문으로 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어쩌면 오늘 사원 총회에서 판가름이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독자·주주 여러분의 관심과 기대도 믿지만, 그에 앞서 저희 경남도민일보라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집단 지성도 굳게 믿습니다.

경남도민일보의 공동선과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누가 했는지 밝혀지면 그들에 대한 공분이 보이게 보이지 않게 솟구치리라 저는 믿습니다.


김훤주
※ 미디어 비평을 주로 하는 인터넷 매체 <미디어스>에 3월 2일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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