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블로그에 트랙백이 하나 걸렸다. '2009 대한민국 블로그어워드 언론/보도부문 TOP10을 소개합니다'라는 글이었다. 열어봤더니 우리 블로그를 포함한 10개의 기자블로그 리스트가 소개되어 있었다.
선정과 심사는 이렇게 진행되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언론/보도부문은 현직기자가 운영중인 블로그를 대상으로 포탈, 메타사이트, 언론사 블로그의 통계정보를 취합하여 30개의 블로그를 선정하고 1) 실험성, 2) 영향력, 3) 구독자수, 4)차별성. 5)신속성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 협회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트위터에도 기자블로그 TOP10을 알리는 멘션이 여러 개 올라와 있었다. 그 후 미디어오늘 등 몇 몇 매체에도 소개되었고, 조선일보의 얍삽한 보도를 꼬집는 글도 올라왔다. (☞박정호, <조선일보> 눈에는 조중동만 보이나) 10명 중 조중동 기자들만 소개하고 나머진 싹 생략해버리는 수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역시 조선일보답다.
너무 멀어 시상식엔 가지 못했는데, 참석한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기자 블로거 10명 중 고재열의 독설닷컴이 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일상에 바빠 잊고 있었는데, 지난 18일 한겨레 미디어전략연구소 김수정 연구원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평소 김수정 연구원의 글을 한겨레 미디어전략연구소 블로그를 통해 종종 봐왔기 때문에 반가웠다.
20일 오후 5시까지 보내달라는 답변을 그날 밤 술에 좀 취한 상태에서 적어보냈다. 다음날 술 깬 후 다시 읽어보니 문장도 좀 어색한 데가 있고, 답변 내용도 너무 밋밋하고 재미가 없다. 그렇지만 이 또한 하나의 기록이니 그대로 남겨둔다.
안녕하세요. 한겨레미디어전략연구소 김수정 연구원입니다.
이번 2009 블로그 어워드 언론보도분야 우수상을 수상하신 것에 대해 축하드립니다.
아무래도 이번 수상자중에서는 유일한 지역신문 기자 블로그라 다른 분들의 블로그보다 더욱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또 두 분의 기자님께서 공동으로 운영하시는 팀블로그라는 점도 특징인 것 같습니다.
마침 이번에 한겨레미디어전략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웹진 '미디어 인사이트'에 이번에 선정된 TOP10 언론보도분야 블로그를 소개하려고 기획을 했습니다. 그래서 짧은 질문 5가지에 대한 답변을 부탁을 드리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시상식. @사진 출처 : 끄루또이 님 블로그 http://russiainfo.co.kr/1584
1. '2009 대한민국 블로그어워드' 언론/보도부문 TOP10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본인 블로그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참고 심사기준-실험성, 영향력, 구독자수, 차별성, 신속성)
=사실 이 질문부터 탁 막혔습니다. 강점이 뭔지 잘 모르겠거든요. 한참을 생각해본 끝에 그냥 솔직하고 자유로운 글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나 김훤주 기자나 하고 싶은 말이 참 많거든요. 그런데 신문이라는 매체는 여러 제약이 많더군요. 신문에 비해 블로그가 좀 더 자유롭게 하고픈 말을 할 수 있으니 저희도 즐겁고, 보는 독자들도 좋아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나를 덧붙이자면,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도 알고보면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일들 중 하나인데,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의 모든 뉴스와 이슈가 서울 중심인 상황에서 서울 아닌 지역에 사는 기자들이 쓰는 이야기가 좀 차별성있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2. "내가 블로그를 열심히 하는 이유"라고 생각되는 경험이나 사례가 있으신가요? 혹은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사건"도 좋습니다.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것은 없지만, 취재현장에 나갔을 때 신문사 기자 명함보다 블로거로써 김주완의 이름이 더 먹힐 때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예를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봉하마을에서 기존 언론의 기자들이 모두 노사모 회원들과 주민들로부터 냉대를 받는데, 저를 포함한 블로거들은 환대를 받고 각종 취재편의를 제공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희 신문에만 보도되었다면 그냥 지역뉴스로 끝났을 일이, 블로그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고 이슈가 되는 것도 재미있더군요. 몇 몇 기업체나 권력자들로부터 블로그의 글 때문에 신문사에 전화가 와서 내려줄 것을 부탁하는 사례도 있었는데요. 내려주진 않았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 받은 '존경받는 CEO대상' 관련 글들도 그런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ㅋㅋ
3. 블로그를 운영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힘든 일을 왜 합니까? 저희는 재미있는 일만 하자는 주의입니다. 다만 우리 회사 동료나 선후배들 중에서 저희가 너무 블로그만 열심히 한다고 뒷공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입니다. 블로그 때문에 회사 일에 소홀히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그런 트집이 잡힐까봐 회사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좀 스트레스이긴 합니다.
4. "기자에게 블로그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신문 기사라는 형식과 격식, 그리고 '객관성'이라는 굴레 때문에 못하는 말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통로가 아닐까요?
덧붙이자면 소속된 매체의 끗발이나 보호막에 기대어 허세나 부리는 기자가 아니라, 대중(독자) 앞에 발가벗고 자신의 실력과 생각을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 같네요. 사실 출입처 위주의 취재시스팀은 대중(독자)이 정말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를 알 수 없게 만들거나, 끊임없이 착각하게 만들거든요. 기사에 대한 피드백이라는 게 출입처 사람들의 반응밖에 없으니까, 자기도 모르게 점점 거기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거죠.
5. 질문에는 없지만 혹시 추가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어떤 내용이든 좋습니다. 말씀 주세요.
=한겨레가 블로그를 비롯한 뉴미디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실험하여 신문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요즘 그 때문에 고민이 엄청 많은데, 당장 영국 가디언의 블로그 실험부터 한국에서 한겨레가 응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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