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4일 부산의 실탄사격장에서 불이 나 일본인 관광객 10명과 한국인 5명이 숨졌다. 6일 뒤인 20일에는 미국령 사이판 만세절벽이라는 곳에서 현지 사격장 종업원이 총기를 난사해 한국 관광객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둘 다 실탄사격장이 원인이 되었고, 관광객들이 불의의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두 사건의 차이점은 너무나 뚜렷하다. 우선 한국에서 일본인이 숨진 사건은 국무총리가 무릎까지 꿇고 사과했다. 또한 부산시가 '특별조례'까지 만들어 일본인 희생자들에게 1인당 3억~5억 원씩을 보상해주기로 했다.
그대로 보상이 이뤄지면 사망 15명, 중상 1병 등 16명의 사상자에 대한 총 보상금은 48억 원에서 최대 80억 원에 달한다. 그 보상금은 행정안정부와 문화관광체육부 등 정부지원금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모금으로 충당된다고 한다.
나이 마흔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4년간 월 4만원씩 곗돈을 부어 난생 처음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갔다가 변을 당한 박재형 씨.
그러면, 한국인이 미국령 사이판에서 체불임금에 불만을 품은 현지 사격장 종업원이 난사한 총에 맞아 평생 반신불수가 된 사건은 누가 보상해줄까? 앞서 부산 사격장 화재사건의 예로 본다면 사이판 정부당국이 보상해줘야 한다.
그러나 사이판 정부는 한 푼도 보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알려 왔다. "사이판 정부는 금번 사고에 대해 피해를 보상해줄 제도가 없으며,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통보를 받은 우리나라 외교통상부는 피해자 가족에게 "정부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언론이나 인터넷에 호소해봐라"는 말만 하고 있다.
관광객들을 사이판으로 데려간 여행사인 하나투어 측은 어떨까? 반신불수가 된 피해자 박재형 씨의 형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내부 법률팀 자문결과 법적 책임이 없다"면서 "언론이나 인터넷에 알려 회사에 피해가 올 경우 법적 소송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처럼 일본인에 비해 한국인이 외국에서 당한 피해는 아무도 책임지거나 치료비조차 보상해주는 곳이 없다. 없던 특별조례까지 만들어 정부 예산으로 보상해주는 일본인 관광객 피해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부산광역시는 '보상금 지급 특별조례안'을 제출하면서 '제안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알다시피 미국령 사이판은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곳이다. 한국 덕분에 사이판의 재정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보상해줄 제도가 없고, 책임도 없다"고 당당하게 외치고 있다. 우리가 '한일간 국제관계 우호유지'에 신경쓰는 것과 달리 사이판 정부는 한국과 우호관계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그런 사이판의 후안무치에 자국민 보호책임이 있는 우리 정부는 "인터넷에 호소해봐라"며 무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게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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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
▶블루팡오의 행복의 섬, 바누아투에서 행복찾기 ☞내가 한국인이기에 겁날 때… ☞사이판 총격사건, 이대로 잊혀지나? ▶femke/펨께의 나의 네덜란드 이야기 ☞네덜란드인이 사이판 총격사건 피해자였다면 ▶한사정덕수의 한사의 문화마을 ☞사이판 사건, 인터넷에 호소하라는 정부 ☞‘청원’ 남편이 총격을 받은 아내의 절규 ☞사이판 총격 테러가 천재지변이라니 ☞천재지변을 주장하는 사이판 총격의 진실 ☞사이판 총격 피해자가 이용한 여행사 공개 ☞해외여행상품에 홍보비 지원하는 문광부! ☞사이판 총격에 대한 피해자 아내의 증언 ☞피해자에게 거꾸로 소송을 말하는 여행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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