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MB 일당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김훤주 2009. 11. 2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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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빼앗거나 깨뜨린 밥그릇은 사실 하나둘이 아닙니다. 제가 하나하나 자세히 말씀드릴 필요도 없을 만큼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가난한 이들은 대부분 이명박 대통령과 그 일당들 때문에 더욱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일어난 용산 참사가 대표적일 테지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권리 악화도 마찬가지고, 쌀 수매가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독점자본의 유통업 진출로 골목상권을 초토화하는 경향도 다르지 않지요.

이른바 4대강 살리기도 그렇습니다. 건설토목족만 배불리는 한편으로 강가 농지에서 그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 터전을 깡그리 없애버리는 일인 것입니다. 세종시를 만들어 중앙 부처를 옮기겠다는 계획을 백지화하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나라 밖으로 눈길을 돌려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병력 재파견은 그 나라 백성들 밥그릇을 깨거나 빼앗는 일입니다. 북한에 대한 지원의 중단이나 축소는 북한 인민들의 텅 빈 그릇에 조금이나마 들어가던 밥알까지 떼어먹는 짓일 수 있습니다.

이명박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 밥그릇을 빼앗고 깨뜨리는 일은 없어져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이를테면 이명박 대통령과 그 일당들이 사람이 나빠서 그렇게 한다고 여기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제가 보기에는 우리 착각일 뿐입니다.

저이들도 어떤 국면에서는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착한 사람입니다. 아내에게 남편으로서(그리고 남편에게 아내로서), 아들딸 자식들에게 어버이로서, 소망교회 교인들한테 같은 신도로서, 출세해서 잘 나가는 고려대 동문들에게는 같은 동문으로서, 땅부자에게 또한 같은 땅부자로서…….

저이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닙니다. 다만 그이들 눈에는 밥그릇이 밥그릇으로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밥그릇이 밥그릇으로 보이지 않으니까 저리도 함부로 깨뜨리고 빼앗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밥그릇을 제대로 지키고 빼앗기지 않으려면, 저이들이 밥그릇을 밥그릇으로 여기지 않는 까닭을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저이들에게 용산 빈민들의 철거 반대 투쟁은 재개발을 통한 이익 실현을 방해하는 걸림돌입니다. 청년들이 학교를 나오자 마자 대부분 실업자 신세가 되고 그나마 잘 되면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하는 현실도 저이들이 임금을 비용으로만 여기고 비정규 같은 고용 조건 또한 생산비로만 여기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4대강 살리기도 그렇습니다. 4대강 살리기를 엄청난 이윤 창출을 안겨주는 꿈의 프로젝트로 여기는 저이들에게 강가 논밭에 코까지 처박으면서 밥벌어 먹고 사는 것들은 버러지만도 못한 존재로 비칠 뿐입니다. 쌀값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이들에게 쌀값은 적당하게 관리하면 그만인 물가일 뿐이지 농민들 밥그릇은 절대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이나 북한에 대한 지원의 축소·중단도, 논리가 조금 복잡해지기는 하지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더욱 굳건하게 다지고 한국 자본주의 체제의 안전을 꾀한다는 면에서, 자본의 요구와 논리에 철처하게 따르는 것일 뿐입니다.

뭉뚱그려 말씀드리자면 저이들은 자본의 이익을 대표하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물건 또는 기계 또는 노예일 뿐입니다.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런 존재들에게서 인간의 마음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사람도 아닌 존재에 대해 이렇게까지 미워할 필요가 있을까.


저는 우리가 저이들을 사람이라 여기고, 사람이기는 한데 마음이 나빠서 남의 밥그릇을 하찮게 다룬다고 여기는 이상, 저이들의 지배를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사람도 언젠가는 개과천선하겠지 하고 많은 이들이 기대할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이들의 지배는 사람의 지배가 아닙니다. 사람을 위한 지배도 아닙니다. 저이들의 지배는 자본의 지배이고 자본을 위한 지배입니다. 바로 이런 진실을 분명하게 직시할 수 있어야 저이들의 지배들 벗어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막 화가 나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이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말씀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일당들은, 나쁜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저이들은 그냥, 사람이 아닐 뿐입니다.'

저이들을 욕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무리 욕을 해도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요. 욕은, 날마다 밥그릇이 찌그러지고 깨지고 하면서도 사람이 아닌 저런 존재들의 지배를 생각없이 받아들이고 나자빠져 있는 우리 스스로에게나 퍼부어야 맞겠지 싶습니다.  하하.

김훤주
※ 월간 <전라도닷컴> 12월호에 실은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자본론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칼 마르크스 (비봉출판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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