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산재·자살보다 신종플루가 더 무서운가?

김훤주 2009. 11. 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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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마산교구에서 펴내는 <가톨릭 마산> 9월 20일자에서 '신종 플루가 두려운가?'라는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 날마다 쏟아지는 소식이 바로 신종 플루 관련인지라 눈길이 저절로 거기에 가 머물렀습니다.

글은, 신종 플루도 결국 사람으로 말미암은 문제라고 짚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플루에 우리 사회의 관심이 쏟아지는 데 대한 꼬집음으로 옮아갔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탓에 멀쩡한 사람들이 숨지자 우리 사회가 떠는 것 또한 어찌 보면 고약한 인심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이 30여 명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 청소년이 몇 명이라고 생각하는가? 매일 2만5000여 명이 전 세계에서 굶어죽는다는 사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물론 굶어죽는 사람의 대부분은 어린아이들이다.

'신종 플루'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사랑의 상실이다. '손 씻기'보다 더 필요한 것은 '마음 씻기'다."


그래, 맞아. 신종 플루로 죽는 사람보다 자살로 죽는 사람이 훨씬 더 많지! 새삼 깨달아졌습니다. 자료를 뒤졌더니, 2008년 한 해 자살로 숨진 이는 모두 1만2858명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35.2명이 독하게도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었습니다.

3일 현재 신종 플루로 숨진 사람이 42명이니, '새 발의 피'도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네요. 덧붙여 청소년 자살은 경남에서 한 달 4명꼴이라고 했습니다.

대부분 통계에서 경남이 차지하는 비율이 5% 안팎이니, 이를 적용하면 전국에서는 한 달에 80명, 한 해에 1060명 정도가 되고 이는 하루 평균 3명이 됩니다.

신종 플루는 물론 강력한 전염성이라는 또 다른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사람 목숨 값어치로 치자면 자살을 더 크게 생각해야 하고 자살 대책 마련이 더욱 시급한 과제가 돼야 맞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기에는 무엇인가 다른 논리가 들어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창원보건소에 예방 접종을 하려고 길게 늘어선 줄. 경남도민일보 사진.


자살뿐이겠습니까. 숨진 숫자나 다친 숫자로 보면 산업재해 또한 자살과 마찬가지로 신종 플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무서운 원인입니다.

노동부는 '2008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서, 지난 한 해 산재를 당한 사람은 9만5806명이고 산재로 죽은 사람은 2422명이라 했습니다. 하루 평균 6.3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왜 이럴까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 보도 매체에 특유한 '호들갑' 때문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좀더 근본을 따지자면 관점에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치관이지요.

타미플루. 경남도민일보 사진.

사람 목숨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그 값어치를 핵심으로 두지 않는 관점인 것입니다. 대신, 좋게 말해서 산업이나 경제, 솔직하게 말하면 돈벌이가 기준이 돼서 논리의 핵심 가치로 삼는 세상 인심이 원인인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두고 보니까 좀더 뚜렷하게 세상이 보입니다. 신종 플루는 돈벌이에 영향을 미치지만, 자살이나 산업재해는 돈벌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는 곧바로 이렇게 이어지지요. 돈벌이에 영향을 미치는 신종 플루는 돈을 엄청 들여서라도 잡아야 하지만, 돈벌이에 별로 상관이 없는 자살이나 산업재해는 굳이 잡아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된답니다. 돈 중심 가치관 논리의 당연한 귀결입지요.

 
뒤집어 말하자면, 산업재해나 자살이 독점재벌을 중심으로 한 돈벌이 촉수들에게 돈벌이를 하는 데 작지 않는 걸림돌이 된다면 어떻게 해서든 자살을 막고 산재를 예방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으니, 저렇게 내팽개쳐 놓고 있는 것입니다.

자본의 비정은 증권시장에서 더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신종 플루 관련 주식'이 따로 분류돼 인기를 끌고 있답니다. 타미플루·마스크·손 소독제·세정제를 만드는 업체의 주식뿐 아니라 신종 플루 예방 차원에서 대면 접촉을 줄여 주는 온라인 쇼핑·결제, 택배, 온라인 교육·게임 관련 주식이 이른바 '뜨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증권 시장은 원래 저래, 이렇게 여길 수도 있지만, 이런 자본주의에, <가톨릭 마산>에 실린 글처럼 '마음 씻기'를 하리라는 기대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겠다 싶습니다. 참 외롭고 쓸쓸합니다. 자본주의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섬긴다는 진실이 이런 사람 목숨이 걸린 데서도 확인이 되니까 말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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