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한국현대사

도심의 일본인 저택, 누가 살았을까?

기록하는 사람 2009. 10. 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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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의 이른바 '신마산' 지역은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살던 지역입니다.

'신(新)마산'이라고 불리는 것은 조선의 원주민들이 살던 원마산과 비교해 '일제 때 새로 만들어진 시가지'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인데요. 지금은 오히려 오래된 일본식 건물들이 많아 '신(新)'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고색창연한 지역입니다.

얼마 전(24일) 경남대 유장근 교수를 대장으로 하는 도시탐방대와 함께 신마산 일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날 탐방에서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일본인 주택을 발견했습니다. 안채 1동과 2개의 부속 건물을 거느리고 있는 이 일본인 주택은 그 규모로 보아 일제강점기의 상당한 세력가이거나 부호의 집으로 보였습니다.

이 집이 있는 곳은 당시의 중심도로였던 '진주가도'(창원에서 마산을 거쳐 진주로 이어지는 마산의 요로)를 가운데로 하여 현재의 월영초등학교와 마주 보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지형상 도로 아래에는 월영초등학교, 도로 위에는 이 저택이 위치한 모습입니다.



일제시대 월영초등학교는 일본인 자녀들이 다니던 심상소학교였습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학교를 내려다보고 있는 집이니, 지금으로 봐도 상당히 좋은 위치입니다.

도로에서 보면 이 집은 마치 왜성(倭城)의 성곽처럼 높은
옹벽이 쌓여있습니다. 옹벽의 각도가 영락없이 일본 성곽 모습이었습니다. 그 옹벽 사이로 나 있는 돌계단을 올라가면 집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옹벽이 마치 일본의 성곽을 연상케 한다.

집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안채로 쓰였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현재 사람이 살지 않고 있습니다. 각종 정원수들이 가득한데다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바깥에서 아래사진처럼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속건물에는 아래처럼 블록 담이 있어 안채와 분리되어 있었는데,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이 블록 담장은 해방 이후 각각 다른 사람들이 살게되면서 새로 쌓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는 담이 없이 한 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위는 부속채의 모습입니다.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데, 내부는 여러번 개조를 했다고 합니다. 지금 이 집에 살고 있는 분께 몇 마디 여쭤보았습니다. 아래 동영상입니다.



안쪽에서 본 부속채의 모습입니다. 알미늄 새시 등 개조한 흔적들이 역력합니다.


위 사진은 안채의 현관인데요. 지금까지 거의 개조를 거치지 않아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비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 두었더군요. 현관은 모습이 아치형으로 생겨 마치 관공서 입구처럼 나름대로 위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역시 안채의 모습인데, 정원수들이 마치 정글처럼 얽혀 있습니다. 과연 어떤 일본인이 살던 집일까요?


집에서 나와 담을 따라 돌아봤습니다.


그랬더니 안채 뒤쪽으로도 저렇게 석축이 쌓여 있고, 정원수가 온통 집을 감싸고 있더군요.

집의 규모나 모습으로 보아 대단한 사람이 살았던 집으로 짐작되는데요. 이 동네 사람들은 옛날부터 이 집을 '헌병대장 집'으로 불러왔다고 합니다. 그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현재 이 집 부속채에 살고 계신 분의 말씀으로는 '일본군 대장'의 집이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하게 확인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기회 있을 때 토지대장을 떼어보면 알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마산은 한국전쟁 때 미점령지역이어서 당시 토지대장이나 호적 등이 소실되지 않아 웬만하면 이 집의 소유주를 추적할 수 있으니까요.

저런 형태의 저택이라면 안채에는 주인이 살았다 하더라도 부속채에는 과연 누가 살았을까요?

이 일본인 저택의 정체를 확인했습니다. 지역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계시는 신삼호 건축사께서 이 글을 보고 확인해주신 내용입니다. 신삼호 님은 2004년 경상남도에서 펴낸 <근대문화유산 목록화사업 보고서> 중 이 일본인 저택에 관한 부분을 촬영하여 보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조사보고에 따르면 '한일와사'라는 일제시기 전기회사의 관사로 쓰였던 집이라고 합니다. 건립연대는 1939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1동은 건축면적 142.15㎡로 다른 2동보다 넓어 사장의 관사로 추정되며, 2동은 건축면적 89.32㎡로 규모와 평면형태가 같아, 부장이나 과장 관사로 추정된다. 3동이 각각의 소유로 되어 있어 수리 기록은 확실하지 않으나 골목이나 석축에 개축하고 난 뒤의 목재부재들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러차례 개보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기타 사항에는 한일와사전기회사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마산에는 1911년 3월 16일 한일와사전기회사 마산지점이 설치되면서 전기가 도입된다. 1911년 5월 전등수 463등이고, 가구수는 148호로 1가구당 평균 3개의 전등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39년 9월 1일 한일와전 마산지점이 경성전기주식회사 마산지점으로 개칭되면서 사무실을 월남동에서 중앙동 2층 목조건물로 이전하였다."




※관련 글 : 일본헌병대 건물, 왜 특정단체에 임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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