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언론, 블로그 강의

블로거에게 기사쓰기 교육은 미친짓이다

기록하는 사람 2009. 10. 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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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1인미디어, 그리고 지역신문

한 지역주간신문으로부터 강의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수강생의 구성이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신문사 기자와 직원은 물론, 어린이기자, 어르신기자, 외국인주부기자, 그리고 일반 주민들까지….


게다가 어르신기자는 한글을 모르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문해학교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외국인 주부 또한 한국으로 시집 와 한글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쯤 되면 과연 누구의 눈높이에 맞춰 강의를 해야 할 지 강사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고민 끝에 '글을 쓰고는 싶지만, 글쓰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삼고 이렇게 강의순서를 짰다. 그리고 지역신문사가 마련한 강의인만큼, 지역신문과 1인미디어의 상생 전략에 대해서도 생각을 풀어봤다.

'시민기자' 교육이나 블로그강좌에 기사쓰기를 가르치는 것만큼 미친 짓은 없다. 사진은 내용과 관계없는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의 발랄한 모습.


○ 글쓰기를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친구들과 이야기는 곧잘 하면서,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대개 글쓰기에 어떤 '형식'이나 '법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부터 서론, 본론, 결론이 어떠니, 기승전결이 어떠니, 발단, 전개, 갈등이 어떠니, 시, 소설, 수필, 논설문이 어떠니 하는 말들을 많이 들어온 탓이다.

그러나 글쓰기에 정해진 원칙이란 없다.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말을 자기방식으로 쓰면 된다.

○ 시민기자나 블로거들을 모아놓고 '기사쓰기' 교육을 하는 것 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대개 신문사나 언론관련 시민단체에서 '시민기자' 교육을 한답시고 '기사쓰기' 강의를 한다. 심지어 블로그강좌를 한다며 기자를 강사로 초청해 '기사쓰기' 교육을 시키는 단체도 있다.

6하원칙이니, 역삼각형 구조니, 인터뷰, 르포, 해설기사 등 다양한 기사형식을 가르치는데, 내가 볼 땐 그런 교육이 오히려 글쓰기를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든다. 그런 교육을 받은 시민들은 주눅이 들어 글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글은 그냥 쓰다보면 느는 것이지, 어떤 교육을 받고 써야 하는 게 아니다. 

○ 스트레이트 기사체만큼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글은 없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본 글 중에서 신문의 스트레이트 기사만큼 딱딱하고 따분한 글은 없었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신문지면이 고작 4면이나, 8면에 불과하던 시절, 부족한 지면에 최대한 많은 소식을 집어넣기 위해 만들어낸 전근대적인 기사형식이다.

신문기자들도 이젠 버려야 할 기사쓰기 형식을 기자도 아닌 시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 그냥 친구나 가족에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써라. 그게 바로 이야기글(내러티브 스토리)다.

요즘은 신문기사도 전통적인 기사쓰기 형식에서 벗어나 이야기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게 좀 유식한 말로 하면 '내러티브 스토리'다. 친한 친구가 바로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이야기하는 식으로 쓰면 된다.

글의 형식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한 사람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듯 풀어놓으면 저절로  발단 전개 갈등 절정 해소가 그 속에 담겨지게 되어 있다.

○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라. 글쓰기가 편해진다.

그래도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필명 또는 익명으로 블로그를 하나 만들어 거기에 혼잣말 하듯 글을 써보라. 무슨 글이든 좋다. 그냥 오늘 하루 있었던 일도 좋고, 그 중에서 특히 즐거웠던 일이나, 짜증 났던 일, 힘들었던 일을 기록하듯 써도 좋다. 식당에서 맛있는 냉면을 먹었다면 그걸 써도 좋고, 영화를 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재미가 없었다면 그걸 써도 좋다. 글의 분량도 길든 짧든 아무 상관 없다.

그렇게 쓰다 보면 점점 글쓰기가 쉬워짐을 느낄 것이다. 또한 자신의 글쓰기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어떤 글이 많은 사람에게 재미를 주고 많이 읽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면, 그 때 자기 이름을 밝히고 실명 블로그로 전환해도 된다.

어릴 때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라. 논술과 입학사정관제 대비에 그만큼 좋은 것은 없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 되면 학교에서 독서노트(독후감)를 쓰라고 할 것이다. 어차피 공책에 써서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독서노트를 블로그에 써도록 해보자. 학교에도 그걸 출력하여 제출하면 된다.

또한 부모님과 영화를 봤다든지, TV 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본 뒤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이나 감동적인, 슬펐던, 가슴아팠던, 무서웠던 장면에 대해 써보는 것도 좋다. 가족과 여행을 다녀온 뒤 즐거웠던 기억에 대해 써도 된다.

내 경험상 그렇게 블로그에 글쓰기 습관을 가진 아이들은 그야말로 글쓰기 실력이 쑥쑥 늘게 되고, 논리적인 사고력도 갖추게 된다. 후일 논술 시험과 입학사정관제에 따른 실적을 축적하는데 이것보다 좋은 건 없다.

아이들의 블로그 포스팅에 칭찬을 하고 상을 줘라.

물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블로그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기는 쉽지 않다. 나는 아이가 블로그에 글을 쓰면 무조건 한 건당 1000원을 상금으로 준다. 그리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을 고쳐 준 후, 잘 썼다고 칭찬을 해준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도 있으면 더 재미있을텐데…"라는 아쉬움을 살짝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아쉬움의 표시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보다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계속할 수 있다.

글쓰기의 왕도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 것이다. 그렇게 글쓰기를 계속하면 늘지 않을 수가 없다.

블로그 광고모델로 용돈벌이를 하라.

어느 정도 블로그 운영에 탄력이 붙었을 때 구글 에드센스나 다음 애드클릭스 같은 블로그 광고를 붙여 푼돈이나마 벌 수 있다면 블로그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데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큰 돈은 아니더라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만으로 한 푼 두 푼 돈을 벌 수 있다면 그 또한 즐거움이다.

앞으로 그런 블로그 광고모델은 갈수록 발전할 것이고, 블로그는 많은 글이 쌓일수록 그만큼 방문자도 늘게 되어 있으니 수익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시민기자'의 시대는 갔다. 이제 시민이 직접 블로그라는 '언론매체'를 갖고 운영하는 '시민미디어'시대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 모델을 만들었을 때 기존 신문·방송사에 소속된 기자들의 독점적인 지위는 크게 허물어졌다. 그러나 '시민기자' 역시 언론사에 종속된 관계를 벗어나진 못했으며, 여전히 직업기자의 게이트 키핑을 거쳐야 했다. 즉 시민기자가 쓴 기사를 취사 선택할 권한은 여전히 직업기자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블로그가 생기면서 이제 시민은 직접 자신의 '매체'를 소유하고 직접 글을 쓰며 직접 편집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직업기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독자와 상대할 수 있게 되었다.

'시민기자'가 쓴 글은 해당 신문사의 서버에 저장되어 그 신문사의 자산이 되지만, 블로그의 글은 온전히 글쓴이의 소유가 되어 끊임없이 검색되고 읽히게 된다. 따라서 블로그는 몇몇 인터넷신문과 지역신문에 글을 올리던 제한된 숫자의 '시민기자'들과 달리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훨씬 손쉽게 사회를 향해 발언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이는 인터넷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가능성을 점칠만큼 이미 어마어마한 '시민미디어'가 되고 말았다.

지역신문은 '지역메타블로그'를 통해 '시민미디어'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

지역신문은 단종 위기에 처한 '시민기자' 모델을 지역에 적용시키려 하기 보다, 지역의 시민들이 각자의 블로그를 갖고 발언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을 '지역메타블로그'로 묶어 보여줌으로써 시민의 발언을 확산시키는 통로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 지역신문은 '시민미디어'를 육성, 확산시키고, 상생 발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좌를 정기적으로 열어 시민들을 블로그로 무장시키고, 그들이 쓴 글을 '지역메타블로그'는 물론 신문지면에도 게재하고 원고료를 지급함으로써 '시민미디어'와 상생 모델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지면에 게재하는 글은 메타블로그에 전송된 글 중에서 블로거의 허락을 얻어 골라 쓰면 된다.

또한 지역신문이 '블로그 마케팅업체'의 역할을 맡아 지역의 파워블로그와 광고주를 연결시켜줄 수도 있다.

경남도민일보는 주1회 1개 지면을 블로그들의 글로 제작하고 있다.


이들 통해 시민들의 글을 신문지면에 반영함으로써 부족한 취재인력을 보완할 수 있고, 블로그들이 가진 영향력과 신문사의 영향력이 합쳐 매체파워를 키울 수도 있다. 또한 블로그 마케팅과 광고모델을 통해 신문사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다 수입해도 지역신문만큼은 수입할 수 없다'(장호순), '조중동이 지역일간지는 잡아먹을 수 있어도 지역주간지는 못당한다.'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다 수입해도 지역신문만큼은 수입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나는 '조중동이 지역일간지는 잡아먹을 수 있어도 지역주간지는 못당한다'는 말을 보태고 싶다. 조중동이 신문의 복수소유 허용을 계기로 광역 자치단체별로 체인점 형식의 지역신문을 발행하면서 적은 인력으로 지역의 광고시장을 장악해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각 시·군별로 발행되는 그야말로 풀뿌리신문인 지역주간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비용대비 수익 효과가 없다. 따라서 시·군의 지역신문이 해당 지역 시민미디어 연합체인 블로그 공동체를 구성하고, 그 메타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 어떤 매체도 침범할 수 없는 여론주도력을 갖게 될 것이다. 

지역신문의 살 길은 '하이퍼로컬'과 '민원해결·공공저널리즘'이며, 갈 길은 '지역 정보 포털'과 '풀뿌리 공동체'이다.

이 부분은 별도 포스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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