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72년 국민학교 3학년 때 경험

학교 선생님들 폭력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세대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고는 조금 놀랐습니다. 제 경험을 떠올리고 저보다 열대여섯 아래 사람들의 기억을 듣고 제 딸의 경험을 보태니 그랬습니다. 감수성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세대 차이도 있겠지만, 개인 차이 또한 없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1963년 생입니다. 제가 선생님께 크게 혼난 적이 있습니다. 국민학교 3학년 때, 1972년입니다. 자습을 시키고 있는 담임 선생님께, 나름대로 반장이라는 의무감에서 저는 조용하게 시켜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는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아무 달라짐이 없기에 다시 가서 같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갑자기 화를 내시더니 "이런 건방진 자식이!" "니가 나한테 뭐라고?!" 하시면서 무지막지하게 두드려 팼습니다. 마구 내리치는 주먹질과 발길질에 조그만 저는 어찌할 도리 없이 "잘못했습니다." 빌고 또 빌었습니다. 저는 이리저리 픽픽 쓰러지면서 오줌을 지렸고, 결국 매질은 얼굴이 피칠갑이 되고 나서야 멈췄습니다.

2.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들의 기억

1970년대 후반에 태어난 두 여성에게 들은 얘기입니다. 한 사람은 국민학교 2학년 때 일을 얘기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아이 둘을 벌 주면서 마주 세운 다음 서로 뺨을 때리게 했습니다. 다음은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 안 들어도 오디오'입니다. 처음 아이들이 살살 때리니까 선생님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면서 제대로 때리는 시범을 보였겠고 그 뒤로 아이들은 죽기살기로 서로 때렸겠지요.

다른 한 사람은 이런 일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국민학교 6학년 때입니다.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갖고 온 선물을 교탁 위에 다 모아 경쟁을 시키듯이 했다고 합니다. 누구는 무슨 선물 누구는 무슨 선물 이렇게 아이들 모두에게 일러줬답니다. 그러고는 선물을 가져 오지 못한 아이들은 남겨서 벌청소를 시켰다지요.

게다가 선생님이 싫은 심부름을 골라서 시키고 날마다 선생님의 젖은 수영복을 빨고 말리고 걷어오는 일까지 시키더라 했습니다. 선생님이 하도 이러니까, 이 사람 어머니가 생삼을 사서 먹을 수 있도록 갈아서 병에 담아 갖다 드렸답니다. 그랬더니 그 선생님께서 "이런 거 안 먹어요. 도로 가져 가세요." 이랬답니다. 하하.

3. 2004년 초등학교 4년이 본 교사 폭력

영화 투사부일체의 한 장면.


마지막 제 딸 이야기입니다. 올해 중3인 우리 딸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같은 반 아이를 때리는 장면을 봤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이미 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주먹으로 머리를 내리치면서 "안 그치나!" "안 그치나!" 이랬답니다. 우는 아이를 때려서 그치도록 만드는 마술을 부린 것입니다.

4. 세대에 따라 차이나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

제가 말씀드리려는 바는 이런 선생님의 폭력이 아닙니다. 그런 폭력에 반응하는 아이들의 자세랄까 태도입니다. 저부터 말씀드리자면, 행여 믿지 않으시는 이도 없지는 않겠지만,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은 전혀 변화가 없었습니다. 저를 개 같이 폭행했던 선생님도 마찬가지였고 어쨌든 선생님이라면 무조건 존경을 했습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여성 둘은 선생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선생님다운 선생님에 대해서는 존경을 했지만 선생님답지 않은 선생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이런 태도가 저하고 크게 다르다고 여깁니다.

마지막 딸 얘기입니다. 때리는 선생님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했습니다. '어떻게 우는 사람을 때려서 그치게 할 수 있지?' 상식에 맞지 않게 때리는 선생님은 이상하고 싫은 대상일 뿐입니다. 딸에게 선생님은 이미 존경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교사 폭력을 보고 사라질 그런 존경심이 이미 없었던 것입니다.

5. 이런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영화 두사부일체 포스터.

저는 국민학교에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을 배웠습니다. 지금 30대 초반 사람들은 이런 말을 심각하게는 듣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스승은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된다"고 배웠고 실제로 밟지 않으려고 멀찌감치 떨어져 걷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딸은 이런 얘기를 전혀 듣지 않았거나 아니면 웃으며 들었을 것입니다.

이리 말하면, 전통 농경 사회에서 자본주의 산업 사회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겪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만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는 하나라는, 획일주의와 가부장제와 집단주의의 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획일주의와 가부장제와 집단주의의 힘에 맞서는 다른 힘이 있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 다니던 70년대 초반은 박정희 군사독재 아래에 획일주의와 가부장제와 집단주의가 가장 굳건하던 시기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7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들은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국민학교를 다녔습니다. 당시는 군사독재가 완연히 무너지고 새로운 시기로 옮겨가던 때였습니다.

94년 생인 우리 딸은 2001~2006년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군사 독재는 완전 사라졌습니다. 부조리한 권위와 권력이 약할 때입니다. 말하자면, 획일주의와 가부장제와 집단주의에 맞서는 힘이 상대적으로 세었던 시대입니다. 이런 차이가, 교사 폭력에 대한 감수성의 세대 차이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니 저는 한편으로 흐뭇합니다.

왜냐고요? 지난 시절 민주주의와 가치의 다양성과 인권을 내세우면서 획일주의와 가부장제와 집단주의에 맞서는 데 저도 작으나마 힘을 보탰기 때문입니다. 보탠 결과 우리 딸이 아버지랑 달리 초등학교 시절을 '쩔어' 살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의 진전 등이, 교사 폭력 자체를 뿌리뽑아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처럼 교사 폭력에 대한 '감수성의 변화'는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확인도 저로서는 새삼스럽습니다. 물론 이명박을 보면, 우리가 한 번 더 잘못하면 아주 옛날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스미기도 합니다만.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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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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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봤습니다^^ 2009.10.12 0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봤습니다^^ 다행으로 저는 만나는 선생님들마다 전부 좋으신 분들이셔서 저런 경험은 없네요.
    학생을 때리는 교사..... 솔직히 말하면 실감이 안 납니다만 아직도 있군요...: 초등학생이면 아이일텐데 손찌검을 해야만 하는지.... 물론 나이 많은 학생들도 그렇지만요.
    비슷한 상황을 상대로 70년대와 지금의 반응이 다르다는 게 '뉴스'라는 매개체로 보여질 때면 확실히 뿌듯하실 것 같아요. 저두 따님세대라서 그런지 (16세 고 1입니다.) 님께는 빈번히 일어났던 일로 받아들여지던 일이 가끔씩 뉴스 타는 걸 보면 그냥 꿈나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님께서 말씀하신 감수성의 변화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감수성이 확실한 단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냐하하하하
    감정이랄까요? 생각? 이런 건 시대와 교육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거군요.

    이런 일을 보고 불의를 느낄 수 있도록 되었다는 건 폭력성을 배타적인 눈으로 보고 있다는 거니까... 좋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만약에 나쁜 변화로 물 갈아 탄다면....... 엄청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네요...
    계속 좋은 쪽으로 가도록 해야 될 것 같아요. 학생인데도 왠지 긴장된다는...:

    가끔 들리겠습니다^^ 따뜻하고 시사적인 글<과연 가능할런지 모르겠지만... 많이 부탁드려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0.12 17: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선생님 만나는 것도 복입니다. 참 복이 많으시군요.

      제가 감수성이라는 말에 담고 싶었던 바는, 말씀하신 그대로, 자기가 겪거나 보거나 들은 어떤 일을 두고 그것이 무슨 일인지 받아들이고 소화해서 밖으로 표현하기까지 하는 것을 이릅니다.

      말하자면 선생님 폭행을 보고 그것이 무엇이라 생각한 다음 과연 그런 생각이 맞는지 한 번 더 따져보고, 그 따져본 결과를 말이나 글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괜히 말이 길어졌군요. 하하.

      말씀대로, 잘 될는지는 모르지만, ^.^ 시사적이면서도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도록 애써 보겠습니당~~

      자기 생각 표현해 주셔서 고마워요.

  2. mantory 2009.10.12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쓰신글 잘 보았습니다. 저보다 몇년위인 선배님이시군요...
    하지만 요즘 아이를 가진 부모입장으로서 그런 부분이 흐믓하다는 얘기이신지요?
    저는 조금 반대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안때려서 알아들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애들에게
    법적집행을 해야하는걸까요? 아니면 미움보다 더한 무관심하면 될까요?
    폭행과 사랑의 매는 구분지어야겠지만, 개인이기주이가 만연한 현재에서는 선생들이 설자리가
    없는게 현실이겠네요.. 물론 저는 선생님들과 같은 직종은 아니지만 전 예전 학생시절 때리면
    약간의 엄살을 부리면서 맞을건 다맞고 자란세대입니다. 그래도 선생님들을 모라고 하지 않은건
    나름데로의 판단과 존경심 때문입니다.
    요즘애들 선생님이 뭐라고 하거나 폭력적인 비주얼이 나오면 바로 폰카로 찍어서 인터넷 올리는
    세상입니다. 좀 막막합니다.

    부디 건강한 생각을 가진 선생님과 좀더 윗사람에게 존경을 할줄 아는 아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맘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0.12 17: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저도 선생님 말씀처럼 그렇게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도록 애도 쓰고 싶습니다. 진짜로.....

  3. Favicon of http://blog.daum.net/park2848048k 박씨아저씨 2009.10.12 1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초등학교때 슬리퍼로 뺨 맞았습니다.
    정말 맞고나면 볼이 벌겋게...
    지금 생각하면~~~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0.12 1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본 경험 자랑하자면 저도 크게 밑지지는 않을 것입니당 하하. 그래도 실은 제가 그리 많이 맞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

  4. Favicon of http://timshel.kr 괴나리봇짐 2009.10.12 1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중학교 때는 선생님이 말썽부린 아이를 불러내서 바지를 내리게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팬티까지 다 내린 거죠.
    얼굴이 붉어져서 어쩔 줄 모르던 그 친구 몸짓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네요.
    그 엄청난 폭력도 그 당시엔 그저 상대적으로 가혹한 처벌 정도로만 여겨졌으니,
    집단이 갖는 무의식이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0.12 1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만, 하나는 폭력이고 하나는 장난이지만. 저는 학교 운동장에서 중학교 3학년 체육 시간에 여자 선생님이 지나가는 때를 맞춰서 말썽꾸러기 제 친구가 체육복 바지랑 속옷을 한꺼번에 내리는 바람에 억수로 무안했던 기억이 있습니당~~~ 하하하.


      그나저나, <집단이 갖는 무의식이 참 잔인하다>,, 진짜 탁견(卓見)이십니다.

  5. Favicon of http://sapientis.tistory.com 백두대간 2009.10.13 0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없습니다.
    솔직히 선생님이란 호칭 자체에도 거부감이 있죠.
    그냥 지식 전달자의 의미인 '교원'으로 바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승 사가 들어가는 교사도 과분하다고 생각하는거죠. ㅎㅎ
    선생다운 선생을 못 만났기 때문이겠죠.
    성장하고나서야 '치맛바람'이라는걸 알고 씁쓸해하긴 했지만요.

    사실 존경할만한 선생님이 있긴 있었어요.
    무자비하게 몽둥이질하던 선생님이었는데 왜 존경하냐면
    이 분은 몽둥이질하는데 예외가 없었거든요.
    치맛바람에 따라 골라서 차별하는 경우가 없었다고 생각했었어요.
    어린 마음에도 ㅎㅎㅎ 참 안쓰러운 시절이었죠.

  6. 그런깜냥 2009.10.13 0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서든 폭력은 폭력일 뿐이겠죠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9.10.13 17: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습니다. 폭력은 폭력일 뿐인데, 그 폭력에 대한 덧칠이 다를 뿐입니다. 이를테면 선생의 폭력은 지도/훈도의 매로 둔갑을 하고 어버이의 폭력은 사랑의 매가 되지요. 그런 덧칠 걷어내기가 사실은 아주 필요합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