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신라 황룡사터를 뒤덮은 코스모스 물결

기록하는 사람 2009. 9. 2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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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한들'이라는 우리말 단어 아시나요? 국어사전에 찾아보니 '[부사] 가볍게 이리저리 자꾸 흔들리는 모양.'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 부사가 오직 코스모스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어릴 적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요즘의 초등학교) 가는 비포장 도로 옆에 코스모스가 길게 피어있었는데요. 등·하교 때마다 어깨에서 대각선으로 책보를 맨 채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던 기억이 워낙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김상희라는 가수가 불렀죠? 한번 불러볼까요?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 김상희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하지만 이후로는 당시의 그런 정취를 떠올릴만한 코스모스 군락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9일 거다란닷컴의 커서, 테레비저널의 파비 님과 함께 경주 황룡사 터를 찾았을 때였습니다. 커서 님과 파비 님이 황룡사 터를 향해 부지런히 걷고 있는 동안 저는 왼쪽의 밭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코스모스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곳도 황룡사 터에 속했던 지역인데, 이후 농민들이 논밭으로 경작을 해오다 현재는 나라에서 매입해 공터로 두고 있는 듯했습니다. 가는 길에 경작금지 펼침막도 걸려 있었습니다.

정말 지금까지 제가 봤던 코스모스 군락지 중 가장 넓었습니다.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한들한들' 피어있는 정도가 아니라 '흐드러지게' 피어 있더군요. 모자라는 실력에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코스모스 초원을 찍어봤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그 아래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저를 수십 년 전의 국민학생 시절로 되돌려놓았습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경주 분황사와 황룡사 터를 찾는 분들은 이 코스모스 군락지도 꼭 보고 오시기 바랍니다.

저 멀리 코스모스 밭이 보이시나요?


코스모스는 여기까지입니다. 아래는 황룡사 터입니다. 비록 지금 절은 모두 소실되고 없지만, 주춧돌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모습 그대로 복원해도 좋겠지만, 이대로 두어도 오히려 상상력을 보탤 수 있어 당시 신라인의 숨결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는 듯했습니다.(황룡사 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커서 님이 쓴 글 참조 : http://geodaran.com/1377)

강아지풀도 제가 어릴 때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던 친숙한 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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