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처음 가보는 사람이 남산 서울타워나 63빌딩 전망대를 찾듯, 대개 낯선 곳을 방문하게 되면 그 지역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찾게 마련입니다.
일본의 수도 도쿄를 찾는 관광객들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저도 두 번을 다녀왔는데, 갈 때마다 공짜 전망대인 도쿄도청에 가봤습니다. (도쿄 타워는 돈을 받는다고 해서 못 가봤음 ㅠㅠ;)
가 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사실 도쿄도청 전망대는 공짜라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볼 게 없습니다. 오히려 도쿄라는 도시에 대한 실망만 느끼게 된다고 할까요?
일단 도쿄도청 전망대에서 본 도쿄의 밋밋하고 삭막한 모습부터 한 번 보실까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산도 바다도, 강도 없이 그냥 빼곡한 건물뿐인 도쿄를 확인하게 되는 곳이 도쿄도청 전망대였습니다. (물론 오다이바 해변 쪽에 가면 경치가 좀 볼만 합니다만, 도쿄도청에서는 거기까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정상까지 이렇게 데크가 이어져 있습니다. 아래로 보이는 곳이 마산의 동쪽, 팔용산과 진해방향입니다.
45층 202m의 높이라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빌딩도 못지 않게 높은 게 많아 시야를 가리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두꺼운 유리창마저 가로막고 있어 답답한 느낌도 듭니다.
그런데, 엊그제 제가 사는 경남 마산, 그 중에서도 바로 우리동네에 있는 산호공원에서 적어도 도쿄도청에서보다는 월등히 뛰어난 전망대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보면 바로 코앞에 보이는 곳인데도, 약 10년 동안 이 공원의 가치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토호세력들이 이름이 새겨진 비석이나 석물이 유난히 많은 공원이라는 선입견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래 전에 한 번 가본 기억으로는 별로 볼거리도 없고, 쉴 곳도 마땅찮은 곳이라는 인상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련 글 : 이젠 독재의 증거물이 된 '국민교육헌장')
그러나 회사에서 휴직을 받아 아침 산책삼아 다시 찾은 산호공원은 제가 알던 그곳과 사뭇 달라져 있었습니다.(관련 글 : 미처 몰랐던 동네 공원의 아름다움) 특히 이 동네공원의 꼭대기에서 보는 마산 시내의 전망은 도쿄도청에서 보는 그것과 비교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 공원의 꼭대기 높이는 얼마나 될까요? 놀라지 마십시오. 고작 85m밖에 안 됩니다. 해발 85m에서 마산시가지를 사방으로 다 조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산호공원의 위치가 마산의 한가운데쯤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산호공원 꼭대기 데크 전망대에서 본 마산시내를 한 번 보실까요?
위 사진은 정상에서 남쪽으로 본 풍경입니다. 저 멀리 마창대교가 보이고, 바닷가의 아파트와 대우백화점도 보입니다. 마산 어시장 쪽입니다.
좀 더 자세히 볼까요?
마창대교를 놓고 왼쪽은 창원시 삼귀동이고, 오른쪽은 마산시 가포동입니다. 오른쪽에 제일 높아보이는 건물이 지금 한창 짓고 있는 마산만 아이파크 아파트입니다. 바다 전망을 가린다는 시민들의 비난이 많은 건물이기도 하죠.
카메라 줌을 당겨 마창대교를 좀 더 가까이 보이도록 찍어봤습니다. 산호공원 전망대에서는 이처럼 카메라 줌을 이용해볼 수 있는 아기자기함이 있습니다. 그러나 도쿄도청에서는 줌이나 망원을 써볼 필요가 없는 삭막한 빌딩만 가득할 뿐이죠.
마산만 아이파크 아파트도 좀 더 당겨봤습니다. 그 뒤에 있는 제법 큰 건물이 대우백화점 마산점인데요. 한 때 한강 이남에서는 제일 큰 맘모스 빌딩이라고들 했는데, 아이파크가 앞을 가려버렸네요.
오른쪽 무학산 방향으로 약간 틀어봤습니다. 추산동 노비산도 보이고 무학산 학봉도 보입니다. 무학산 아래에도 한창 벽산아파트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네요. 바로 발 아래 보이는 도로는 육호광장입니다. 1987년 6월항쟁 때 시위군중들이 이곳을 거쳐 마산운동장과 수출자유지역쪽으로 향했습니다.
북동쪽으로 더 돌아보니 양덕동 한일합섬 공장이 있던 자리에는 태영건설과 한림건설 컨소시엄으로 메트로시티 아파트공사가 한창입니다. 저 뒤쪽으로는 구암동 뒷산과 좀 더 오른쪽엔 팔용산도 보입니다.
마산만 아이파크와 무학산 벽산, 그리고 양덕동 메트로시티처럼 자꾸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 무학산과 마산만, 팔용산 조망까지 가려버리면 마산도 도쿄처럼 밋밋한 빌딩숲만 보일 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서울 남산처럼 산호공원에 전망타워라도 세워야할까요?
바로 마주보이는 산이 팔용산입니다. 산너머는 창원시입니다. 가운데에 보이는 아파트는 바로 제가 사는 삼성타운아파트입니다.
마산 구경 잘 한 뒤 이런 데크를 타고 하산하면 됩니다. 어떤가요? 85m 동네공원이 202m 도쿄타워보단 훨씬 가치있지 않나요?
흐흐흐, 우리 아파트 뒷 베란다에서도 바로 보이는 공원이 바로 산호공원이랍니다. 아래 사진이 우리 집에서 찍은 산호공원 정상 인증샷입니다.
비록 85m의 얕은 동산이지만 산호공원이 마산의 중간에 있다는 것은 아래 다음지도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그나 저나 20년만의 휴직이 저에게 많은 것을 발견하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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