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9년간 진주시 외곽의 한 산골짜기에 암매장돼 있던 54구의 집단학살 희생자 유골이 마침내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들 유골은 또다시 갈 곳이 없어 떠돌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국가에 의해 억울하게 학살당했지만, 국가가 그 안식처를 마련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3일에도 이 블로그를 통해 알려드렸듯이 진주시 문산읍 상문리 진성고개에서 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가 무더기로 발굴됐습니다.

▷관련 글 : 김주완 '기자정신(?)' 많이 죽었다
▷관련 글 : 학살 암매장 유골, 발굴해도 갈 곳이 없다
▷관련 글 : "겨우 찾은 아버지 유골 모실 곳이 없네요" 

어제(30일) 오후 2시 이들 유해에 대한 현장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설명회에 많은 보도진이 다녀갔지만, 발굴된 유해의 안치 문제를 짚어준 언론은 없더군요.

발굴현장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만난 성증수(87) 할머니입니다. 다리가 아파 땅바닥에 퍼질러 앉은 채 쉬고 계셨습니다.


저는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뒤늦에 발굴된 데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라, 이렇게 어렵사리 발굴된 유해이건만, 다시 가족 품에 안길 수 없는 현실 때문입니다.

발굴된 유해와 유족들의 DNA 감식을 통해 가족여부를 확인하는 게 일단 불가능합니다. 국방부가 하고 있는 6·25전사자 유해발굴의 경우, 많은 예산을 들여 유전자 감식을 하고 있지만,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해는 예산이 없어 감식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드러난 54구의 희생자 유해.


또한 전사자 유해는 국립묘지에 안장되지만, 학살 희생자 유해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11년까지 한시적으로 임차한 충북대 임시안치소로 가야 합니다. 문제는 유족들이 어렵게 되찾은 유해를 또다시 타향객지로 보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다, 설사 그리로 보낸다 하더라도 2년 뒤에는 또다시 갈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아니 그 전에 먼저 진실화해위원회가 내년에 해체됩니다.


그래서 유족들은 진주시 외곽에 터를 구해 유해를 안치할 추모공원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주지역 민간인학살 유해는 지난 2004년 태풍 루사로 산사태가 나면서 드러난 163구와 이번에 발굴된 54구를 합쳐 217구로 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추가발굴까지 감안하면 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군데군데 M1 탄피도 함께 발굴되었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비관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족들에 대한 사과를 했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적지 않은 관심과 지원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태도가 확 바뀌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국군이 제 나라 국민들을 재판도 없이 죽여놓고, 60년이 다 된 지금까지 나몰라라 하는 나라를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한국전쟁 전후 이승만 정권에 의해 학살된 우리 국민이 최소한 수십 만 명입니다. 이런 나라 국민이라면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나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일제의 각종 만행을 비난할 자격도 없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반복됩니다. 이런 천인공노할 반인권 범죄를 해결하지 못하면 광주학살, 용산학살과 같은 국가범죄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여러분, 누리꾼 여러분이 힘을 보태주십시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저는 믿습니다.

아래는 제가 오늘(31일)자 저희 신문에 쓴 기사입니다. 참고하시라고 올립니다.


"두 명씩 묶은 채 한 발씩 정조준 학살"

지난 10일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진주시 문산읍 상문리 진성고개 가늘골의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해는 최소한 54구였으며, 이들은 2명씩 묶인 상태에서 1발씩 정조준 총살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현장에는 한국전쟁 당시 국군이 사용했던 M1 탄피 41점과 권총 탄피 3점, 탄창 1개가 흩어져 있었다. 당시 민간인이 흔히 사용하던 허리띠 또는 버클 11점과 38짝의 구두 및 작업화, 플라스틱 단추, 칫솔 등이 발견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와 경남대박물관 유해발굴팀(책임연구원 이상길 교수)은 30일 오후 2시 현장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현장을 공개했다.

유해는 2명씩 서로 팔이 교차되도록 뒤로 손목이 묶인 채 1열에 4~8명씩, 총 9열 횡대로 앞사람의 발목 근처에 엎어진 상태였다. 탄피의 수로 보아 1명당 1발씩 정조준하여 순서대로 사살한 것으로 보였다. 유해 중 간혹 두개골이 심하게 파손되었거나 이빨이 주변에 흩어진 것으로 보아 머리에 총탄을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도 있었다.


현장감식 결과 대체로 20~30대 남성들로 파악됐으며, 유품과 복장 상태로 보아 1950년 7월 말 인민군이 진주를 함락하기 직전에 학살된 보도연맹원 등 민간인으로 추정된다.

이상길 교수는 "당시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버스 1대와 트럭 2대 등 모두 3대의 차량이 문산읍을 통과하여 이곳으로 왔으며, 그 중 한 대는 지금의 국제대학을 막 지난 까치골 입구, 또 한 대는 이곳 가늘골(아랫법륜골), 나머지 한 대는 200m쯤 더 위쪽인 윗법륜골 깊은 골짜기에서 학살이 자행됐다"고 말했다.

발굴팀은 윗법륜골에 대한 발굴작업도 곧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추가로 50~100여 구가 더 발굴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렇게 발굴된 유해를 어떻게 보관·안치하느냐는 것이다. 당장 진주유족회(회장 강병현)와 대책위(상임대표 김태근)는 진실화해위가 충북대에 설치해놓은 임시안치시설로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59년동안 구천을 떠돌던 원혼을 이제야 찾았는데, 또다시 타향 객지로 보낼 순 없다는 것이다.

강병현 회장과 김태근 상임대표는 "경남도와 진주시에 추모공원 건립을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만일 그게 안되면 유골을 안고 도지사실에서 농성이라도 벌이겠다는 게 유족들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유족회 강병현 회장은 터져나오는 울음 때문에 인사말을 끝맺지 못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진실화해위 김동춘 상임위원도 "우리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남은 과제는 역시 유족과 지역사회의 몫"이라며 "지역사회 관계자들과 공무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은 이어 "형무소 재소자 학살사건에 이어 조만간 보도연맹 사건에 대해서도 진실규명 결정이 있을 것이며, 과거사재단 설립과 배·보상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며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한편 이번 발굴로 진주지역 민간인학살 유해는 지난 2004년 마산시 진전면 여양리에서 발굴돼 경남대에 임시보관 중인 163구와 함께 모두 217구로 늘었으며, 윗법륜골에 대한 추가 발굴로 갈곳 없는 유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글 : 사진과 영상으로 보는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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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진주시 문산읍 | 민간인학살유해발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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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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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31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blog.daum.net/mylovemay 실비단안개 2009.07.31 1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고하셨습니다.

    무서운(?) 한 사람 때문에 나라꼴이 엉망입니다.
    예산이 없어 감식 자체가 어렵다고 했는데요, 쓰잘데기없이 강 정비와 계곡 파괴하지말고, 예산을 편성하면 안될까요?

    김주완 기자님께서 아고라에 청원을 하세요. 청원을 해서 이루어지면 대대적으로 모금운동을 하는 겁니다. 해서, 유가족의 눈물을 조금이나마 닦아주면 좋겠습니다.
    (청원을 한 후, 포스트마다 링크를 걸고, 이웃도 동참하고 - )

    답답하군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기록하는 사람 2009.07.31 12: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의견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건 민간모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국가범죄의 책임자는 국가이고, 그 해결의 의무도 마땅히 국가에 있습니다.

      그걸 위해 국민의 힘으로 당당히 요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3. 맹그로브 2009.07.31 1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나라의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는것을 이번에도 다시 한번 꺠닫습니다...

    저렇게 비명횡사했는데도 묘지하나 마련해 줄 수 없다는 국가폭력에 귀중한 목숨까지

    빼앗겼는데.. 유가족들에게 사과는 커녕...

    마음이 넘 아픕니다.. 요즘 한국 근현대사 공부를 나름대로 하고 있는데

    다신 이런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노력을 많이 해야할것 같네여....


    어르신들 넘 고생들 많으십니다... 쭉 관심있게 지켜보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blog.naver.com/indisha indie 2009.07.31 1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물이 왈칵 올라옵니다...
    희생당한 분들, 그리고 그 가족들...
    대체 어디에 대고 하소연하고, 어디서 위로 받아야 하는 걸까요?
    보상은 커녕 유해 모실 자리도 마련해주지 않으려는 상황이 너무 속 상하네요...

  5. Favicon of http://www.semiye.com 세미예 2009.07.31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하루속히 상처가 치료되어야 하는데 답답하군요.
    새로운 기능들 많이 다셨네요. 부럽습니다.

  6. zeus 2009.07.31 2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도련맹이라면 빨갱이쉐키들인데 뭘 어쩌라고 당시 교도소에 갇혀있던 빨갱이쉐키들과 중 범죄자들을 그럼 풀어주고 후퇴 하란 말인가 어느나라에서나 이런 경우 즉결처분 한다 국가의 적이고 중범죄자들인데 당연히 죽여야지 그들의 잔인한 죄상은 덮어두고 걍 민간인이라고 하면 지금 젊은이들은 국가가 죄없는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것으로 알려지는데 이건 아니지 당시 경남과 즐라도에는 보도련맹이나 각종 위원회나 동맹위원회등 빨갱이쉐키들이 너무 많아서 모조리 붙잡아 가뒀다가 후퇴할때 모조리 즉결 처분 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의하여 한 일이다 그들은 죄없는 민간인이 아니고 중죄인들이였다 전쟁중에 그런자는 어느나라에서도 즉결사형을 한다

    • 메로니아 2009.08.01 0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서 일본이 전투에 져서 후퇴할때 포로와 위안부들을 학살한거냐?

      ㅉㅉㅉ

  7. 뉴요커 2009.08.09 14: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그렇게 과거에 집착하죠?그래서 언제 잘살죠? 국가가 뭐 신입니까?이거 말고도 할일 너무 많은 복잡한 나라가 한국인데 한국사람들 아직도 미국보다 더 언론의 자유가 커의 국가 테러범 수준으로 많은데도 그리고 시위수가 그것도 삼삼오오 모여서 나라 일 망치려고 하는 시위가 세계 제 1위인데도 민간단체 설립해서 인근유지들이 기념비도 만들고 이 사건에 대한 애도의 글도 작성하고 그러면 되는데 왜 정부 그리고 민주주의 운운 하죠???정부가 해결해 달라고 하는 시위가 너무 많이 있읍니다.다른 나라는 안 그러는데 이렇게 까지 된거는 아직도 한국은 냉전사상의 민주주의에 있는 전쟁6.25를 막치른 나라 같아요..그리고 현 정권을 비방하는 그 삼삼오오 시위대가 아니면 야당이 이제 완전히 도가 지나쳐서 이런거까지 잡고 늘어질려 하는거 같아 한심하군요.ㅇ노 무현이 이런데 시간이 있었단 말입니까?아 그래서 그사랍은 우리나라의 국익에 그렇게도 기여할 시간이 없었나 봅니다.이명박 다른나라 대통ㅇ령들이 실력 더 알아 줍니다.노무현 아마.자살한거때문에 그나마 기억날 겁니다.it's shame factor to be remembered....

  8. Favicon of http://kimchangkyu.tistory.com/672 죽지 않는 돌고래 2009.09.02 1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립운동가 였음에도 이승만 정권이 학살한 증조부를 가진 유족입니다. 이런 기사를 계속해서 써 주시는 분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아직은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위 뉴요커나 제우스의 글을 보니 정말로 한심하고 또 한심하여 피가 솟구칩니다. 보도연맹사건에 관련된 대부분의 피해자는 아무 잘못없이 국가에 의해 살해된 사람입니다.

    당신들의 아버지가 아무 죄도 없이 끌려가 살해되고 이유는 빨갱이라고 붙인다면 당신들은 견딜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유골까지 박살내 버린다면 지금과 같은 댓글을 달고 있을까요? 제우스님, 뉴요커님. 제가 왠만해선 이런 말을 안하는 사람인데 당신들은 정말 반성해야 할 듯합니다.


    아무 죄도 없는 부모님 머리에 총알이 관통하는 심정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지금과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면 저는 조용히 물러나겠습니다.

  9. 나그네 2017.09.21 0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뉴요커나 제우스 같은 넘들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개망한다 쓰레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