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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16

아들과 함께 지리산으로 떠납니다

아내가 10박 8일 일정으로 유럽과 지중해 캠프를 떠났습니다. 어제 아들녀석과 둘이서 영화 아바타를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아들녀석에게 "아버지와 둘이서 어딜 간다면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라고 물어봤습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아들녀석은 "지리산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산청 거림골로 떠납니다. 거기서 하룻밤을 묵은 후, 내일 아침 거림-세석-삼신봉-불일폭포-쌍계사 쪽으로 산행을 할 계획입니다. 내일 밤도 쌍계사 쪽에서 묵고 올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모처럼 아들녀석과 하는 산행도 괜찮을 것 같네요. 다녀와서 자세한 소식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를 때보다 바라볼 때가 더 멋진 지리산

1. "달궁 마을에 살았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옆으로 보나 온통 산. 여기서 나고 자라 세상이 다 이렇게 생긴 줄 알았는데 밖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여기가 산 중의 산 지리산이라고 했다. 관심이 없다가 그 사람들이 봉우리를 꼽아줘서 이름도 알았다. …… 올라본 적은 없다. 만날 나물 따고 송이 따러 가는 길이 온통 산인데, '산에 놀러 가라'는 내게 천부당만부당이었다." "별명을 가진 논들도 있다. 옛날 어느 농부가 자기 논을 세어 보았는데 하나가 모자랐다. 그는 갸우뚱거렸다. 벗어놓은 삿갓을 집어들었더니 그 속에 논이 숨어 있더라 하여 '삿갓배미'다. 물론 피아골 논만 대단한 예술품일 리 없다. 완만한 구릉이든 까마득한 비탈이든 계단식 논들은 모두 먼 옛날 누군가의 첫 손길로 깎이고 셀 수 없이 많..

지금 관광이 녹색산업이라고?

1. 생태를 망가뜨리는 관광 '철쭉제를 위하여 사람들은 산 정상까지 길을 내고, 늪의 가장 깊은 곳에 우물을 팠습니다. 일주일만에 10만의 인파가 다녀간 후 아름답던 화엄벌은 마치 겁탈당한 소녀처럼 흐트러져 버렸습니다. 눈물이 많은 저는 화엄벌과 베어진 산을 보며 그냥 울기만 했고, 어느 때는 울기 위해 산에 갔습니다. 소리 없는 슬픔은 그렇게 제게 왔고,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면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독한 마음이 일어 산과 거리를 헤매 다녔습니다.' '천성산 문제를 통해 제가 느끼는 본질적인 문제는 이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거짓되고 박명한 사랑으로, 그 본질은 이 사회 권력의 구성원들이 공익과 다른 사람의 아픔에 도덕적으로 무감각하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권모와 술수가 정치적인 능력으로 인정받는 이 사회..

산골 담벽에는 어떤 광고가 있을까

지리산 기슭의 경남 함양군은 산골이 깊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지리산과 덕유산이 걸쳐 있는 이곳은 1950년 6.25전쟁이 나기 전부터 빨치산 활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바람에 군경토벌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학살이 발생된 곳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 지역 주민들은 그런 지리산이 원망스러웠던 나머지 '지리산을 통째로 떠서 동해바다에 빠뜨려버리면 좋겠다'는 푸념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란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지 못한 채 산골짜기에 노인들끼리 모여 살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99% 도시로 떠나고 없습니다. 노인들만 사는 산골마을 담벽에는 어떤 광고들이 있을까요? 우선 간첩 신고 구호입니다. '꾸준히 살펴보고 제 때에 신고하자'는 말은 신분을 위장한 채 주민들 속에 숨어 살..

가본 곳 2009.02.04

"왜놈 순사보다 경찰이 더 무서웠어요"

일제 강점기의 징병과 징용, 그리고 해방 직후의 미 군정과 좌-우익 대립, 한국전쟁과 빨치산 토벌 등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온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인 말씀이 하나 있다. 인민군보다 더 무서운 게 빨치산이었고, 빨치산보다 더 무서운 건 지방좌익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빨치산이나 지방좌익보다 훨씬 무서운 건 대한민국 경찰이었다고 한다. 특히 해방 공간과 한국전쟁 전후 시기의 대한민국 경찰은 일제 강점이의 왜놈 순사보다도 더 악독했다는 게 어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였다. "가히 경찰이 빨갱이를 만든 거라!" 그 때문에 선량한 양민들이 경찰의 각종 악행에 견디다 못해 스스로 빨치산에 입산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지리산 기슭의 어른들은 증언한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의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구술 증언 한 ..

지리산 아래에서 만난 가을(秋)

지난 13일 경남 함양에 출장 간 김에 찍어온 사진들입니다. 이렇듯 농촌은 벌써 가을 기운이 완연합니다. 어떻습니까? 가을 냄새가 좀 나는 것 같나요? 저녁 어슴프레한 무렵에 함양군 읍 구룡리와 마천면 구양리 사이에 걸쳐 있는 오도재의 지리산조망공원을 찾았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확 찬기운이 느껴지더군요. 마치 으슬으슬한 초겨울의 기온이었습니다. 이렇게 가을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습니다.

가본 곳 200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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