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나온 시집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현을 예견한 듯한 시(詩)가 눈에 띄었습니다. 양산에 사는 최종진 시인이 펴낸 (초판)입니다. 83쪽에 '한반도(2)-만불시대'라는 제목을 달고 실려 있는데요, 생태를 감싸 안고 분단을 밀쳐 내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네요. 고도성장을 축하하는 물고기 떼죽음의 수중무용제 소비를 부추기는 유혹의 눈빛이 매연으로 찌든 도시를 밝히고 세기말의 흐릿한 이정표는 손 들어 표할 힘을 잃었다 땀 흘려 피워올린 횃불은 한반도 구석구석 골고루 비추는가 휴전선이 야금야금 복지를 갉아 먹는 분단의 곳간은 쥐들의 세상 서로의 반쪽을 인정하지 않는 깨어진 독에 종일 비가 내린다 지금 눈으로 보면 '세기말의 흐릿한 이정표' 같은 표현은 이미 상투(常套)가 됐습니다. 그래서 산뜻하고 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