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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14

8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을 예견한 시(詩)

8년 전 나온 시집에서, 이명박 정부의 출현을 예견한 듯한 시(詩)가 눈에 띄었습니다. 양산에 사는 최종진 시인이 펴낸 (초판)입니다. 83쪽에 '한반도(2)-만불시대'라는 제목을 달고 실려 있는데요, 생태를 감싸 안고 분단을 밀쳐 내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네요. 고도성장을 축하하는 물고기 떼죽음의 수중무용제 소비를 부추기는 유혹의 눈빛이 매연으로 찌든 도시를 밝히고 세기말의 흐릿한 이정표는 손 들어 표할 힘을 잃었다 땀 흘려 피워올린 횃불은 한반도 구석구석 골고루 비추는가 휴전선이 야금야금 복지를 갉아 먹는 분단의 곳간은 쥐들의 세상 서로의 반쪽을 인정하지 않는 깨어진 독에 종일 비가 내린다 지금 눈으로 보면 '세기말의 흐릿한 이정표' 같은 표현은 이미 상투(常套)가 됐습니다. 그래서 산뜻하고 피어나..

엄마 팬티 소재로 시(詩) 쓰는 재주

세상에 시나 소설을 쓰는 데 글감으로 무엇을 쓰면 안 된다고 제한돼 있지는 않지만, 어머니 팬티를 소재 삼아 쓴 시는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보니까 참 재미가 있습니다. 분홍 꽃 팬티 어머니 병원 생활하면서 어머니 빨래 내 손으로 하면서 칠순 어머니의 팬티 분홍 꽃 팬티라는 걸 알았다 어머니의 꽃 피던 이팔청춘 아버지와 나눈 사랑의 은밀한 추억 내가 처음 시작되는 그곳 분홍 꽃 팬티에 감추고 사는 어머니, 여자라는 사실 알았다 어느 호래자식이 어머니는 여자가 아니라고 말했나 성(性)을 초월하는 거룩한 존재라고 사탕발림을 했나 칠순을 넘겨도 팔순을 넘겨도 감추고 싶은 곳이 있다면 세상 모든 어머니는 여자다 분홍 꽃 팬티를 입고 사는 내 어머니의 여자는 여전히 핑크빛 무드 그 여자 손빨래하면서 내 얼굴 같은..

시집(詩集)에 어린 학살의 그림자

저랑 같이 팀블로그를 하고 있는 김주완 선배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과 ‘일본군 위안부’ 전문기자라 할만합니다. 최근에 올린 관련 글만 해도 목록이 이렇습니다. “아버지, 이제야 60년 한을 풀었습니다”, 학살 유족 “지리산을 동해에 던지고 싶었다”, 한국군 민간인 학살, 60년만에 진실규명 결정, 이스라엘군 민간인 학살, 한국군 학살은? 이런 글을 보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시집(詩集)을 하나 꺼내 읽어도 학살과 관련되는 작품들에 눈길이 한 번 더 가곤 합니다. 참 꿀꿀한 노릇입니다. 올해 들어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든, 오하룡 시인의 시집 에서도 그런 시를 몇 편 만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고 뜻도 잘 알 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먼저 ‘곰절 골짜기’입니다. 곰절은, 창원..

“이 비싼 향수로 오늘 밤 유혹해 봐?”

옛날 옛적 20년도 넘은 오랜 옛적에, 노동과 자본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서로 다르다고, 다를 수밖에 없다고 저는 배웠습니다. 이런 얘기는 80년대는 물론 90년대 중반에까지만 해도 그럴 듯하게 맞았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 지나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87년 대투쟁을 거치면서 창원공단 거리를 휩쓸던 자전거 무리는 금세 오토바이 떼로 바뀌었고, 그러다가 90년대 초반 지나면서는 죄다 자동차로 넘어갔지요. 또 같은 즈음에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엄청 뛰는 난리 '부루스'도 한 바탕 일어났더랬습니다. 그 즈음 공단 통근버스들도 자취를 감추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동자 대다수가 다 같이 가난한 시절은 이 때 다했습니다. 노동자들 사이에서조차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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