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임은 틀림이 없는데, 이에 더해 마음이 여린 사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함께 듭니다. 아주 친한 동갑내기인데, 물건 사러 동네 슈퍼마켓 갈 때 다른 가게 비닐 봉투를 들고 가지 못합니다. 가게 주인이 언짢게 여길까봐서 말입니다. 그 친구 사는 아파트 둘레에는 슈퍼마켓이 세 개 있는데 다들 규모가 비슷비슷하다고 합니다. 아주 작으면 상호가 찍히지 않은 까만 비닐 봉투를 그냥 쓸 텐데 그보다는 크다는 얘기지요. 이 친구는 그래서 ㄱ슈퍼 갈 때는 ㄱ이 새겨진 비닐 봉투를 들고 가고, ㄴ이나 ㄷ슈퍼 갈 때는 해당 가게 이름이 새겨진 비닐 봉투를 챙겨 가는 식이랍니다. 왜 그리하느냐 물었더니, 세 군데 다 자기가 그 가게 단골인 줄로 알 텐데, 다른 가게 비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