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김주완 선배와 달리 먹는 데서 크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하하, 좀 이상하죠? 어쨌거나, 그 뿌리를 더듬어 보니까 할아버지 영향이 아주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적에 할아버지한테서 들은 말씀이 이렇습니다. "반찬은 밥을 먹을 정도만 되면 그만이다." "밥도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시장기를 감출 정도면 됐다." 어머니한테는 이런 명령을 내리신 적도 있습니다. "김치는 반 쪽으로 밥 한 술 뜰 수 있을 정도로 짜게 담가라." 어머니 아버지도 비슷하셨습니다. "음식 맛을 탐하면 안 된다, 사람 도리가 아니다. 없는 사람 생각도 해야 한다." 옛날에는 그랬겠지요. 식은 보리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시절이었으니까요. 이렇게 해서 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체질로 길들여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