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쓴 조재현은, 태어난 1970년부터 지금까지 약력을 죄다 ‘공간’에 대한 기억으로 채웠습니다. 이를테면 “1977년 학교까지 꽤 멀고 복잡했던 골목길, 거대해 보였던 육교, 관제탑처럼 생긴 소방서의 탑, 피아노 학원으로 올라가던 좁고 어두운 직선 계단” 따위. 사람은 언제나 공간 안에 있거나 공간 밖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은, 특히 사람이 만든 공간을 떠나서는 존재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지요. 그런데도 공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공간에 담긴(또는 담은) 뜻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래서야 어떻게 제대로 듣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공간‘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사진과 건축과 그림과 영화를 즐길 수 있으며, 무대나 배경이 되는 무당집·여관방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