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야당도 '언론악법' 대안 내놓으면 좋겠다

기록하는 사람 2009. 6. 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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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부산MBC 시사포커스라는 토론프로그램을 녹화하는데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주제는 '미디어법 이제 어떻게 되나?'였습니다. (방송은 28일(일) 오전 8시10분이라고 하네요.)

김영일 신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사회를 봤고,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이진로 영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그리고 내가 함게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미리 패널별로 개별 질문내용과 질문순서를 정하지 않고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즉 사전 원고없이 진행된 토론회였죠.

100분 토론에 비할 순 없었지만…

지금까지 제가 출연해본 지역방송의 TV토론 프로그램은 늘상 사전에 개별 참석자별로 질문을 정해두고, 그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그러다보니 서울MBC의 백분토론에 비해 재미가 없고 딱딱했던 게 지역방송 토론프로그램의 한계였죠.

부산MBC에서 보내온 토론 기획서.


그런데 이번 부산MBC의 시사포커스는 사전에 기획의도와 대략적인 토론 내용만 메일로 보내준 후,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100분 토론처럼 격렬한 논쟁이나 의견충돌은 없었지만, 훨씬 자연스럽게 진행됐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나로선 새로운 경험입니다.

방송국에서 보내 온 기획의도는 이랬습니다.

여야 합의로 출범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미발위)가 합의를 보지 못한 채 결국 파국을 맞았다. 가장 핵심적인 여론조사를 두고 여야 위원간 대립하다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미디어법 처리 문제는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여는 표결 처리를 주장하는 반면 야는 결사 저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3차 입법전쟁이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연말부터 뜨거운 쟁점으로 남아있는 '미디어법'을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것인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나는 주로 신문기자, 그 중에서도 지역신문 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대략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신문이 방송에 얹혀사는게 선진화라고?

"나도 신문사에서 밥을 벌어먹고 있지만, 사실 종이신문은 이미 사양화에 들어선 것 같다. 조선, 동아, 중앙일보 같은 신문도 불법 경품이나 무가지 공세 없이는 이미 있는 독자마저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뉴미디어 시장 개척이나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하고, 정부도 신문산업 육성을 이야기하려면 그런 쪽에 지원 방안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말로는 '미디어 선진화'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뉴미디어 시장 개척과 진입을 못하게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내가 볼 땐 신문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도 이미 올드미디어에 속한다. 그런데, 정부는 그런 신문이 대자본을 끼고 방송에 얹혀서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쪽으로 법을 바꾸려 한다. 그렇게 하면 조중동이 생명을 좀 더 연장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게 신문과 콘텐츠 발전을 뜻하진 않는다. 오히려 뉴스콘텐츠 생산구조의 국제화나 선진화에서 세계에 뒤떨어지게 된다."

부산MBC 시사포커스 스튜디오.


"지역 이야기가 나오니 열받는데, 한나라당 안대로 법이 바뀌면 지역신문과 방송은 서울지역 언론의 계열사는 커녕 지국(보급소) 정도로 전락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렇잖아도 내부식민지나 다름 없는 지역은 아무런 독자성을 갖지 못하고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서울지역 신문, (나는 중앙지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전국지란 말도 안 쓴다. 내가 볼 땐 서울에 있는 신문은 서울지역 신문일 뿐이고, 방송도 서울지역 방송이다.) 서울지들은 서울 이외 지역을 엽기적인 사건이나 사고만 발생하는 곳쯤으로 취급한다. 그 외에는 서울 사람들의 먹을 거리나 볼 거리를 제공하는 곳으로만 본다.

솔직히 지역에 지역경제라는 게 있느냐. 요즘은 골목골목에 있는 구멍가게마저도 패밀리마트 같은 서울지역 업체들이 아이들 코묻은 돈까지 싹 쓸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신문이나 지역방송마저 서울에 종속되어버리면 지역의 독자성은 아예 없어질 것이다."

야당도 '대안 법안'을 내놓고 평가받아야 한다

"나는 민주당이나 야당, 그리고 언론노조에서도 한나라당 안에 대한 반대와 저지도 좋지만, 오히려 (공세적으로) 언론의 공공성을 더 강화한 진정한 개정법안을 내놓으면 좋겠다. 거기엔 뉴미디어 시대에 대비한 내용도 추가하고, 뉴스저작권 보호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정부투자기관, 공기업만이라도 뉴스를 합법적으로 구매하여 사용하는 내용도 넣고, 정부광고, 지자체광고에 대한 공정한 배정기준도 넣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한나라당 법안과 야당 쪽이 내놓은 법안, 이 두 개를 놓고 과연 어떤 법안이 더 좋은 것인지 따져보고 국민에게도 물어보면 좋겠다."


이렇게 제가 말했던 내용을 대충 떠올려 정리해봤는데, 과연 얼마나 조리있게 이야기했는지는 나중에 다시 모니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산MBC 앞마당에서 내려다본 광안대교.


녹화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선 주로 기자협회의 문제점이나, 경기도와 호남에 특히 난립해있는 사이비 지역신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되면 한 번쯤 포스팅해보겠습니다. 다만 사이비 지역신문을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고, 다른 참석자들도 대체로 동의했다는 것만 남겨둡니다.


"사실 사이비 신문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광고나 공고료 수입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자체 광고와 공고의 배정기준이 전혀 없다보니 그런 사이비신문을 먹여살리는 데 국민의 세금이 막대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야말로 독버섯에 비료를 주고 영양제를 놔주는 격이다.

이걸 정리하려면 현행 신문법과 지역신문발전법에 있는 지원대상 신문사 선정기준을 적용하여, 일정한 자격요건이 안 되는 신문에는 지자체는 물론 공공예산으로 지급되는 모든 광고 집행을 못하도록 하면 대부분 정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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