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한국현대사

개념찬 87세 할머니 "X승만이 다 죽였어"

기록하는 사람 2009. 6. 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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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진주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개토제가 진주시 명석면 사무소에서 열렸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경남대박물관(관장 이종흡)에 의뢰해 이상길 교수(고고학)팀이 발굴을 담당하게 됩니다.

개토제(開土祭) : 땅을 파기 전에 토지신에게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묘자리를 파는 것을 천광(穿壙)이라고 하는데, 이때 일꾼들이 땅에 술을 뿌리며 토지신을 달래는 의례를 말로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술, 과일, 어포, 식혜 등으로 제상을 차려 개토고사(開土告辭)를 읽는 것이 관례이다. [다음 문화원형백과]

이날 개토제에는 약 100여 명의 희생자 유족들이 참석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연세가 많아보이는 꼬부랑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이 할머니는 지난 5월 15일 구 진주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59년만의 합동위령제에도 참석하셔서 갑자기 제단에 올라 울부짖던 바로 그 분이었습니다. 당시 할머니는 지팡이를 흔들며 이렇게 절규했습니다.

"진주시장은 왜 와서 사과하지 않능기고! 경찰서장은 왜 안 와! 내 이런다꼬 잡아갈라면 잡아가라 이놈들아!" (관련기사 : "국가가 우리아버지를 죽였습니다")

지난 5월 15일 진주지역 민간인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예정에 없던 한 유족이 지팡이를 짚고 제단에 오르자 김태근 회장이 급히 부축하고 있다.


그 때 저는 이 할머니의 이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번 개토제가 끝난 후 할머니에게 다가가 성함과 사는 곳, 연세를 여쭙고, 누가 억울하게 희생당했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는 한국전쟁 개전 초기 친정아버지를 억울하게 잃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할머니는 당시 이승만 정권에 의해 암살 또는 처형, 의문사한 희생자들을 일일이 꿰고 계셨습니다. 그러면서 '이승만'을 'X승만'으로 칭하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일단 동영상으로 보시죠.

-이승만 씨가 국민을 많이 죽이기는 많이 죽였죠?
"많이 죽였지요. 그 한 사람, 몇 사람의 부귀영화를 위해서 그렇게나 국민을 이리 처형을 시키는 데가 어데 있습니까? 알란가 모를끼다 이 시대에는…, 송진우, 장덕수, 여운형, 또 그 김구 선생, 그분들은 알지마는 송진우 장덕수는 모를거요."

-압니다.
"알아요? 또 조봉암 씨, 신익희 선생, 그렇게 중앙의 라이벌들 다 죽이고, 그래갖고 나중에 촌에 골골이 말주변이나 하는 사람은 전부 다 찾아 다 죽였다 아이가. 그런 망할 인간들이 어디 있나."

-그러면 그 때 돌아가신 아버지 시신도 못찾으셨네요?
"못찾았지예. 찾았을 거 같으면 여기 왜 왔겠어."

-어디서 돌아가셨는지도 전혀 모릅니까?
"모르지예. 그 당시에 우리 할머니 연세가 그러니까 칠십 여덟이거든, 그 때 유월초하룻날 아침이 할머니 생일이라, 그래서 집안 사람들 모여 가지고 밥 자실 거라고 있는데, 딸 지서에서 와서 끌고 가버렸으니."

-그 때 아버지 연세가 몇 살이나 되셨습니까?
"아버지 그때 연세가 좀 많았어요. 한 오십 너이나 됐을끼라."

-그 당시 대부분 젊은 사람들, 30대, 20대가 많이 돌아가셨는데.
"우리 아버지는 그러니까, 진양군에서 옛날 학자라, 한학자…."

할머니는 지난 5월 합동위령제 때 진주시장이 참석해 영령 앞에 고개를 숙이고 술 한 잔 따라올리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토제에도 진주시장은 끝내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는 "진주시장이 X승만이 양아들인가 보지. 그러니까 겁이 나서 안 왔겠지."라고 비웃었습니다.

할머니의 성함은 성증수이며, 연세는 87세라고 하셨습니다. 진주시 일반성면에 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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