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블로그 컨설팅

민주노총 블로거 취재단, 아쉬운 점 세 가지

기록하는 사람 2009. 4. 2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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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노동절을 앞두고 블로거들을 상대로 '여론잡기'에 나섰군요. 지난 금요일(24일) 저에게 들어온 메일 중 민주노총 서경찬 미디어부장이 보낸 '노동절 블로거 취재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라는 게 있었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1. 올해 노동절은 노동자만의 대회가 아니라 농민,학생,서민,빈민,시민사회 등이 모두 함께하는 '세계 119주년 세계노동절 범국민대회'로 확대해 열리게 된다.

2. 조중동 등 보수언론을 비롯한 기존언론들의 판에 박힌 내용의 보도가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는 블로거들의 생생한 노동절대회 모습을 알리고 싶다.

3. 이를 통해 좀 더 네티즌과 블로거들에게 다가가는 민주노총이 되고자 한다.


그러면서 참가 신청 블로거에게는 취재비표를 발급하고, 블로거들이 만든 취재기사는 총연맹 홈페이지에 싣겠다고 합니다.

또한 "이른 시일 내에 블로거들을 모시고 노동운동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 메일을 받고, 얼마 전 부산지하철노조가 기획했던 블로거들의 장애인이동권 공동취재가 떠올랐습니다. 그건 개인블로거들이 쉽게 취재해볼 수 없는 신선한 아이템이었고, 그래서 블로거들의 호응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효과도 좋아서 모두 8명의 블로거들이 23건의 글을 생산했고, 총 4만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글 : 지하철노조가 블로거 8명을 초청한 까닭
※관련 글 : 블로그마케팅 측면에서 본 장애인이동권 취재

하지만, 노동절 범국민대회가 과연 취재비표가 없다고 해서 블로거들의 취재 접근이 어려운 것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이번 민주노총의 '노동절 블로거 취재단' 기획은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
, 민주노총이 이전부터 블로거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않고 있다가, 갑자기 노동절 행사를 앞두고 이런 걸 기획한 것은 아무래도 졸속이며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말미에 "이른 시일 내에 블로거들을 모시고…"라는 말을 덧붙인 것도, 사전에 그런 노력 없이 갑자기 이런 기획을 한 데 대한 민망함을 만회해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블로거들이 만든 취재기사는 총연맹 홈페이지에 실린다'는 것을 마치 해당 블로거들에게 혜택이라도 주는 것인양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블로거가 힘들여 생산한 콘텐츠를 펌질하여 총연맹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은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입니다. 저작권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퍼가도 시원찮을 판에, 선심이라도 쓰듯 퍼가겠다고 통보하는 것은 권위적인 자세를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만일 블로거들이 생산한 기사 중 꼭 총연맹 홈페이지에 싣고 싶은 게 있다면, 취재비 지원차원에서 몇 만 원이라도 원고료를 지급하고 콘텐츠를 구입하는 게 옳습니다. 블로거들도 땅 팔아 장사하는 게 아닙니다.

세째, 너무 행사에 임박하여 이런 기획을 했다는 겁니다. 좀 일찌감치 계획하여 사전에 각 지역별로 블로거들과 만나 행사 취지나 향후 투쟁계획 등에 대한 설명회(또는 간담회)라도 한다면, 블로거들이 취재방향이나 계획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될텐데 말입니다.

경남본부에서 온 공문.


어쨌든 오늘 민주노총경남본부에서도 경남지역 블로거들을 상대로 취재협조 요청 공문이 왔더군요. 5월 1일 창원 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리는 경남노동자대회를 블로거들이 취재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민주노총 본조나 지역본부에서 미디어 홍보를 담당하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먼저 민주노총의 활동가 여러분부터 블로그 운영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자기 블로그에 일방적으로 글만 올리지 마시고, 다른 블로그에 가서 댓글도 좀 다시고, 추천도 하면서 소통하는 법도 배우시기 바랍니다.

이런 아쉬운 점 때문에 노동절 행사 취재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를 계기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사회단체들이 블로고스피어와 좀 더 친숙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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