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우리동네에서 본 불황의 흔적들

기록하는 사람 2008. 11. 2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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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하는 회사는 마산시 양덕동에 있습니다.

이 일대에는 마산고속버스터미널도 있고, 신세계백화점과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 유통업체도 있습니다.

또한 마산에선 가장 고급에 속하는 사보이호텔도 있고, 약 5분 거리에는 마산종합운동장이 있으며, 경남도민일보와 마산MBC와 같은 언론사도 있는 그런 동네입니다.

이와 함께 마산 최대의 아파트단지인 메트로시티 건설도 한창 진행되고 있으며, 어린교오거리 옆에는 마산 유일의 도심공원이라 할 수 있는 삼각지공원이 있고, 마산자유무역지역(옛 수출자유지역)과 같은 공단은 물론 창신대학도 자리잡고 있는 그런 지역입니다.

마산고속버스터미널입니다.


따라서 마산의 중심가라고 부를 순 없을지라도 외곽으로 볼 수는 더더욱 없는 지역입니다. (위치상으로는 마산의 중심으로 봐도 될 듯 합니다.)

그럼에도 요즘 문을 닫는 가게나 식당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저희 회사에서 마산고속버스터미널까지 약 300미터 거리를 걸으며 길가의 상점과 식당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위 사진의 왼쪽에 고속터미널이 있고, 사진에서 보이는 도로의 끝은 마산의 교통중심지인 어린교 오거리입니다. 그 오거리를 중심으로 백화점과 대형유통점, 호텔, 공단, 공원, 언론사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우선 제가 종종 담배를 사러 갔던 편의점입니다. 담배도 팔고 버스요금충전소도 있어 장사가 잘 될 법한데, 벌써 몇 개월전부터 이렇게 셔터문이 굳게 내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서울을 본사로 하는 대기업의 편의점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편의점 옆의 점포도 검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원래 어떤 가게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문닫은지 오래된 점포입니다. 편의점 앞에 놓여 있는 오락기(?)가 을씨년스러워 보입니다.


고속버스터미널 맞은편의 촌국수를 팔던 식당입니다. 저도 이 집 촌국수가 맛있어 자주 이용했었는데, 약 4~5개월 전부터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새로운 사람에게 임대도 되지 않는듯 계속 이렇게 비어 있습니다. 옆 가게들도 모두 셔터가 내려져 있군요.


문이 닫힌 식당 문틈에는 돈을 빌려준다는 대출회사의 홍보전단이 끼워져 있습니다. 문을 닫은 가게 주인의 어려운 사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쓸슬한 기분이 듭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고속터미널 옆에 있던 백두대간 호프집입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도 여러 행사를 마친 후 여기서 2차 뒤풀이를 하기도 했는데, 몇 달 전부터 이렇게 쇠사슬에 열쇠가 채여져 있습니다.


백두대간 호프집 옆 점포도 이렇게 셔터문이 내려진지 오래됐습니다.


이 집은 생칼치 전문 식당이었는데, 정말 주인 아줌마의 음식솜씨가 좋은 집이었습니다. 생칼치 조림과 찌개, 구이는 말할 것도 없었고, 된장찌개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밑반찬들도 한결같이 손맛이 있었고, 아줌마의 손이 커서 공기밥도 추가는 공짜였습니다.

하지만, 사진에 보이듯 '25년 전통'을 가진 이 식당도 불황의 늪을 건너진 못한 모양입니다. 점포 임대를 알리는 흰 종이가 쓸쓸해보이네요.

'경제를 살리겠다'던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슬로건이 아직도 쟁쟁한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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