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삼성은 절대 '공화국'이 아닙니다

김훤주 2008. 3. 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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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에 삼성이 폭탄을 안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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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대표(출처 : 경남도민일보)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에 들어가 봤습니다. 편집부문 대표이사 박인규 씨는 우리 <경남도민일보>에도 강연을 오신 적이 있는 분입니다.

제가 기자회 회장으로 있던 2004년 9월 7일, 우리 강당에서 박 대표는 좋은 기자가 되려면, 팩트(fact)를 가려내는 능력과 팩트에 사회적 의미를 불어넣는 능력과 알아보기 쉽게 글을 쓰는 능력,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어쨌거나 제가 들러본 까닭은 <프레시안>이 삼성에게서 폭탄을 맞았다는 얘기를 듣고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삼성이 <프레시안>을 상대로 1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니,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싶어진 것이지요.

우리도, 삼성은 아니고, 친일파 음악가를 공공의 돈으로 기리려는 마산시를 줄기차게 비판했다가 2억원대 소송을 당한 적이 있기에, 동병상련하는 마음이 일었다는 까닭도 있습니다만.

박 대표는 이밖에도, 노무현 시절 일삼아 정부를 비판했다가 국정홍보처에서 <프레시안>에 주는 광고를 줄였을 때, "(기자를) 굶길 수는 있어도 울릴 수는 없다."고 말해, 제 마음을 울리도록도 한 분입니다.

PRESSian 집중 이슈-'삼성공화국'의 그늘

다시 한 번 어쨌거나, 인터넷 첫 화면 한가운데에 'PRESSian 집중 이슈'가 있고 그 안에 '삼성공화국의 그늘'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그늘 아래에는 다시, 2008년 3월 7일치 기사 "기계까지 거짓말하게 만드는 '삼성의 힘'"에서, 2007년 11월 22일치 "靑, '삼성특검' 딜레마…명분없는 거부권 꺼낼까?"까지 100개 가까운 기사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고요. 마지막 2005년  4월 21일치 '참여연대, 이건희 회장 이사 사퇴 맹비난'까지는 한 500개 돼 보이더군요.

<프레시안>의 투지는 칭찬 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뭐랄까, '옥에 티'가 있습니다. 이토록이나 씩씩한 <프레시안>을 흠집내려고가 아니라, 더욱 빛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말씀 한 마디 올립니다.

바로 삼성 <공화국>이라는 표현입니다. 공화국은 세계 수많은 민중들이 왕권 같은 절대 권력과 싸워 얻어낸, 새로운 권력 형태입니다. 1789년 7월 14일부터 1871년 '빠리꼬뮌'이 깨질 때까지, 100년 가까이 진행된 프랑스 대혁명이 대표입니다. 공화국이 비(非)공화국과 다른 점은 '권력이 선출된다.'는 데 있습니다.

삼성에서는 권력이 선출된 적이 없습니다. 삼성의 이건희는 아버지 이병철한테서 권력을 물려받았을 뿐이지, 사회가 인정할만한 어떤 정당한 절차를 거쳐 권력자로 선출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대로라면 삼성의 권력은 앞으로도 유산처럼 물려주고 물려받을 뿐 절대 선출되는 절차는 거치지 않을 것입니다.

마당이 삐뚤어졌어도 매구는 바로 쳐야

그러므로 삼성을, 삼성의 권력을 일러 공화국이라 하면 안 됩니다. 세계 민중의 피가 어려 있는 '공화국'의 신성한 개념에 먹칠하는 일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세습될 뿐인 권력은 공화국의 구성원이 될 수 없습니다. 삼성의 권력은 저 덜 떨어진 봉건 시대의 '왕국'이라 해야 딱 알맞습니다.

삼성 공화국은 틀린 표현이고 삼성 왕국이 맞다는 이야기는, 저만이 아니라 여러 분께서 이미 여러 차례 입이 아프도록 했습니다.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해야 합니다. 마당이 삐뚤어졌어도 매구('꽹과리'의 경상도 표준말)는 바로 쳐야 합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절망 사회에서 길 찾기(현장 1) 상세보기
편집부 지음 | 산지니 펴냄
<절망 사회에서 길 찾기>는 변화하는 진보가 가야 할 길을 시시각각 모색하고, 그것을 현장에서 찾는다는 것을 모토로 삼은 무크지『현장』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두 꼭지의 좌담과 현장 활동가 6인의 글을 통해 노무현 정권 5년을 평가하고, 이명박 정부 5년의 진보운동을 전망해본다. 이데올로그들의 논평이 아닌 현장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을 초심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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