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STX의 월드 베스트 사기는 언제 끝날까

김훤주 2008. 9. 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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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리즈로 벌어지는 월드 베스트 사기 행각
‘월드 베스트 사기꾼’ STX그룹과 마산시가 공동 기획하고 연출하고 출연한 사기극이 마산에서 ‘시리즈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구산면 수정만 매립지 조선기자재 공장 진입이 목적입니다.

STX와 마산시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5월 30일 주민투표에서 찬성이 과반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주민 동의’라 사기를 쳤습니다. 자기네들이 억지로 밀어붙인 투표에서조차 인정을 받지 못했으니 아주 당황스러웠으리라 짐작이 됩니다만.

어쨌거나, 이렇게 1150명 재적에 520명(45%)밖에 찬성하지 않았는데도 일단 자기네들끼리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주민 동의’라 규정하더니, 마치 계획이라도 돼 있었다는 듯이, 곧바로 또 다른 사기 행각에 나섰습니다.

먼저, 선박 건조 관련 여섯 공정 가운데 환경 피해가 가장 적은 다섯 번째 선행 탑재(P.E)만 하겠다던 약속을 뒤엎고, “그런 약속 한 적 없다. 여섯 공정 모두 처리한다.”고 나왔습니다.(http://blog.mediaus.co.kr/entry/STX?마산시-사기극-민주노총이-막을-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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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베스트를 표방하는 STX그룹의 이미지 광고.

마산시와 STX 사이에는 이처럼 빈틈이 없었습니다. 곧 이어 수정 트라피스트 수녀원과 주민대책위원회에 대한 이주 보상 야바위판도 벌어졌습니다. 한 번 훑어보겠습니다. 마산시가 STX그룹과 협의를 거쳐 내놓았음이 분명한 공식 문서만 내보이겠습니다.

2. 수녀원과 마을 이주보상 말 뒤집기
올 2월 마산시 비전사업본부의 ‘수정지구 공유수면 매립사업 추진에 따른 주민 설명회’ 설명 자료입니다. 마산시는 ‘STX 유치에 따른 지역 주민 지원사항’을 26개 늘어놓은 다음, 이 가운데 ‘이주 보상’을 비롯한 9개를, ‘마산시 지원 사항’으로 갈래지었습니다.

이어지는 ‘368세대 이주 희망자에 대한 이주보상’ 항목에서는 이에 대해 “2인 이상의 공인감정평가법인의 감정 결과 결정된 평가가액에 위로금을 합한 금액으로 보상”이라고, 자세히 풀어 설명했습니다.

‘위로금’을 눈여겨 봐주시기 바랍니다. 평가금액에 더해 ‘위로금’까지 받도록 하기 위해 마산시가 지원한다는 요지입니다. 이는 3월에 경남도가 제출한 ‘공유수면 매립목적 변경인가 (수정지구) 협의관련 보완자료’에도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마산시장 의견서가 그것입니다. “우리시와 STX중공업에서는 주거환경개선, 교통망 정비, 복지사업 등은 물론, 수녀원을 비롯하여 이전을 희망하는 전 세대에 대하여는 충분한 보상을 할 것이며,……”

더욱이, 4월 마산시와 STX중공업이 함께 내놓은 ‘수정지구 일반산업단지 개발 관련 협약서(안)’은 더욱 구체적으로 돼 있습니다. “제2조 ②‘을’과 ‘병’은 이주 희망자에 대한 부동산 매입을 상호간에 확약한다.” ‘을’은 주민 단체고, ‘병’은 STX중공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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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약'이 두 군데 들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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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이행을 마산시가 '보증'한다는 내용.

또 제3조에서 위로금을 더한다면서 ④ “‘갑’은 모든 토지 및 건물의 계약에 대하여 보증한다.”고 붙였습니다. 보증은, ‘타인의 채무불이행 등에 대해 책임지는 일’을 뜻하는 법률 용어입니다. STX가 채무 이행을 못하면 마산시가 대신 변제를 해주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던 것이, 5월 15일 도장이 찍힌 ‘경남 마산 구산면 수정지구 일반산업단지 개발 협약서’에서는 크게 후퇴했습니다. 26개 가운데 발전기금을 뺀 나머지가 모두, 아주 추상적으로 표현이 됐습니다. 미심쩍은 구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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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조는 마을발전기금만 명시했고 제3조는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데 쓰였습니다.

제2조에서 수정마을발전기금만 명시해 다루고, 이주 보상 따위는 제3조에서 “기타 ‘을’의 요구 사항”으로 다루면서 “ ‘갑’,  ‘을’,  ‘병’이 별도 협의하여 정한다.”고 했습니다. 이로써 이주 보상에 대해 사실상 책임지지 않겠다는 얘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뒤에도, STX와 마산시는 이주 보상을 비롯한 26개 지원 약속을 꼭 지킨다고 했습니다. 마산시가 6월에 뿌린 ‘수정 주민에게 드리는 말씀’이 보기입니다. “이주를 희망하는 세대에 대하여는 이주 보상을 계획하고 있으며……”.

3. 법정서 진면목을 내보인 화려한 야바위판
그러나, 이것은 ‘월드 베스트 사기꾼’ STX그룹과 마산시의 ‘화려한’ 야바위를 위한 전주(前奏)일 뿐이었습니다. 마산시는 야바위의 무대로 창원지방법원 재판정을 골라잡았습니다. 8월 25일 수정마을 STX 주민대책위원회가 제기한 ‘매립목적 변경 승인 취소 청구 소송’ 조정에서였습니다.

트라피스트 수녀원 수녀들과 수정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STX 공해 조선 공장이 들어서는 데 대해 영 마뜩찮아 하면서도, 재판에서는, 들어선다면 어쩔 수 없지, 하는 심정으로 재판부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이주 보상 금액 따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마산시는 두 차례나 질질 빼다가 구름 잡는 소리 몇 마디를 ‘조정(안)’이랍시고 내놓았습니다. “△이주보상은 희망자와 stx간 사인(私人)간의 계약에 의거 시행. △감정평가사의 감정 가격을 기준하여 개별 협의에 의한 금액으로 stx에서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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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가 조정안이랍시고 제출한, 그러나 아무 내용도 담기지 않은 문서.

정리하자면, 주민투표 이전에는, 공공기관답게, ‘보증’을 서겠다고 해 놓고, 주민투표 끝나자 법정에서조차 이리 쉽게 말을 뒤집어 사기를 쳤습니다. 피고인 마산시가 내놓은 조정안에는 ‘보증’이란 말이 없습니다. ‘위로금’이나 ‘확약’ 같은 낱말도 사라졌습니다.

이른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지역 주민에게 손해를 안기면서도, 그 구체적 실행을 위한 계약에는 마산시가 이렇게 발을 뺐습니다. ‘힘센’ 재벌 그룹과 ‘약한’ 개인이 ‘개별’로 협의하란 말은, 강자더러 약육강식을 하도록 ‘보증’해 주는 일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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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베스트를 비꼬는 조끼를 입고 있는 지역 주민들.

짐작건대, STX그룹과 마산시는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는 약속을 했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야 어찌됐든, 수정만 매립지에 STX중공업 조선기자재 공장을 진입시키는 데에만 목을 매달았기 때문입니다.

월드 베스트 사기꾼 STX그룹과 마산시는, 공해 공정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뒤집었고, 이주 보상을 꼭 하겠다는 약속도 팽개쳤습니다. 그것도 재판정에서요. 아울러 다음에 다루겠지만, 고용 보장 약속도 뒤집고 있습니다. 이들 사기극의 끝은 도대체 어디쯤일까요?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 미디어 비평 전문 매체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을 좀 더 가다듬고 사진도 몇 장 더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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