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개독교’라는 말이 꽤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장로 이명박의 ‘서울 봉헌’ 같이 헛소리를 해대는 개신교 신자들을 비아냥댈 때 쓰는 말입니다. 이명박 장로. 참 철부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되짚어 보건대, 기독교를 비튼 말이 바로 개독교입니다. 하지만 이 낱말은 ‘개’도 싫어하고 ‘기독’도 싫어할 그런 것입니다. (불교도들도 싫어할 것 같습니다, 틀림 없습니다.)
먼저, 기독교의 말뜻을 정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독(基督)이란 크리스트(Christ)의 중국말글 표현입니다. 그러니까 기독교는 크리스트교입니다.
크리스트교는 크리스트를 신(神)으로 섬기는 종교(宗敎=으뜸 가르침)입니다.(물론, 동양에서 종교는 신이 없어도 성립합니다만 서양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크리스트는 예수(Jejus)를 일컫습니다. 예수 크리스트를 신으로 모시는 종교는 꽤 많습니다. 물론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아닙니다.(이들은 다 함께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여긴다고 들었습니다만.)
여기에 드는 교회는 로마 가톨릭 교회와 그리스 정교회(=동방 정교회), 성공회(聖公會), 구세군(救世軍) 따위가 있고요, 여러 개신교(改新敎)들도 있습니다.
개신교들은, 아시는 대로 로마 가톨릭교회가 썩어문드러졌을 때 이를 바꾸고(改) 새롭게(新) 하고자 했던 루터나 깔뱅 같은 이들이 보여준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일부인 개신교가 전체인 기독교를 마치 자기들만의 이름인 양 행세하고 있습니다. 개신교에서 대표적 보수 집단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쪽 개신교조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라는 이름을 씁니다. 물론 여기는, 개신교라 일컫기는 어려운 성공회 등등이 들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습니다.
지금 “한 시대를 풍미하는” ‘개독교’라고 비아냥거리는 규정도 우리 역사 현실에 뿌리가 있는데요, 이는 이처럼 일부인 ‘개신교’가 ‘기독교’라는 전체 이름을 선점하기 때문입니다.
개신교를 욕보이고 싶을 때, 개신교 가운데서도 여호와(=야훼) 대신 미국 또는 부시를 떠받들어 모시는 이들을 비난하고 싶을 때, 그리고 야훼와 현실 지배자를 혼동하는 이들을 까고 싶을 때 ‘기독교’를 비튼 ‘개독교’를 쓰는 것입니다.
그러나, 개독교는 되도록 쓰지 않는 편이 좋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표적을 맞추기 어려운 무엇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기독교가 천주교(=로마 가톨릭 교회)까지 포함하지 않을 때는, 그리고 장로 이명박이 천주교 사람은 아니다는 인식을 갖고 얘기할 때는, 기독과 개신을 구분해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세군은 몰라도 성공회 정도는 지금 한창 난리를 떨어대는, 불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는 무관하다고 여기신다면, 기독교와 개신교는 나눠 얘기하는 편이 맞겠지 싶습니다.
그러면 이런 즐거움이 있습니다. 기독교를 일러 일부러 ‘개’독교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개’신교라 하면 그것으로 끝이니까요. 비난하고 싶은 개신교일 때는(취향에 따라) ‘개’에다 따옴표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따옴표 없이 그대로 씁니다. 물론 이런 표현은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정확하게 구분을 하면, 지금처럼, 한기총이든 한기련이든, 개신교가 주축이 돼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도, 개신이 아니고 기독이라 ‘참칭’하는 어긋남은 바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기독교 전체를 대표하는 인간이 아니라, 기독교(크리스트교) 가운데 일부일 뿐인 개신교를 얘기하는 존재이고 무리일 뿐이다!, 하는 얘기이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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