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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내고 야단치면 잘못된 행동이 고쳐질까?

기록하는 사람 2023. 3. 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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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음 <할 수 있는 것부터>는 출판 전 펀딩에 참여하여 받은 책이다. ‘산골 청소년과 놀며 배우는 배추샘’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청소년이 읽는 책이라기 보다는 청소년 관련 기관이나 단체 관계자들, 학부모, 교사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나도 이번 학기 대학에서 강의 하나를 맡은 터라 청년 대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이 책에서 어느 정도 답을 얻었다.


저자는 배제와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한다. "혼내고 야단치면 잘못된 행동이 고쳐질까?"라는 질문에 대해 "단호히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한 청소년이 계속 수업 분위기를 흐렸다. 뚱한 표정으로 참여하기 싫다는 느낌을 강하게 드러냈다. 다른 아이들이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생각해낸 저자는 뚱한 표정의 청소년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방해받지 않도록, 이 활동을 하고 싶지 않거나 여기에 있고 싶지 않으면 나가도 된다."

 

그러자 학생은 저자를 쏘아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리곤 1년 가까이 저자와 말을 섞지 않았다. 그 청소년의 처지에선 수업에 배제된 것이었다. 그것도 또래들이 있는 자리에서. 저자는 그 학생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커녕 잘못 짚었다고 반성한다.


청소년들에게 지금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대개 "몰라요" 또는 "짜증 났어요"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청소년들도 자신들의 감정이 어떤지 들여다본 경험이 적기 때문에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잘 모른다고 표현한다"고 설명한다. 감정도 경험을 통해 학습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그걸 이해하지 않고서는 청소년들을 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심지어 저자는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청소년이 있을 때도 이렇게 얘기한다.
"조는 건 네 잘못이 아니다. 졸게 하는 내 잘못이지. 재미있게 강의하도록 바꿔볼게."
그러면 학생들은 졸음을 견딘다고 한다.


저자의 인생 경험담도 나오는데, 직장에서 한 번 사이가 틀어진 후 7년 동안 화해하지 않고 지내다 퇴사하면서 헤어진 선배가 있었다. 저자는 "지나고 돌이켜보니 그 선배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스승이었다"며 이렇게 외친다. "내가 가장 싫어했던 그 사람이 바로 나의 스승이다."


청소년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데 대한 저자의 생각은 평소 내 생각과도 일치했다. '글짓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오덕 선생의 지론이기도 했다.
'글짓기'는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짓는 것만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경험과 전문성이 없는 상태로 처음부터 지으라고 하면 당연히 어렵고 힘들이 않겠는가? 지어내려면 억지로 쥐어짜야 하니까.


그래서 저자는 생활의 기록으로 '글쓰기'를 권한다. 한 것,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 생각한 것에 의미를 담아 기록할 것을 권한다. 이런 글을 쓰려면 '생각'을 해야 한다. 기억을 떠올리고 적절한 어휘를 고를 줄 알아야 하므로 글쓰기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도구라고 말한다.


흔히 "가슴 뛰는 일을 해라"고들 하지만, 저자는 막상 가슴 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다보면 그것이 이내 '해야 할 일'로 변질되고 만다고 지적한다. 간절히 사고 싶은 노트북을 샀지만, 석 달도 지나지 않아 가슴 뛰는 게 사그라지고 그 노트북을 통해 해야 할 일만 남는다. 연애와 결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저자는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한다. 할 수 있는 걸 하다 보면 하고 싶은 것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해야 하는 것도 기꺼이 하고 싶은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내일을여는책 #할수있는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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