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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세상에 이렇게 깊고도 너른 어른이 계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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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최영 페이스북

 

“줬으면 그만이지”
도서출판 피플파워에서 새로 찍어낸 따끈따끈한 책이다.


진주 남성당한약방(올해 문을 닫았다)의 운영자인 김장하선생님의 이야기를 경남도민일보 전무로 명퇴하신 김주완님이 수년간 취재해서 책으로 엮었다. 어젯밤 늦게 잠자리에 들어가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이야기가 감동적이라 잠을 설칠듯해서 억지로 덮었다. 그리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말자 죄다 읽어버렸다. 


나는 사람을 사귐에 폭이 좁은 탓에 김장하선생에 대한 이야기는 슬쩍 전해들은 것이 전부였다. 이제 책을 통해서 그분의 이야기를 소상히 접하니 그 울림이 상당하다. 책을 보고 느낀 첫 감정은 “세상에 이렇게 깊고도 너른 어른이 계셨구나..” 하는 경이로움이었다.

 

나처럼 습자지같이 얇고 가벼운 심성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경지인데 이분은 이걸 애써 갈고 닦아 도달한 것 같지도 않다. 젊은 시절부터 자연히 체화되어 주변 모든 사람에게 은덕을 베풀고도 내색조차 하지 않는 그 내공의 뿌리는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세상은 넓고 스승은 많다는 진리를 새삼 느끼게 만드는 귀한 취재기였다.

 

이분의 삶은 한마디로 아낌없이 베풀되 그 베품에 있어 “오른손이 한 것을 왼손이 모르게하라”,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를 가주라”는 것과 상통한다. 한참 전에 불교 금강경을 얕게나마 접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게송으로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라는 경구가 있었다.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 즉 마음을 낸 것 자체에 집착하거나 머물지말라는 뜻을 접하곤 공치사나 공명심이 심한 내 성정상 인간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미션이 아닌가 싶었다.

 

선생이 평생 한약방을 하면서 번 돈을 가난한 학생들과 불우한 사람들을 돕고, 학교를 세워서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숱한 시민단체와 문화활동을 지원하면서도 그 일을 “기억이 안난다”고 스스로 마음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에서 최상의 공덕으로 여기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와 한치의 다름도 없다. 부처님이 금강경에서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도 단 한 사람도 구제한 바가 없다”고 설하는 바도 마찬가지일 것인즉, 이는 예수나 부처같은 위인들이나 가능한 이야기로 여기던 내 수준에서 선생의 취재기를 읽으면서 경이롭지 않다면 더 괴이한 노릇이다.


살면서 나도 나이를 조금씩 먹게 되자 이런 탁한 세상에 빛과 소금처럼 살아오신 수많은 분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부끄러움이 점점 커진다. 젊을 때는 길거리나 골방에서 팔뚝질 열심히 하는 것만이 세상에 가치있는 것이라 여긴 적도 있었다. 얼마나 얕은 생각이었던지 세월지난 뒤에도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그분들의 지지와 성원, 엄호가 없었다면, 그분들이 바람막이가 되고 비빌 언덕이 되어주지 않았다면 지금만큼의 변화도 어불성설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김장하선생님처럼 본인의 피와 살을 갈아넣어 너른 들판을 넉넉히 적셔온 희생과 헌신이야말로 더 말을 보태어 무엇하랴. 책을 읽으면서 진주 너머 서부경남에는 참 존경할만한 분들이 많구나 싶었다.


덧보태 이 책을 만든 김주완기자님과 경남도민일보의 도서출판법인 피플파워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김주완님은 김장하선생님 취재를 위해 수년간 주변 분들과 관계지역, 자료를 샅샅이 찾아보신 것 같다. 그러면서 취재과정에서 몰랐던 인연들을 찾아내고 새로운 관계를 밝혀내는 과정을 스스로 무척 행복해하고 있었다. 김장하선생님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터, 얼마전 양산의 채현국어른도 마찬가지였다시피 우리 시대의 귀감이 될만한 어른들을 찾아내어 내일을 여는 이정표로 삼고자하는 열정이 아름답다. 세상을 살면서 한번 뵌적이 없어도 사표로 삼고 배우려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김주완기자님께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 최근 돈은 안될듯한데 열정적으로 이런 책을 찍어내는 피플파워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몇 년전 경남도민일보의 정체성에 언뜻 실망하여 후원회원을 해지한 이후 다시 연결하지 않고 있는데, 갑자기 도민일보 후원회원에 가입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나고 있다. 내일모래 퇴직이라 한 푼이라도 돈 나갈 데를 줄여야하는 입장에서 도무지 납득이 안되는 마음이긴하다..^^

 

#내년에_작가님을_모시고_북콘서트를_고민중
#겨울은_독서의계절_퇴직하면_몇달간_책만_읽어볼까?


/최영(전 철도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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