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종속이라고? 그럼 회사 종속은?

요즘 1인미디어로서 블로그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분들께서 '포털 종속'에 대한 우려를 많이 제기하시는 것 같다. 그런 우려섞인 글들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블로거의 포털 종속이 심하다고 해도, 설마 회사에 소속된 직업기자들의 사주 종속만큼이야 할라고?'

그렇다. 나는 직업기자다. 다행히 6200명의 시민주주들이 모은 돈으로 창간한 경남도민일보의 기자라서 조중동과 같은 1인 사주 또는 족벌언론만큼 사주에 대한 종속이 심하진 않다. 하지만 우리도 기업이다 보니, 회사(일터)의 존립을 위해서는 자본 또는 권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뻔히 회사 경영진이 곤란해할 기사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알아서 기는' 게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이럴진대 조중동 같은 데는 얼마나 심할까. 아예 자기합리화의 논리를 갖춰 스스로의 세계관과 언론관을 사주의 그것과 일치시키든지,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남아 있는 그런 회사 기자들은 사주의 언론관과 자신의 언론관을 어느정도 일치시키는 합리화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블로그를 통해 최소한의 수익만 보장된다면...

따라서 블로거의 포털 종속 문제는 신문사에 소속된 직업기자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물론 다음블로거뉴스에 기사를 자주 송고하다 보면, 블로거뉴스 편집진이 어떤 기사를 선호하는지, 또는 어떤 기사는 배척하는지를 대충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다음블로거뉴스에 선택될만한 기사만 블로그에 쓰지 않는다. 선택되지 않아도 그만인 기사도 많이 쓴다. 아니 선택되지 않을 것을 미리 예상하고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또한 다음블로거뉴스의 비중이 한국의 블로고스피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긴 하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다. 블로거뉴스의 편집진이 신문사 데스크만큼의 취재지시를 하고, 논조를 결정하고, 기사를 마음대로 수정하고, 출고한 기사를 완전히 킬(kill)하는 정도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베스트에 올릴 글을 선택할 정도의 권한만 행사한다. 그것도 내가 볼 땐 절반정도는 자동시스템에 맡기고, 나머지 절반정도의 선택권만 행사한다. 다음블로거뉴스에 선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내 기사가 아예 킬 되는 것도 아니고, 블로고스피어에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포털 종속에 대한 우려도 어느 정도는 필요한 논의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회사에서 벗어난 프리랜서 기자들이 블로그를 통해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만큼 수익구조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프리랜서 기자가 드문 나라도 별로 없는 것 같고, 드물게 있더라도 생존할 수 방법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따라서 블로그를 통해 최저임금(80만 원 정도) 만큼만 수익이 보장된다면, 그걸 기반으로 데이비드 할버스탐과 같은 세계적인 탐사보도 전문 프리랜서 기자도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우리나라의 언론구조에서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취재력과 콘텐츠의 질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독립기자가 나오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새로 선보일 예정이라는 다음의 '블로거뉴스AD'가 적어도 구글 에드센스보다는 훨씬 많은 블로그 수익을 창출해주면 좋겠다. 솔직히 한국 블로거가 미국 기업에 빌붙어 살아서야 되겠는가. 또한 한국의 광고주들이 미국 기업에 광고료를 왜 지출할 건가.

블로그뉴스AD에 바란다. 솔직히 나는 구체적인 광고방식이나 디자인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것은 그냥 단순무식하다. 구글 에드센스를 제쳐라. 에드센스를 넘어서는 수익구조를 만들어라. 그리하여 실력은 있지만, 입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어쩔 수 없이 회사에 종속돼 있는 기자들이 보장된 고액연봉을 포기하고 전문 블로거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만일 그런 언론환경이 조성되기만 한다면, 조중동을 비롯한 올드미디어의 몰락은 시간문제다.

이거, 내가 너무 꿈같은 소리만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