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스마트폰이 가져온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이 시대를 <포노사피엔스>라는 책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포노사피엔스'란 '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를 지칭합니다.
즉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고,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며, 금융 생활까지 폰뱅킹으로 합니다. 최 교수는 이런 변화가 2007년 아이폰이 탄생한 후 불과 10년 만에 벌어진 일이며, 어떤 교육기관에서도, 방송사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라고 교육하거나 계몽하지 않았다는 데에 주목합니다. 이런 자발적 선택에 의한 변화를 그는 '진화'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면서 묻습니다. "여러분은 KBS를 많이 보시나요? 유튜브를 더 많이 보시나요? 그렇다면 앞으로 시청료는 어디다 내야 할까요?"
실제 유튜브가 바꾼 미디어산업의 판도는 실로 엄청납니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의 광고 매출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대한민국 1등 포털 네이버를 유튜브가 압도한 지도 오래입니다. '와이즈앱'이 발표한 2018년 4월 한 달 동안 스마트폰 앱 사용시간을 보면 유튜브는 258억 분인데 비해 네이버는 126억 분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10~20대 젊은이들은 뉴스나 정보 검색도 네이버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한답니다.
전체 앱이 아닌 동영상 앱만으로 비교하면 그 차이는 훨씬 놀랍습니다. 2019년 5월 와이즈앱이 발표한 모바일 동영상 앱 점유율은 유튜브가 88%, 틱톡이 2.4%, 아프리카TV와 옥수수가 각 1.9%였고, 네이버TV는 아예 순위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2018년 5월 유튜브가 85.6%일 때 네이버TV가 2%였었는데, 1년 사이 네이버TV는 존재감조차 사라져 버린 겁니다.
둘 사이에는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우선 네이버TV에 들어가보면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가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상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주간HOT채널'이나 '테마별 인기영상'도 죄다 그런 것들입니다.
그러나 유튜브를 열면 전혀 다른 화면이 펼쳐집니다. 연예인이나 기존 방송프로그램 영상들은 없고, 평소 내가 시청했던 영상과 연관된 콘텐츠를 유튜브가 알아서 추천해줍니다. 그러다 보니 각 분야의 아마추어 크리에이터가 올린 다양한 영상들이 대형방송사가 만든 세련된 영상과 동등하게 경쟁합니다.
유튜브가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은 물론 모든 앱을 압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다양성이죠.
유튜브의 모기업인 구글 앱과 네이버 앱을 비교해봐도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분명히 보입니다. 구글 앱은 서울의 대형 언론과 지역의 작은 언론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방송과 신문도,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도, 일간지와 주간지도 구별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개인이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정보도 포함됩니다. 그중에서 사용자가 보기 싫은 매체를 체크할 수 있고, 반대로 팔로우할 수도 있습니다.
더 훌륭한 것은 위치기반 노출을 해준다는 겁니다. 즉 사용자가 경상남도에서 접속했다면 경남지역 언론에서 생산된 뉴스를 중간중간 보여줍니다. 물론 이 또한 사용자가 해당 매체의 뉴스가 보기 싫다면 '○○일보에 관심 없음' 또는 '○○일보의 스토리 표시 안함'에 체크할 수 있습니다.
즉, 사용자의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AI(인공지능)가 그의 뉴스 보는 패턴을 학습하여 그가 주로 보는 지역이나 분야의 뉴스를 더 많이 뿌려주는 겁니다. 역시 다양성을 보장하는 거죠.
그러나 네이버 앱에 들어가면 다릅니다. 미리 네이버가 선별한 44개 언론사 중에서만 선택하도록 합니다. 죄다 서울 언론입니다. 서울 이외 지역언론은 아예 선택지에 없습니다. 주간지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건 개방성과 폐쇄성의 차이이기도 합니다. 또한 구글이 사용자 중심이라면 네이버는 공급자 중심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네이버 사용자는 계속 구글과 유튜브로 이탈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저부터도 네이버를 안 쓴 지 오래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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