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법률 무시하라 부추기는 김경수 유죄 판결

김훤주 2019. 2. 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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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을 보고 놀랐다. 형사합의32(성창호 부장판사)가 드루킹 일당의 진술에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데도 100%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은 유죄 또는 무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해 나가는 과정이다. 형사소송법 제307(증거재판주의) 는 이렇다.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재판부는 2016119일 드루킹 산채에서 킹크랩 시연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 김경수 지사가 있었다고 보면서 유죄 판단의 지렛대로 삼았다

당일 저녁 관련 프로그램의 접속 내역 등이 킹크랩 구동 사실을 확인해 준다는 것이다. 구동 사실이 있으니 시연회가 열렸고 시연회가 열렸으니 김 지사가 참석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동을 여럿이가 아니라 혼자서 했을 수도 있고, 여럿이 모였어도 김 지사가 그 여럿 가운데 한 명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드루킹 본인과 직접 시연한 둘리 등의 관련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신빙성이 높다고도 했다. 그런데 드루킹은 돈을 안 받았는데도 "1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고 일당은 "이왕 이렇게 된 거 매달 받은 것으로 하자"고 말도 맞추었다

"통신비·인건비 등 거액이 들었는데 허락이나 동의 없이 자발적으로 감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시도 나왔다

그런데 드루킹은 김경수 의원 시절 보좌관에게 500만원을 빌려주고 노회찬 의원에게 4000만원을 건넸다.(받기는커녕 주기까지 했다.) 그러니 돈 때문에 허락이나 동의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성창호 재판부의 판결은 법률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례와도 어긋난다. 대법원은 2006년 2월 10일 2005도8965 사건 선고에서 '유죄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했다. 

"유죄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이 유죄라는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범죄자를 붙잡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여 억울한 사람을 한 명이라도 만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 여기에는 담겨 있다. 그런데 징역 2년에 법정구속이 피고인의 이익일 수는 없다.

한 마디로 원칙이 무너진 판결이다. 이번 성창호 재판부는 몇몇 극소수 법관들에게 법률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판결하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강화하도록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21일자에 오거리에 실린 글에서 부분부분 조금씩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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