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나의 삼성 불매 운동 동참기

김훤주 2017. 3. 1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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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삼성 불매인가 

우리는 삼성전자에서 백혈병이 사라질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 삼성전자에서는 갖가지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데 여태까지 79명이 백혈병으로 죽었다. 

우리는 삼성이 직업병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백혈병이 직업병이 아니라고 은폐하며 최소한의 보상마저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연금 손실이 보상될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총수 이재용(구속 중)을 위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손실을 입혔음이 확인되고 있다. 

우리는 삼성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인정할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 삼성 총수는 할아버지 때부터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은 헌정 문란 집단이다. 

경남도민일보 2017년 2월 3일치 광고. 1차와 2차에 걸쳐 400명이 동참했다.

우리는 삼성이 뇌물 공여를 멈출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 삼성이 뇌물질을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세월이 흘러 사람 관심이 멀어지면 곧바로 다시 뇌물질을 했다. 

우리는 삼성이 약속을 지킬 때까지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시절에도 총수 일가 사퇴·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 전신) 해체·사재 1조원 출연을 공언했으나 결국은 헛소리였다. 헛소리를 없애는 힘은 소비자가 단결할 때만 생긴다. 

이런 취지로 지난 1월 말과 2월 초에 걸쳐 우리는 삼성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아니 삼성 불매 운동이라는 흐름은 이미 형성되어 있었고 우리는 뒤늦었지만 그에 합류하게 되었다.

2. '실행'이 아니고 '동참'인 까닭 

2월 19일 '삼성 불매 실행해 봤더니'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동의해 주시는 여러 분들과 뜻을 모아 '삼성불매선언'이라는 것을 1월 말~2월 초에 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하면서 보니, 별것 아니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글들을 읽어보면 어쩌면 내가 마치 삼성 불매 운동을 처음 얘기한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아시는대로 저보다 먼저 삼성 불매 운동을 제안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들은 많다. 

'삼성 떡값 검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도 있고 세월을 한 마디씩 앞서나가는 '택시운전사' 홍세화 선생도 있다. 실제로 10년 전 20년 전부터 또는 1년 전 2년 전부터 삼성 제품 불매 운동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이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다. 

내가 남먼저 실행한 일이 아닌만큼 '실행'이라 하지 말고 대신 남들 먼저 하고 있는 일에 숟가락 하나 얹는 일이니만큼 '동참'이라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비슷한 글을 쓸 때는 꼭 그렇게 해야지 마음먹었는데 이번이 그 첫 자리가 되었다. 

2011년부터 써오던 노트북 컴퓨터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자판에 문제가 생겼는지 두드려도 입력이 잘 되지 않았고 어떤 때는 '삑사리'를 내면서 옆으로 튀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치명적으로 망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결정적이었던 것은 저보다 앞서 노트북 컴퓨터를 새것으로 갈았던 동료의 조언이었다. 그이는 일곱 해 묵은 제 컴퓨터를 시험 삼아 한 번 써보더니 "이거는 도저히 참고 견딜 수 있는 속도가 아니야"라고 잘라말했다. 

나는 그이를 깊이 신뢰하기에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노트북을 갈기로 하였다. 지금껏 쓰던 노트북이 삼성것이었고 삼성 불매를 작정한 이상 삼성은 이번으로 끝이었다.  

3. 삼성은 역시 1등 삼성이었다 

여러 브랜드가 두루 갖추어져 있는 아무아무 대형 매장을 찾았다. 특정 업체 대리점을 찾지 않았다는 말이다. 안내하는 사람한테 무엇이 좋으냐고 물었다. "삼성 제품이 좋지 않겠어요? 한 번 보시겠습니까?" 

저는 두 말 없이 "삼성은 빼고요."라 말했다. 그랬더니 이 사람 곧바로 얼굴색도 바꾸지 않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엘쥐도 괜찮아요. 삼성보다 가볍고요." 

그러면서 하얀색 노트북 하나를 들려주면서 들어보라고 했다. 다음에는 검은색인가 다른 노트북을 하나 주면서 마찬가지 들어보라고 했다. 과연 무게 차이가 바로 느껴졌다. LG가 가볍고 삼성이 무겁다고 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삼성은 사양이 같은 경우 가격을 조금 싸게 하는 대신 무겁게 만들어요." 

그런 다음 바로 이어서 삼성과 LG를 나란히 켜놓고 화면 선명도를 견주어 보여주었다. "어느 쪽이 더 맑고 선명한지 바로 느껴지시죠?" 그랬다. 두 번 볼 필요가 없었다. 삼성이 흐리고 LG가 선명했다. 나는 당연히 삼성이 아닌 LG를 골랐다.

새로 장만한 LG전자 노트북컴퓨터.

그런데 돌아와 생각해 보니 의문이 하나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은 처음에 삼성을 권했지만 손님이 삼성은 사지 않겠다니까 곧바로 LG가 실은 더 낫다고 소개했다. 

왜 그랬을까? 손님이 삼성은 아니라니까 그에 맞추어 얘기했을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삼성에 다른 좋은 장점이 있는데도 일부러 얘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대부분 삼성부터 먼저 찾으니까 아예 그에 맞추어 삼성을 먼저 권했을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앞서 전자레인지가 고장나서 갈아치운 적이 있다. 그 때도 매장 직원이 가장 먼저 권했던 것은 삼성이었다. 

당시에도 "대기전력 제로가 있다던데요~~" 내가 말했더니 직원은 곧바로 "삼성은 그렇지 않지요. 같은 가격대에서는 이게 가장 좋아요." 하면서 동부대우 제품을 소개해 주었다. 

4. 삼성은 A/S의 삼성이다 

삼성이 아닌 다른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기가 망설여지는 이유는 또 있다. A/S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를 들러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안온하고 친절하고 신속하다. 

지난 가을 핸드폰이 말을 듣지 않아서 들렀던 삼성전자서비스센터가 그랬었다. 곳곳에 켜져 있는 커다란 텔레비전은 시간을 쉽게 죽일 수 있게 해주었고 달콤한 사탕은 심심한 입을 달래주었고 예쁘고 상냥한 안내원은 불편한 기분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본질적인 측면을 따져보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들고 갔었던 핸드폰은 순간 화면이 멈추는 장애가 있었는데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연한이 다 되어 그러는 것 같으니까 약정 기간이 끝나는 시점까지 참고 기다리든지 말든지 바꾸는 것이 상책이라고 얘기했었다. 

그러니까, 실제로 A/S가 되고 안 되고는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갖추어져 있는 상냥함 예쁨 달콤함 커다람과는 사실 별무관계더라는 얘기다. 기술 수준 제품 상태 이런 것이 본질인데 그런 본질적인 것은 상냥함 예쁨 등등으로 더 확보할 수 있거나 아니거나 한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동부대우에서 새로 산 전자레인지 얘기다. 내가 잘못 쓰는 바람에 버튼이 빠졌다. 사고나서 하루 뒤에 생겼던 일이다. 전화를 해서 어디어디 찾아갔다. 당연히 삼성전자서비스센터보다 환경이 좋지 않았다. 

추운 1월이었다. 동부대우서비스센터는 어떤 매장 2층 한 켠 더부살이였는데 바람까지 드나들어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찾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 오히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바로 고쳐져 나왔다. 수리 보수는 깔끔했다. 너무 세게 버튼을 누르시지 않아도 되어요, 라고 덧붙여 주었다. 

나는 지금 삼성전자서비스센터가 대단하지만 다른 업체 서비스센터도 제 기능은 충실히 하더라는 체험을 얘기하고 있다. 한일전기 얘기도 덧붙일 수 있지만 글이 구질구질해질까봐 여기서 멈춘다.

5. 삼성 의존=중독 탈출, 자각이 먼저 

이재용 아버지 이건희.

삼성은 1등 품질이고 A/S가 강하다는 이미지가 아주 세다. 이런 두 가지 때문에 삼성 불매를 망설이고 불안해하게 된다. 삼성이 망하면 나라 경제도 망친다는 근심·걱정·편애도 작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여태 삼성이 저질러온 악행과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악행이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언 발에 오줌 누기 또는 닭알로 바위 치기가 될지언정 삼성 불매를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삼성 제품을 쓰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불편과 불안은 당연히 달게 받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겪어보니 그런 불편은 일어나지 않았으며 불안은 그냥 짐작되는 심리상태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삼성에 길들여져 있는 의존 심리만 떨쳐내면 누구나 손쉽게 삼성 불매에 동참할 수 있다. 

그런데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거꾸로라고 할 수도 있다. 삼성 불매에 동참하면서 비로소 삼성에 기대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의존 심리가 무의식에 이르기까지 깊이 뿌리내려 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각이 있은 다음에야 비로소 삼성 의존=중독을 벗어날 수 있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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