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렝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 10년이 좀 더 되었지 싶다. 유홍준 선생이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서였다. 서양에서 온 손님을 모시고 불국사를 찾은 대목으로 기억이 된다. 

이 외국인은 우리 유홍준 선수가 이리저리 소개를 했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나보다. 그러다 우리 전통 건축의 특질을 나타낸다며 청운교·백운교 그렝이질을 보여주었다.  아래쪽 자연암석은 그대로 두고 위에 얹는 인공암석에다 자연암석 굴곡을 그대로 새겨넣어 파내는 고유 공법이라고. 인공을 위해 자연을 희생시키지 않고 자연을 위하여 인공을 거기에 맞추는 것이라고. 

그 때 그 외국인 반응이 '언빌리버블(Unbelievable)!', 그러니까 어우, 믿기지 않네요!였다. 유홍준 선생 문장의 유장함에 더하여 외국인 방문객이 보였다는 반응이 신기해서 이 장면은 내 기억에 지금껏 새겨져 있다. 

그 뒤 불국사를 찾아간 적이 있는 나는 꾸역꾸역 차오르는 인파에 떠밀리면서도 그렝이질 현장을 찾았었다. 짜맞추어진 돌들을 새삼스레 쓰다듬고는 그 차가움에서 1300년 전 석수장이 손길의 온기를 느끼려고도 했었다. 이처럼 유홍준 선생이 극찬한 그렝이질이기도 하여 한동안 청운교·백운교와 그 아래에 놓인 인공·자연암석을 더불어 사랑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느 결인가 불국사 그 인공·자연암석의 그렝이질을 통한 만남이 부적절한 관계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좀 징그럽게도 느껴졌다. 

특별한 까닭이나 계기가 없었는데 지금 되짚어보니 아마 그 지나친 공교(工巧)함 때문이었을 것 같다. 하나 어긋남 없이 딱 맞추어 깎아새겨넣는 깊은뜻(요즘 보니까 그렝이공법이 지진에 강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까지 알지는 못한다. 

다만 한눈으로 보아도 그렇게 공글리고 또 공글리는 것보다는 그냥 길게 일자로 깎고 아래에다 잔돌 큰돌을 맞추어 채워넣는 것이 편할 것 같다. 또 그렇게 해도 크게 탈날 일은 없을 것 같다. 

일자로 깎는 첫 번째 공교함만으로 이미 족한데 그렝이질을 하는 두 번째 공교함까지 더해졌다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었던 모양이다. 지나친 매끄러움이 주는 메스꺼움이라고나 할까. 

이런 내 생각이 터무니없기만 한 것이 아님을 며칠 전 밀양향교에서 뒤늦게 알았다. 거기 나무기둥과 덤벙주초가 그렝이질을 통해 만나고 있었다. 

그렝이질의 시작은 단단해서 깎아내기 어려운 돌은 울퉁불퉁하든 말든 그대로 두는 것이었다. 그렝이질의 원형은 돌보다 훨씬 물러서 다루기 쉬운 나무를 돌의 굴곡에 맞추어 깎아내는 것이었다. 

무슨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어서 그렇게 그렝이질을 했는데도 아귀가 맞지 않으면 쐐기를 박아 맞추었다. 그 어떤 복잡하고 차원 높은 자연 사랑이나 자연 중심 관점·사고 이런 등등은 한참 뒤에 덧칠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다 어제 합천 영암사지를 둘러보면서 머리가 시원해지고 몸통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경험했다. 영암사지는 유홍준 선생 따뜻한 손길이 스며 있는 쌍사자석등으로도 짱짱하고 금당 축대 옆구리에서 뛰노는 생기발랄한 사자들로도 대단하다. 이 망한 절터는 다른 여느 망한 절터와 달리 기운까지 맑고 밝고 따뜻하다. 

어쨌거나 내 눈에 새롭게 들어온 것은 그런 유명짜를 둘러싼 돌축대에 있었다. 그동안 열두 번도 넘게 왔었는데 어떻게 여태 보지 못했을까 싶었다.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그렝이공법이었다. 감탄스러웠다. 경주 불국사 자연·인공암석을 이어주는 그렝이질과는 달리 여기 그렝이질에서는 느끼한 기름기가 제대로 빠져 있었다. 어떤 이는 이 대목에서 투박함 또는 고졸미(古拙美)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자연암석은 저기 저렇게 있다. 깊이 박혀 있어 뽑기는 어렵겠다. 저렇게 있는 자연암석을 평평하게 수평으로 가공하려면 오히려 품이 더 든다. 거기 얹을 인공암석 아래쪽을 깨뜨려 맞추는 편이 오히려 쉽겠지…….'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이것은 들이기 위하여 일부러 들이는 공교함이 아니고 부리기 위하여 일부러 부리는 솜씨가 아니다. 인공암석 그렝이질이 딱 맞추어지지 않은 탓인지 틈새에는 잔돌까지 끼워져 있다. 나는 이런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이런 단순무식이 자꾸 좋아진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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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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