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민주노총과 삼성 제품 불매운동

김훤주 2017. 1. 1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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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열성적이지는 않아도 민주노총의 취지와 대의에는 적극 동의한다. 나는 민주노총이 취지에 충실하려면 삼성 재벌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 이재용이 박근혜-최순실한테 거액을 뇌물로 주는 범죄를 저질러서가 아니다. 삼성 이재용이 민주노총을 부정하고 그 존립 기반까지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이재용 등의 '구속 촉구'만 하고 있다. '구속 촉구'는 입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재용과 삼성은 '구속 촉구'나 하고 앉았는 조직 따위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을 것 같다.  "민주노총은 배알도 없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이다. 

뉴시스 사진.

민주노총이 삼성 제품 불매 운동을 벌일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첫째 삼성은 노동조합을 부정한다. 무노조 경영을 지향한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아들 이건희를 거쳐 손자 이재용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조가 들어설라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너뜨리기 바쁘다. 사업장별로 노조가 하나만 허용되던 옛날에는 노조 설립 원천 봉쇄를 위해 미리 유령노조까지 만들었던 삼성이다. 

삼성의 이같은 무노조 경영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만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대한민국 헌법까지 부정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33조에서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노동3권을 제한하는 경우는 단서 조항에서 "②공무원인 근로자"와 "③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로만 한정했다. 더욱이 이런 제한은 단체행동권=파업권만 해당될 뿐 단결권·단체교섭권은 어느 경우에도 100%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삼성은 공무원 조직도 아니고 주요방위산업체도 아니면서 노동조합 설립=단결권조차 차단·봉쇄하고 있다. 이는 어느 일방의 '주장'이 아니라 대법원도 인정한 '팩트'다. 2016년 12월 29일 있었던 일이다. 

뉴스원 사진.

신문·방송에 보도된 제목은 이러하다. <대법원도 삼성 '노조 와해' 인정…"노조 간부 해고 부당">, <신규 노조 세웠다가 해고…"노조 활동 이유로 해고된 것">. 

기사를 보면 이렇다. "2013년 폭로된 삼성그룹 '노조와해 전략 문건'의 실체가 대법원에서도 인정됐다. 대법원 2부는 29일 조장희 금속노조 삼성지회(삼성노조) 부지회장이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조 부지회장 승소로 판결한 2심을 확정했다. 

삼성에버랜드(지금 제일모직)에서 일하던 조 부지회장은 2011년 7월 복수노조제가 시행되면서 동료와 함께 신규 노조를 세웠다. 삼성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첫 번째 노조였다. 

그러나 '무노조 경영' 방침을 이어온 삼성은 노조 설립 신고증이 교부되기도 전에 조 부지회장을 해고하고 고소했다. 노조 홍보를 위해 임직원 4300여 명의 개인정보 등을 빼냈다는 등의 이유였다. 

쟁점은 증거로 제출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란 150쪽 분량 문건의 진위였다. 문건엔 노조원 비위 사실 추적·수집, 주동자 해고, 고액 손해배상·가처분 신청 등 노조 와해 계획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삼성은 용서받기 어려운 범죄 집단이다. 

민주노총의 삼성 불매운동 두 번째 이유는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 무더기 직업병 발생과 그 죽음의 행렬이다. 나는 반도체 산업이 이토록 무서운 줄은 몰랐다. 환경정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찾은 자료다. 

"반도체 칩 생산에 필수적인 6인치 크기 웨이퍼(반도체 기판이 되는 둥근 판) 하나를 생산하는 데 화학 물질이 9kg 필요하다. 웨이퍼에 회로 디자인을 그려 넣는 에칭 과정과 오염 물질 제거를 위한 세정 과정에 다량 사용되는 유기용제 솔벤트와 산화 용액은 생태계와 인체에 치명적이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생산 공정에 투입된 노동자들을 위협한다. 반도체 공장의 이미지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하얗게 둘러싼 '토끼복장'과 클린룸으로 상징되는 청정 산업이다. 

하지만 클린룸은 반도체 생산에서 집중적으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간이다. '토끼복장'은 체모·피부·땀으로부터 마이크로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화학물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14일 숨진 김기철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제공.

오늘 16일 새로운 사실이 알려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에 걸려 5년째 투병하던 노동자 김기철씨가 서른한 살 젊은 나이에 지난 14일 숨을 거두었다. 

보도를 보면 김씨는 2006년 11월 삼성 협력업체에 들어가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 15라인에서 반도체 웨이퍼 자동반송장비 유지보수를 했다. 해당 공정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비소 등 발암물질과 메탄올 등 독성화학물질을 비롯해 갖은 화학물질이 사용됐고 김씨는 이에 노출된 채 일했다. 

2012년 9월 급작스러운 잇몸 출혈이 일어나 병원을 찾았더니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이 나왔다. 병세는 2015년 12월 악화됐고 조혈모 세포 이식 등을 받았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산재 사망은 기업의 살인 행위"라며 "현재 삼성 반도체·LCD 공장 직업병 피해자는 225명이고 79명이 숨졌다. 백혈병으로 보면 서른두 번째"라고 밝혔다. 

2007년 3월 6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백혈병으로 황유미(당시 24살)씨가 처음 목숨을 잃은 뒤로 10년도 되지 않는 동안 이렇게 많은 목숨이 스러졌다. 

삼성은 당시 황유미씨 목숨값으로 아버지한테 500만원을 건네주었다. 이재용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 딸 정유라한테는 100억원 넘게 쓰면서 황유미씨한테는 고작 500만원이냐면서 그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을 받았다. 

이재용은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미안하고 책임을 느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죽음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아무리 이재용이라도 말로써만 멈추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삼성 반도체·LCD공장이 돌아가는 한 멈추지 않을 행렬이다. 

황유미씨 관련 장면. 민중의소리 사진.

삼성은 이렇듯 헌법을 위반하고 노동3권을 부정하고 백혈병 직업병으로 노동자들한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16일 특검은 이재용이 박근혜-최순실한테 430억원을 뇌물로 주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거액 뇌물이 작은 범죄는 아니다. 그러나 삼성 노동자들 노동3권을 박탈하고 수많은 노동자에게 백혈병 등 직업병을 강요하는 것은 이보다 더한 범죄행위다. 

그런데도 삼성 이재용은 꿈쩍도 않고 범죄행위를 되풀이하고 있다. 왜일까? 그렇게 해도 아무 타격을 입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격 방법은 노동의 제공을 거부하는 파업과 상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불매운동 두 가지다.

불매운동은 불법도 아니고 자본주의에 반하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벌일 수 있는 소비자 저항 운동이다. 물론 불매운동이 말처럼 쉽기만 한 것은 아닌 줄도 잘 안다. 더욱이 민주노총은 불매운동에 나설 경우 나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삼성과 이재용이 이 나라 노동자와 소비자를 조금이라도 의식하고 꿈쩍이라도 하게 만들려면 이렇게 저항하고 타격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민주노총이 삼성 제품 불매 운동에 하루빨리 나서면 좋겠다. 정말 배알도 없는 조직이 아니라면 말이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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