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사람이야기

"시민에게 자부심 주는 성심당, 취재과정도 행복했어요"

기록하는 사람 2016. 12. 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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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저자 김태훈 씨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대전의 빵집 성심당 직원들은 유니폼을 벗고 시위대에 잠입, 빵과 비닐랩(최루탄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을 나눠주었다. 전경들에게도 빵과 물을 나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성심당을 보건범죄로 엮어 사법처리를 시도했다. 징역 5년 이상에 해당하는 중범죄였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 직전, 노태우의 6·29 항복선언이 나왔고 성심당 업주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경찰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표창장을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시위 현장에서 고생하는 전경들에게 빵과 물을 나눠 줘서 고맙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풉'하고 실소가 터져 나왔다. 최근 출간된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남해의봄날, 이하 <성심당>)에 나오는 이야기다. 참고로 성심당은 대전지역 대학생이 꼽은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2015년과 201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종업원 400명의 빵집 기업이다. 2위는 대전 연고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였다.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 성심당

그런 성심당에 2005년 불이 났다. 사장 부부가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 직원들이 복구작업에 발 벗고 나섰다. 6일 만에 매장 문을 다시 여는 순간을 표현한 대목에서는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왔다.

사진 남해의 봄날

이 책을 쓴 이는 김태훈(47) 씨다. 그는 여행인문학을 지향하는 '또다른세상협동조합' 사무국장이자 경남도민일보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1999년 경남도민일보 기자를 약 1년여 지낸 적도 있다. 그래서 나와도 잘 아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김태훈 씨를 인터뷰하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잘 안다고 생각해왔지만 실제 모르는 게 더 많은 인물이었다.

조경학을 뒤로하고 문화정책과 스토리텔링에 몰두하다

그는 창원 출신으로 서울대 조경학과를 나왔고, 역시 서울대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성심당>은 전공과 전혀 무관한 책이다. 그의 전작 <소리바다는 왜?>(현실문화, 2010) 또한 그렇고, 공저 <가는 길이 내 길이다>(한울, 2015)나 <스토리텔링 레시피>(푸른사상, 2014)도 마찬가지다. 책을 살펴보니 문화정책과 스토리텔링에 관계된 내용이 많다. 창원대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문화정책을 연구하여 석사학위를 받은 경력도 있었다. 그는 또 월간 <피플파워>에 약 2년 가까이 '도시와 스토리텔링'을 연재하기도 했다.

사진 이종현 기자

Q. 조경학이 아닌 문화정책과 스토리텔링에 꽂힌 까닭은 뭔가요?

"전공이 적성에 잘 맞지 않았어요. 대학원도 조경학과에 갔는데, 거기서 이종인 선생이라고 우리나라 문화정책 권위자이고 문화예술진흥원을 처음 만드신 분을 만났어요. 그분 강의를 들으면서 아! 문화정책 분야가 참 재미있겠구나 하고 생각한 거죠."

Q. 그래서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다시 창원대 대학원으로?

"네. 이종인 선생께 물어봤죠. 지역문화정책에 관심 있다고 했더니 그분이 딱 그러시더라고요. '그러면 짐 싸 들고 고향에 한 2년 갔다 와라'고. 서울에서 하면 안 되냐고 다시 물었더니, '서울에서 해봐야 만날 책이나 보고 구름 잡는 소리만 한다. 현장에 가서 굴러봐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땐 그 선생님이 저에겐 하느님 같은 존재였으니까 바로 고향 창원으로 오게 된 거죠."

Q. 창원대 행정학과에서 문화정책을 배울 커리큘럼이 있나요?

"없죠. 당시만 해도 문화정책이나 예술경영 이런 분야가 막 생길 때였으니까 그냥 행정학과 정책학 이런 걸 배운 거죠. 그때가 1999년이었어요."

Q. 대학원을 다니면서 경남도민일보에 입사했던 건가요?

"네. 그때도 이종인 선생께 물어봤더니 '기자를 하면 빨리 이쪽 분야를 알 수 있고 좋을 것 같다'고 해서…."

Q. 1년 좀 넘게 하고 경남도민일보도 그만뒀는데요.

"그만두고 당시 경남발전연구원 민말순 박사가 마산 경관 관리 관련 프로젝트가 있다며 같이 하자고 해서 그걸 하면서 대학원 논문도 마치고 그랬죠."

Q. 그 후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입사했었죠?

"그렇죠.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근무했으니까."

Q. 거기서 했던 일은 뭔가요?

"정책개발 분야와 홍보, 마지막엔 음악사업팀장을 했죠."

Q. 그만두게 된 계기는 뭐죠?

"당시 음원사이트 소리바다 사태 때문이었죠."(자세한 내용은 <소리바다는 왜?> 참고)

Q. <소리바다는 왜?> 작가 소개에서 스스로 '유랑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유랑을 소개한다면?

"콘텐츠진흥원 그만두고 소리바다에도 약 9개월 있었고, 콘텐츠기획사에도 잠깐 있었고, 마산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인 '창동오동동이야기'도 했고, SNS 강연도 다니고 그랬죠."

Q. <성심당>의 작가 소개에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게 빠졌던데요.

"그, 뭐 별시리…. 제 정체성과도 좀 맞지 않는 것 같고."

Q. 2015년도에 설립한 '또다른세상협동조합'은 수익모델이 뭔가요?

"이슬람 전문가인 한양대 이희수 교수와 함께 만들었는데, 이슬람 콘텐츠를 재미있게 가공하여 강좌도 하고 여행, 답사도 가는 그런 프로그램을 하려고 만든 거죠. 아직 크게 수익이 나는 건 없어요. 장기적 전망을 갖고 하는 거죠."

Q. 콘텐츠진흥원을 그만두고 나서는 일정한 수입 없이 불안정한 상태로 '유랑'을 해왔는데, 경제적 어려움은 없나요?

"아내가 교사여서 그럭저럭 생활하긴 하는데, 그래서 제가 아이들을 잘 보잖아요. 집안일도 많이 하고.(웃음) 경제적으로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내가 집에는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지속적으로 어필하는 거죠."

성심당의 이야기를 남기다

Q. <성심당> 이야기로 돌아가서, 출판사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3년 전에 성심당을 찾아가 출간제의를 했다고 밝혔던데….

"3년 전이라면 성심당은 책을 낼 생각이 없었어요. 괜히 자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그랬겠죠. 그러다가 올해 60주년을 앞두고 작년 들어서 기록을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저는 작년 여름에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홍미애 센터장 초청으로 강연을 몇 번 다녀오고 하다가 성심당 김미진 이사(임영진 대표의 부인)와 페이스북 친구가 됐죠. 물론 홍미애 센터장의 소개로 2011년에 이미 만나긴 했고, 성심당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그러던 차에 작년 가을 김미진 이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고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됐죠."

김미진 이사는 이 책 에필로그에서 "사람도 환갑이 되면 자신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다시 길을 찾듯이, 빵집에게 60년도 마찬가지 나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우리 부부가 떠난 뒤 말로만 전해지던 성심당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라도 남긴다면 훗날 함께할 성심인들에게 창업주의 정신과 삶이 그저 흘러간 전설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출간 동기를 밝혔다.

Q. 서점가에서 책 반응이 좋은 것 같던데.

"초판을 5000권 찍었는데, 곧 2쇄 작업에 들어간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대전에서 제일 안 팔린다고 하네요."

Q. 그건 왜 그럴까요?

"아마 대전 사람들은 성심당에 대해 대충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웃음)"

Q. 책을 보니 도입부부터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더라고요. 읽다 보면 울컥하는 부분도 있고, 웃음이 터지는 부분도 있고…. 이렇게 내러티브 기법은 진짜 세밀한 취재가 안 되면 쓸 수 없는 글인데, 어떻게 취재했나요?

"출판편집자 정은영 대표가 그렇게 써달라고 요구했어요. 처음엔 성심당 대표 부부의 인터뷰만으로 썼는데, 추가로 자녀들도 인터뷰하고, 오래된 직원들도 인터뷰를 해봤더니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지게 되더라고요. 홍미애 센터장 등 고객들 이야기도 들었고…."

사진 이종현 기자


대전 사람들도 모르는 성심당의 숨은 이야기

Q. 저도 홍미애 센터장에게 성심당 이야기를 들었고 대전에서 택시기사에게도 들었는데, 성심당이 한때는 프랜차이즈 분점도 상당히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쪼그라들었다고 들었어요. 책을 보니 임영진 대표의 동생이 별도 법인으로 프랜차이즈 회사를 만들어 사업을 확장하다 망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있더군요.

"대전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알고 있을 거에요. 형제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굳이 임영진 대표가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죠."

Q. 내가 볼 땐 그게 임영진 대표와 김미진 이사의 대단한 점인 것 같아요. 글쓴이의 취재도 알뜰했고….

"짧게나마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던 것도 도움이 많이 됐죠. 그리고 2010년 이후 계속 관심을 갖고 대전에 갈 때마다 성심당을 살피고 자료를 찾아보고 그런 게 축적이 되어 있었던 것도 덕을 봤죠."

Q. 6월 민주항쟁 이후 경찰이 표창장을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책에 나와 있는데, 실제로 받았는지 여부는 없더라고요?

"예. 실제로 받았죠."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을 물었다.

"성심당을 취재하고 글을 쓰면서 대전 사람들이 참 부러웠어요. 그들은 '빵 먹으러 가자' 하지 않고 '성심당 가자'고 하더라고요. 부산에도 어묵이 있고 통영에는 꿀빵이 있지만, 특정 회사 자체를 시민이 좋아해 주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그 도시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회사. 스토리텔링에서는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마케팅을 위해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기업이 많은데, 시민들에게 자부심을 주고 자랑거리가 되면 시민이 나서서 마케팅을 해주게 되잖아요. 그런 기업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 10점
김태훈 지음/남해의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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