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혁명의 역사는 어떻게 기록될까요?

요즘 저는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를 미디어로 삼아 영상 저널리즘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에 따른 촛불집회 현장을 주로 촬영, 편집해 올리고 있습니다. 기자로서 이 시국에 작은 역할이라도 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지금까지 약 100여 개의 영상을 올렸는데요. 각 영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나 조회수를 분석해보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더군요.

우선 유명인이나 큰 단체 대표자의 발언영상이라고 해서 조회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방송인 김제동 씨가 창원 만민공동회에 왔을 때의 영상 아홉 개를 올렸는데요. 조회수가 가장 높은 것은 김제동 씨의 시원하고 논리적인 시국연설이 아니라 '김제동이 취객을 대하는 자세'라는 영상이었습니다

저렇게 촬영하고 있습니다. /사진 : 블로거 먼산 님

그날 행사장에 술 취한 50대 남성이 무대 바로 옆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어슬렁거리며 알아 들을 수 없는 고함을 지르곤 했습니다. 연설하는 사람 바로 앞에 서서 노려보며 이상한 말을 내뱉거나 담배를 피우려다 행사관계자에게 제지당했고, 갑자기 무대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제동은 그에게 다가가 즉석 인터뷰를 하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연설 때마다 그를 언급하며 챙겼습니다. 그가 상의를 벗으면 다가가 옷을 입혀주었고, 마지막엔 '공동 사회자'라 지칭하며 청중에게 박수를 청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담은 영상은 25만여 명이 조회하며 '멋지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반면 김제동 씨의 시국에 대한 연설장면을 담은 '김제동이 생각하는 외교 안보 평화 통일이란?', '김제동, 영어는 선택과목으로 해도 된다', '김제동, 태어나는 아이에게 1000만 원 지급해야', '김제동, 박근혜는 내려오지 말고 올라와라' 등 영상은 100회~500회 정도에 그쳤습니다.

<뉴스타파> 최승호 PD도 꽤 유명한 저널리스트입니다. MBC에서 황우석 줄기세포 조작사건을 파헤치고 검사와 스폰서를 폭로한 바로 그 최승호 PD가 진주에 강연을 왔을 때의 장면을 담은 영상도 200~500회 정도였습니다.

촛불집회 자유발언 영상에 대한 반응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을 비롯한 기존 운동단체 대표들의 발언 영상은 수백 회 조회수에 그친 반면 평범한 청소년이나 이름 없는 시민의 자유발언은 수만~100만 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냥 길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외쳐봤더니'(175만 1223회), '마산 여고생 자유발언 박근혜가 싫은 5가지 이유'(11만 3600회), '창원 촛불집회 최대 히트작 그래선 안 돼'(9만 7474회), '경남 남해에서 온 닭띠 여성 코믹 유쾌 자유발언'(9만 3000회) 등이 그것입니다. 이 외에도 <단디뉴스>가 유튜브에 올린 '울다 웃다 진주 경해여고생 눈물의 자유발언'(8만 7000회) 또한 맥락을 같이 합니다.

일반 시민의 자유발언과 기존 운동단체 대표자의 연설을 비교해보면 둘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청소년이나 시민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기분이나 느낌을 털어놓습니다. "저는 이렇게 느꼈어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화가 났어요"라는 식이죠. 목소리를 높일 때는 높이지만 그냥 생활언어로 대화하듯 이야기하며 목에 힘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청중은 '맞아! 나도 그런 기분이었어' 하며 공감합니다.

하지만 단체의 대표들은 일단 목에 힘을 주고 웅변조로 말합니다. 제가 볼 땐 80년대 운동권 연설 스타일 딱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대중들이 모르는 뭔가를 가르치거나 깨우쳐줘야 한다는 강박이 드러납니다. 솔직한 느낌을 털어놓는 게 아니라 뭔가 설명하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며 대중을 이끌려고 합니다.

또 다른 차이도 있습니다. 청소년이나 시민은 3분이라는 자유발언 시간한도를 넘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단체 대표들의 연설은 대부분 6분~10분에 이릅니다. 그래서 지겹고 부담스럽습니다.

이런 모습과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건 이제 사회운동도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중과 함께 생활언어로 이야기하고, 대중과 함께 SNS에서 좀 더 활발하게 대화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아직도 노동단체나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실무자들의 SNS 활동은 소극적이거나 미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건 기자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 경남도민일보만 봐도 SNS 계정만 개설해놓고 독자 또는 잠재독자인 시민과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이번 촛불집회의 가장 큰 동력이 된 것은 SNS였습니다. 진주비상시국회의가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 77명을 상대로 즉석 설문조사를 했는데, '촛불집회 장소와 시간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에 44명이 SNS를 통해 알았고,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는 사람이 20명이었습니다. 현수막이나 전단지를 통해 알았다는 사람은 5명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SNS를 매개로 우리는 지금 촛불 혁명의 역사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는 하루빨리 이 혁명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 시국을 좀 더 정확히 진단하고 향후 과제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차원에서 <피플파워>는 헌법학의 권위자인 경상대학교 곽상진(62)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그는 "헌법에 대해 뭘 알지도 못하면서 광고 카피처럼 '제왕적 대통령' '의원내각제' '개헌' 이런 말을 입에 올리지 마라"고 일갈했습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월간 피플파워 1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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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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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먼산 2016.12.29 0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공감합니다. ~^^

  2. 안종수 2016.12.29 1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운동권 냄새가 나면
    공감이 잘되지 않습니다.
    은연중에 운동권에 대한 거부심리가 작용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