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이재명] 박근혜의 업적이 있다면 그것은?

김훤주 2016. 11. 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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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하철에서 일하는 블로거 거다란(해당 노조 상근 간부라고도 들었다)님이 11월 4일 부산으로 오라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만나는 자리가 있는데 여기에 함께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되었는데 약속한 오후 6시보다 두 시간 일찍 창원에서 출발했건만 길이 막혀 40분이 늦었다. 저녁을 같이 먹는 자리였는데 이재명 시장은 7시 10분을 넘기지 않고 일어섰다. 7시 30분에 행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1. 줄잡아도 700명 청중

옆에 있던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에게 물었다. "정당 주관 행사인가요?" "아니요. 부산촛불 하고 열 몇 개 단체가 마련한 모양이던데, 크게 홍보도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나중에 보니까 이랬다. 부산을바꾸는시민의힘 민들레, 부산의미래를준비하는사람들,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민족문제연구소부산지부, 국민TV부산지역협의회, 부산민주한의사회, 부산대총학생회, 부산해운대촛불, 부산서면촛불, 부산화명촛불, 이스크라21, 포럼진보광장) 

이윽고 저녁을 먹고 행사가 열리는 벡스코 205호실로 갔다. 상당히 놀랐다. 이재명 시장 초청 강연이 아무리 크다 해도 정당에서 동원하지 않은 바에야 100명 안팎에 그치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강연장이 꽉 차 있었다. 어마어마하다고 해야 할는지……. 좌석이 꽉 차서 앞과 옆과 뒤 바닥에 앉거나 기대어 선 사람도 많았다. 게다가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이 모여들었다. 

2. 편안한 인상, 자연스러운 말투

이재명 시장은 아까 식당에서도 지금 강연회장(이야기마당)에서도 편안한 인상이었다. 말도 자연스러웠다. 꾸며서 하는 말이 아니었고 머리로 생각해서 나오는 말도 아니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말석에나마 끼어서 볼 수 있었던 정치인 몇몇이 생각났다. 블로그를 하는 덕분에 이런 정치인들을 두어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어떤 한 사람은 인위적인 그 자체였다. 질의-응답을 하다보면 그 정치인은 머리에서 생각을 굴리는 소리가 막 났다. 서론-본론-결론을 머리에서 다 써야만 입으로 얘기가 나오는 모양이었다.(다들 짐작하는대로 그런 얘기일수록 재미는 더욱 없게 마련이다.) 

다른 한 정치인도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말할 때마다 한참 뜸을 들이는 품이어서 편하게 튀어나오는 얘기는 드물었다. 

그리고 문재인 선수, 텔레비전에서밖에 보지 못했는데, 거기서 한 마디 할 때마다 생각을 거듭하는 모습이 읽힌다. 물론 정제된 말로 또박또박 표현을 한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평소 생각이나 소감이 아니라 가공된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어색해 보인다는 단점도 있을 수 있다. 

이재명 시장은 좀 달랐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냥 평소 생각이 술술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랬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치는 사람들 삶을 좀더 낫게 하는 수단 방법이고 그런 일을 하는 정치인은 국민들의 대리인이다, 주인이 아니다, 이렇게요." 어려운 말이나 추상적인 개념은 없었다.

그러면서 시장실 개방한 일을 얘기했다. 회의를 할 때도 개방해 두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단다. 관광 삼아 오는 분도 있고 초등학교·중학교 아이들이 견학을 오기도 한단다. 그러면서 아이들 상대로 국민이 주권자이고 주권자가 바로 주인이며 시장이나 도지사나 대통령 따위는 심부름꾼일 뿐이라는 사실을 본인이 몸소 경험한 사례를 갖고 편하게 얘기로 풀어내었다. 주제뿐만 아니라 얘기하는 소재 또한 전혀 특별하지 않고 상식과 현실에 바탕한 것들이었다. 

3. 뒤쫓을수록 잡기 어려운 잉어처럼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 전 식당에서 이재명 시장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계산을 해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 세상 일이라는 게 아무리 계산을 하고 또 머릿속에서 맞아떨어진다 해도 그런 계산대로 안 되는 게 바로 현실이다. 그러면 계산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마 2017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대통령 선거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던 모양인데 될까 말까 백날 계산해도 그대로 되지 않기가 십상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뒤이어 나온 말은 이랬던 것 같다. "평소 소신대로 자기 생각대로 열심히 살면서 행동하다 보면 (기회 또는 계기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오면 좋은 것이고 오지 않아도 받아들이면 그만입니다." 

"한 번씩 저는 '잉어론'을 얘기해요. 잉어 같은 물고기는 뒤쫓아 다니면 절대 잡지 못합니다. 뒤에서는 꼬리나 몸통을 붙잡아 봐야  미끈덩 하고 빠져나가 버립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오는 것을 잡아야 한다. 자기한테 올 때 잡아야 한다." 

뒤에서 찍은.앞에서 찍은.

맞는 말이다. 물고기는 뒤에서는 잡아도 잡은 것이 아니다. 비늘을 따라 몸을 흔들면 물고기는 움켜쥔 손아귀에서 아주 쉽사리 벗어나 버린다. 반면 앞으로 오는 것을 잡으면 어지간해서 놓쳐지지 않는다.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릴수록 물고기는 손아귀에 깊숙하게 스며든다. 

4. 이재명 인기의 비밀이랄까

어쨌거나 이재명 시장의 이 발언은 '계산을 해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다'는 또다른 이재명 시장의 말과 호응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국면에서 일개 성남시장이지만 대통령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 보였다. 

11월 4일 이재명 성남시장과 만난 자리가 그리 깊지도 넓지도 못하기는 했지만 적어도 나한테 이런 생각은 갖게 했다. 이재명 시장은 자연스러운 발언과 태도, 그리고 대중 눈높이에 맞춘 상식적 사고, 그리고 그런 상식을 꾸미지 않고 표현하는 솔직함이 매력이자 장점이 아닐까?  

물론 이재명 시장이 그런 매력과 장점을 갖추었어도 일개 시장이 대통령이 될 수는 없지 않겠느냐 여길 수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지난 4년 동안 박근혜가 업적이 있다면 그것은 누가 대통령을 해도 자기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확실하게 심어준 것이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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