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떠난 두산중 역사탐방 생태체험
□역사탐방 거제 칠천량해전공원전시관~옆개해수욕장 물놀이
8월 27일 역사탐방은 사파 보듬·창원 상남·민들레지역아동센터가 거제도에 딸린 작은 섬 칠천도를 찾았다. 무더운 여름의 끝에 역사탐방과 물놀이를 겸하기 위해서다.
칠천량해전공원 전시관을 들르고 점심을 먹은 뒤 옆개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일정이다. 재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우리 친구들, 역시나 참여도가 역대 최고였다. 빈자리 없이 버스에 빼곡히 들어앉은 아이들은 원균·배설 등 칠천량해전 얘기는 귓등으로 흘리고 물놀이 기대로 왁자지껄 즐겁다.
칠천량해전공원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유일한 패전 칠천량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 거제도 하면 이순신 장군의 첫 승리 옥포대첩을 더 많이 떠올리고 기억한다. 무엇이든 결과가 좋은 것을 더 기리고 높이 사기 마련이다.
그래서 패전을 기념하는 칠천량해전공원은 독특하다. 하지만 승전보다 패전을 통해 새기는 전쟁의 의미가 더 각별하다. 언덕배기 칠천량해전공원에 이른 아이들은 전망대에서 바닷바람을 마주하며 칠천량을 내려다본다.
400년 전 핏빛이었던 역사의 현장이지만 지금은 평화롭다. 칠천량해전공원은 전시관 영상물이 색다르다. 임진왜란 관련 영상물은 대부분 전투를 이끈 장수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이곳 영상물은 전쟁으로 고초를 겪는 백성이 주인공이다.
칠천량해전공원 전시관에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미션 수행하는 모습.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고달픈 것은 백성이다. 부자나 권력자는 이런 고통으로부터 자유롭다. 배를 곯는 가족을 위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노비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에 나가 목숨을 잃는 주인공 칠복이와 도치 이야기에 아이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전쟁이 터지면 일반 백성 가운데서도 여자와 아이들이 더 피해를 보고 고통을 겪는다. 특히 여자들에게 얼마나 잔혹했는지는 전시관에 걸린 몇몇 그림을 보면 몸서리치도록 실감 난다. 왜적에게 짓밟힌 여성들을 자결하게 하는 그림, 제목이 삼강행실도다.
자결하도록 해놓고 열녀라 칭송한다. 이처럼 위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있었던 양반들이 어쩌면 왜적보다 더 잔인한 것은 아닐까? 이런 내용을 풀어놓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려 아쉬웠다.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은 알아들었지만.
물놀이에 끌려 역사탐방에 참여했겠지 싶은 어린 친구들도 어쨌든 두산중공업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함께 이리저리 미션 문제를 열심히 풀고 다닌다.
기특한 장면이다.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커다란 무엇이 아니라 작은 우연이라는 말이 있듯 오늘 하루 얼떨결에 따라나선 길이 어린 친구들에게 역사에 흥미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면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점심을 먹고 찾은 옆개해수욕장은 같은 칠천도지만 반대 방향에 있다. 크기는 손바닥만 하다. 한여름 사람들로 북적였겠지만 지금은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설렁설렁 찾아들었다.
거침없이 바다에 뛰어드는 아이들.
바닷물은 아직 따뜻했고 인적이 드문 덕분에 해수욕장은 통째로 아이들 차지였다. 공부도 놀이도 푸짐한 하루였다.
한편으로 늘푸른·두레·한울지역아동센터는 거제에서 발생한 전염병 콜레라가 걱정되어 창원향토자료전시관과 함안박물관을 찾아갔다. 이는 한 달 전 해피타임·메아리·에디슨·경화·참살이·좋은씨앗교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다녀온 루트이기에 이번에는 싣지 않는다.
□ 생태체험 창원 둔덕·골옥방마을~거락숲 진전천 물놀이
생태체험은 창원 진전면에 있는 마을과 마을 숲에서 진행되었다. 새샘·산호지역아동센터는 둔덕마을로, 영은·덕산·굳뉴스지역아동센터는 골옥방마을로 찾아갔다.
아이들이 마을로 스며든 8월 27일은 입추도 처서도 지나 갖은 곡식과 과일이 여물어지는 즈음이다. 비조차 내리지 않고 폭염 또한 계속되었지만 그래도 세월은 흘러 절기가 바뀐다.
여항산은 마산과 함안에 걸쳐 있으면서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별로 높지는 않아도 골이 깊은 편이어서 여기서 발원한 진전천이 언제나 풍성한 물줄기를 자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둔덕·골옥방마을은 이 여항산 깊숙한 자락에 들어가 있다. 때묻지 않았으며 둘레에 갖은 곡물과 채소가 가꾸어지고 있다. 생태체험을 위해 마을을 찾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골옥방마을 밭에서 선생님과 콩을 살펴보는 모습.
요즘 아이들은 곡식·과일·채소가 어떻게 자라는지 잘 모른다. 20대나 30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깻잎으로 밥을 싸먹으면서도 그게 들깻잎인 줄 모르고 고구마를 삶아 먹으면서도 그게 땅속뿌리에 매달려 여무는 줄 모른다.
둔덕·골옥방은 가는 길도 예쁘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셋씩 팀을 이룬 아이들에게 미션지를 안겼다. 마을에서 사진 찍을 것들이 잔뜩 적힌 종이다. 벼 수수 조 콩 참깨 들깨 옥수수 고구마 가지 부추(정구지) 고추 대파 호박 피마자(아주까리)에 더해 시골 민가 둘레에 심겨 있는 봉숭아 코스모스 해바라기 맨드라미 배롱나무 같은 꽃도 있다.
아이들이 알 리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센터 선생님과 두산중공업 자원봉사 선생님 손을 잡고 다니며 "이게 뭐예요? 저게 뭐예요?", "피마자가 뭐예요? 들깨가 뭐예요?" 물으면 된다. 어쩌다 딱한 상황도 생긴다. 선생님도 모르는 것이다. 하하, 맞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농작물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알게 된다. 조는 열매가 한 가지에 매달려 묵직하고 수수는 여러 가지로 흩어져 달려서 흔들린다. 아직 깍지가 채 여물지 않은 콩은 잎이 가느다란 털이 나 있어서 까끌까끌하다.
고추를 그리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들.
지역아동센터 선생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산진에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구마는 잎이 갈라져 있으면서 넓적한 편인데 거기에는 우리가 먹는 고구마가 달려 있지 않다. 이게 이상했던지 한 아이가 고구마 줄기를 보면서 "왜 고구마가 없어요?" 묻는 바람에 한바탕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이러면서 저기 묶인 채 햇볕에 말라가는 참깨에서는 참기름이 나고 가는 줄기에 가지마다 잎사귀가 달린 들깨에서 우리가 쌈 싸먹는 깻잎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가운 햇살 아래 이리저리 노닌 다음에는 농작물이나 꽃 가운데에서 인상 깊은 하나를 골라 자세히 그리기를 했다. 아이들은 떠들지도 않고 그리기에 집중했다. 남자아이 몇몇은 고추밭에 가서 그리는데 정한 시간이 다 차도록 말도 않고 볼펜만 놀렸다.
진전천 거락숲에서 물로 뛰어드는 아이 표정이 마냥 즐거워 보인다. 뒤쪽 언니들도 표정이 흐뭇하다.
점심을 먹고나서는 물에 들어가 노는 일만 남았다. 진전천은 물이 풍성하면서 깊지 않아 물놀이에 안성맞춤이다. 다이빙도 하고 물살 따라 흘러내리기도 하고 여럿이 친구 하나를 물속에 던져넣기도 하는 사이에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아이들은 입술이 퍼렇게 질렸으면서도 떠나기가 아쉬운 품새였지만.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2016년 9월 12일치에 실린 글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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