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따오기는 소모성 관광상품이 아니다

김훤주 2016. 10. 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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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따오기가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신문방송에 보도가 잇따르네요. 평일에 하루 4회(10:00, 10:30, 14:00, 14:30), 한 번에 50명씩에게만 개방됩니다. 인터넷(www.ibis.or.kr, www.cng.go.kr)으로 예약하면 되고 궁금한 것은 따오기복원센터(전화 055-530-1574)로 물어보면 됩니다.) 

우리나라서는 따오기가 1979년을 마지막으로 멸종되었습니다.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농촌근대화 또는 개발로 농약을 지나치게 쓴 결과겠지요. 예쁘고 듬직하게 생긴 따오기를 박제하려고 사람들이 설친 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연과 인간이 모두 따오기가 살 수 없도록 만든 셈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따오기는 2008년과 2013년 중국에서 각각 2마리씩 들여온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창녕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 모두 171마리가 있는데요 그러니까 중국에서 들여온 따오기 4마리가 167마리를 새끼친 셈입니다. 

물론 이들은 아직 자연 상태에 야생에 있지는 않고 새장에 들어가 있습니다. 8년만에 4마리가 171마리로 늘어났으니 숫자는 이제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고 보고 앞으로는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데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습니다. 

2006년 6월 세계 유일 야생 따오기 서식지 중국 양시엔현에서 찍은 사진. 창녕군 제공.

이번 일반 공개도 야생 복귀를 앞두고 따오기가 사람한테 익숙해지도록 하려는 조치 가운데 하나랍니다. 우포따오기복원센터 계획대로라면 아마도 내년 가을에 20마리 정도 따오기가 새장을 떠나 자연으로 돌려보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오기 야생 방사를 앞두고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환경포럼을 열었습니다. 9월 28일 창녕 부곡 레인보우호텔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기자의 시선으로 본 멸종위기종 복원의 현재와 미래’가 그것이었습니다. 

조홍섭 한겨레 부국장이 ‘생물다양성의 위기와 복원사업의 의의’를, 일본 요미우리신문 사토시 마츠다 황새 전문 기자가 ‘황새 복원 현황과 한·일 협력’을,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가 ‘현장에서 본 야생생물-멸종위기종 중심으로’를, 홈마 호즈미 일본 사도시 따오기 정책담당 공무원이 ‘따오기의 보호증식과 야생복귀의 대처’를, 박수택 SBS논설위원이 ‘대국민 인식증진을 위한 언론의 역할’를 발표했습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저도 한 꼭지 발표했는데요, 2015년 겨울 일본 도요오카시를 다녀온 경험을 바탕삼아 ‘행정과 지역 주민 협력에 의한 종복원 사업-도요오카시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도요오카는 50년 넘는 꾸준한 노력으로 멸종된 황새를 야생에 되살려낸 자치단체입니다. 비록 황새와 따오기라는 차이는 있지만 둘 다 당시 멸종되었던 동물이고 그런 면에서 일본 도요오카 사례가 창녕군 따오기 복원에 도움이 될까 싶어 주최쪽에서 주제를 정해 제게 맡겼던 것입니다.

발표문을 아래에 붙입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요지는 이렇습니다. 

①멸종된 따오기의 복원은 따오기가 살 수 있는 인문·자연 환경의 복원이다, ②인문·자연환경의 복원은 따오기도 살 수 있는 농법을 개발·보급하고 사라졌던 습지를 복원하는 한편 따오기와 인간이 공생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③인문·자연환경의 복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심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도요오카시에 볼 수 있는 것처럼 행정의 모든 영역을 관장·조정할 수 있는 고위급 부서 설치가 필요하다, ④창녕군은 지역 농법은 농약을 치는 그대로고 공생 교육도 없으며 습지는 우포늪 말고는 모두 허투루 여기는 듯하다,

⑤이런 상황에서 따오기를 야생에 풀어놓아 봐야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⑥서두르지 말고, 당장 눈 앞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해나가야 한다는 도요오카 시장의 도움말이 새삼스럽다 정도입니다. 

창녕군이 여태 따오기 번식을 위해 애써온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지려면 이런 조건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제안 정도입니다. 창녕군 고위 공무원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내용일 수 있습니다. 따오기를 성급하게 풀어놓으면 따오기는 그냥 단순히 소모성 관광상품 정도가 되고 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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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오카시의 공감과 공생 

먼저 농업. 1990년대 도요오카시는 황새 야생 방사에 대비해 '황새를 키우는 농법' 개발·보급에 나섰다. 

황새 먹이 생존 확대 농법, 무농약·저농약 농법, 일품이 관행농업보다 늘지 않는 농법, 소출이 줄지 않는 농법. 목표는 황새가 자연 생태 하늘을 날아다니도록 하는 것이었다. 논밭에 농약을 계속 뿌리는 이상, 황새 방사는 시체 생산과 같은 말이었다. 

황새농법을 개발은 했지만 적용은 또다른 문제였다. 누구에게나 낯선 것은 마땅찮다. 낯선 농법은 더 큰 매력이 필요했다. 

도요오카시는 지역농협을 통해 황새농법 쌀을 죄다 비싼 값에 사들였다. 수매가가 30㎏ 기준 일반농법은 6500엔 정도지만 황새농법은 저농약이 8500엔, 무농약은 1만1000엔이다. 지역농협은 '춤추는 황새' 브랜드로 파는데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라 한다. 

다음 교육.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황새 관련 활동을 하도록 했다. 황새 관찰도 하고 무논을 가꾸기도 했다. 토론을 통해 황새를 위해 무엇을 할까 결정하게도 했으며 그런 결정을 도요오카시는 서슴없이 지원했다. 

야생 따오기는 이렇게 논에서 먹이를 찾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2006년 12월 중국 양시엔현을 찾아갔을 때 찍은 사진.


학교 울타리를 뛰어넘어 지역 학생들을 끌어모아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학생일 때도 황새를 위하지만 졸업한 뒤에도 꾸준히 황새를 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생태관광. 지역 주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구실을 한다. 

기노사키온천+겐부도(玄武洞)+이즈시성(出石城)+전통 가방+다지마규(坦馬牛)+사라소바(皿そば)에다 황새를 얹었다. 도요오카 사람들이 좀더 잘 살기 위해서라도 황새가 도요오카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을 만들었다. 

우포따오기복원센터 새장 안에 있는 따오기.


□ 자치단체가 핵심이고 중심이다 

* 도요오카시의 황새 관련 활동은 셋이다. ①황새 증식·복원을 위한 연구·실행 ②황새가 살 수 있는 자연환경 조성 ③인간도 손해보지 않고 살 수 있는 조건 마련. 최상위목표는 황새와 인간의 공생. 앞에서도 보았듯 황새생태관광이나 황새농법은 수단일 따름 목적은 아님. 

* 황새공생부(共生部)를 두고 있다. 국(局)에 해당되며 아래에 과(課)가 있다. '일개' 황새 보전·복원을 위해 독립적 행정국을 두다니. 이는 황새와 인간의 공생을 위해 분야도 여럿이고 성격도 다르니까 하나로 모아 체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한국 정부는 따오기 복원을 할 수 없다 

따오기 복원의 주체는 창녕군이라고 본다. 중앙정부나 중앙행정기관을 탓해서는 안 된다. 창녕군이 자기 살점을 떼어내 따오기 복원에 써야 한다. 중앙정부 등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라도 창녕군이 먼저 희생해야 한다. 

따오기가 되살아나면 그 혜택은 가장 먼저 창녕 주민(법인 포함)이 본다. 손 안 대고 코 풀려고 하면 안 된다. 중앙정부 등은 보조 역할 이상은 할 수가 없다. 

우포따오기야생적응방사장.


나카가이 무네하루 도요오카시장의 조언(경남도민일보 2015년 5월 28일 보도 내용) 

“자칫 잘못하면 따오기를 좋아하는 사람만으로, 환경을 지키자는 사람만으로 한정될 수 있다. 따오기를 야생에 되살리면 사람한테 득이 된다. 이를 모두가 공감하도록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 발짝 한 발짝 욕심내지 말고 착실하게 착실하게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루빨리 성과를 내고 싶다, 이렇게 초조해하면 안 된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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