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홍준표 유죄 법정구속 모면, 재판부의 절묘한 선택

기록하는 사람 2016. 9. 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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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억 정치자금 수수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1심 재판부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집행유예가 아닌 징역형을 선고받게 되면 대개 법정에서 곧바로 구속 수감된다. 그런데 재판부는 '현직 자치단체장인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홍준표 지사가 항소하게 되면 2심 재판 선고 때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선고되면 그땐 법정구속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직 자치단체장이라 하더라도 이런 경우 법정구속하는 게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런데 왜 유독 홍준표 지사에게는 법정구속을 면해줬을까.

생각해보니 재판부가 절묘한 판단을 한 것 같다. 즉 홍준표 지사가 구속된 상태에서 항소를 하면 현재 경남도지사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부지사가 직무대행을 하게 될 뿐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경남도민일보 사진

그러면 현재 경남도민들이 추진해온 홍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은 어떻게 될까? 이달 말 결판나겠지만, 소환을 추진해온 운동본부측은 주민소환 요건이 무난히 성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운동본부측 예측대로 주민소환 요건이 성립되면 11월쯤 소환투표가 시행될 예정이다.

소환대상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투표가 진행될까? 물론 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구속되어 있더라도 도지사직을 사퇴하지 않는 한 투표요건이 성립되면 투표는 일정대로 진행된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렇게 되면 경남도민은 구속되어 수감 중인 도지사에 대한 투표를 하게 된다. 명목상 도지사일뿐 아무런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식물 도지사를 끌어내리느냐 마느냐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된다면 홍 지사에 대한 동정여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즉 "어차피 구속되어 있는 사람을 굳이 소환투표까지 해야 하냐"는 정서가 번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여론이 일어날 경우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져 유권자의 3분의 1을 달성하지 못하고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불구속 상태에서 홍 지사가 사퇴하지 않고, 여전히 도지사 권한을 행사하면서 항소심을 진행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죄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뻔뻔하게 사퇴도 하지 않는 모습에 열받은 시민들이 투표장으로 달려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민소환운동본부측은 상당히 유리한 상황을 확보한 것이고, 홍 지사 입장에선 재판과 소환투표라는 두 가지 공격에 대응해야 할 처지가 된다.

물론 1심 재판부가 이런 상황까지 고려하여 법정구속을 모면케해준 것인지까진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보기엔 재판부의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론 절묘한 선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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