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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연꽃테마파크-똑딱이로도 이 정도는 찍는다

김훤주 2016. 8. 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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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진을 잘 찍는 편이 아닙니다. 카메라도 고급이 아닙니다. 일본 소니에서 만든 50만원대 간단 조작 카메라를 씁니다. 갈아끼워가면서 쓰는 특수렌즈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 어지간히 무신경해서 카메라에 접사 촬영 기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그냥 대충 씁니다. 귀찮아서요^^

물론 자랑은 아닙니다. 그냥 제가 사정이 그렇다는 말씀 정도 드리는 셈입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카메라가 제대로 받춰주지 않아 아쉽기도 합니다만, 이번 함안 블로거 팸투어에서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특히 함안연꽃테마파크 연꽃을 찍기 위해 7월 30일 이른 아침 찾았을 때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다른 지역 연꽃 단지 같으면 카메라와 연꽃 사이 거리가 멀어서 카메라 줌업 기능이 필요했을 수도 있고 나아가 일반 렌즈가 아니라 특수렌즈를 써야 하는 사정이 생겼을 수도 있겠지만 함안연꽃테마파크는 아예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렇게 만든 까닭에 일반 카메라로도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제가 똑딱이로 찍은 사진들을 한 번 올려 봅니다. 제가 잘 찍었다고 올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리고 어떤 카메라로도 함안연꽃테마파크에서는 이런 정도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려고 올립니다. 이런 계열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 분께는 미안합니다만. 

저는 이날 이렇게 연꽃 사진을 찍으면서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연꽃에 꿀이 무진장하게 많다는 사실입니다. 보시면 알 수 있는 그대로 하늘하늘 노란색 꽃술 끄트머리 하얀 부분이 모두 꿀이었습니다.

제가 쓰는 카메라입니다.

그래서 벌이 끊이지 않고 날아다녔습니다. 꽃술 꿀 부분에 대가리를 박고는 정신없이 꿀을 끌어모으고 있었습니다. 연꽃이 하나면 거기서 꿀을 탐하는 녀석이 두세 마리는 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뒷다리에 묻혀 모은 꿀이 무거운 때문인지 제대로 날지 못하고 뒤뚱거리는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알게 된 사실은 이렇습니다. 아무래도 지구가 우리 인간의 차지는 절대 아닌 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알지도 못하고 짐작도 못하겠습니다만, 거기 함안연꽃테마파크에 모여 있는 연꽃이 모두 얼마나 될까요? 적어도 10만 송이는 되지 않을까요? 

꿀벌은 얼마나 될까요? 30만 마리는 된다고 보아야겠지요. 인간은 고작해야 함안 전역에 7만명, 함안연꽃테마파크가 있는 가야읍에는 상주 인구가 채 2만이 되지 않는답니다. 반면 꿀벌은 함안 전역으로 넓혀 보면 어쩌면 1억 마리를 넘을는지도 모릅니다. 

지구가 우리 인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님은 이것만 보아도 분명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함안연꽃테마파크에 있는 꿀벌만 보아도 이런 정도인데, 다른 숱한 생명체까지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 주인공이 한 말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가장 먼저 교신할 상대는 아마 개미일 것이다"가 문득 떠올랐던 까닭입니다. 개미는 지구에서 살지 않는 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숫자도 인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많으니까요.

세 번째로 알게 된 사실은 사람 사는 것이 참 별 것 아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함안연꽃테마파크를 찾은 때가 6시 30분도 안 된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겨울이라면 아직 해조차 뜨지 않아 어둑어둑할 시간대였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무진장 많았습니다. 그냥 연꽃 구경을 나온 사람도 있었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운동삼아 걸으러 나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경우는 우리도 거기 포함되겠지만 사진을 찍으러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자뭇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 사각형 안에 연꽃을 제대로 담으려고 각도를 맞추느라 열심이었습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렇지 함안연꽃테마파크는 사진 촬영 명소가 된 지 이미 오래였습니다. 알고 지내는 한 분을 우연히 만났는데, 요즘 사진 찍기에 재미가 들어 사진 배우러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게 도무지 얼마나 부질없고 한갓된 노릇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연꽃이나 꿀벌들 보면서 감탄하고 또 카메라를 가까이 갖다대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가만 따져보면 우리 인간이 하는 일 가운데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일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밥먹고 숨쉬고 일하고 똥 누고 오줌누고 자식 낳고 기르고 하는 일말고는 대체로 쓸모없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목을 매는 일들은 그런 필요한 일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쓸모없는 일에 몰두하고 정신을 못 차립니다. 살아가는 데 필요하고 중요한 일은 오히려 하찮게 여깁니다. 사진 찍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직업 사진가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그냥 즐기려고 사진을 찍습니다. 

범위를 넓혀보면 사람 사는 일이 그러해서 대개가 쓸모없는 일들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글쓰기도 사진 올리기도 그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런 쓸모없는 일에 자기 삶이 다 쓰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자기가 하는 일은 무엇이 되었든 대단하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갑니다. 같은 일이라도 다른 사람이 하면 사소하지만 자기가 하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인 양 여깁니다. 물론 이는 어쩌면 살아가면서 하는 일 대부분이 부질없고 한갓되다는 사실을 사실 그대로 인식할 경우 삶이 허무해져 자살할 개연성이 높아지겠기에 부지불식간에 거는 우리 스스로의 최면일지도 모릅니다. 

별것 아닌 이런 생각 끝에 우습고 어설프지만 어떤 다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삶은 부질없는 노릇이고 내 의지로 태어난 세상도 아니니까 좀더 가볍게 살아야겠다고 말씀입니다. 먹고사는 것과 관련된 일조차 좀더 가볍게 감당해야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습니다. 내가 보면 진지하고 중요한 일이라 해도 객관적으로까지 그러하리라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무겁게 말고 가볍게 살자!!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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