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조영남 대작 사건은 인간 근본에 대한 문제

김훤주 2016. 5.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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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이 다른 사람한테 돈을 주고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그것을 자기 작품인 양 꾸며 비싼 값에 팔아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 첫날인가 다음날인가 텔레비전을 통해 관련 소식을 들으면서 어떤 사람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조영남 이번 사건을 두고 대작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 미술계 관행이라는데 맞느냐 아니냐, 그림 그려준 사람이 조수에 해당되느냐 아니냐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듣고 있던 이 사람은 “핵심은 관행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조영남이 공생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조수냐 아니냐를 가리는 해법은 조영남의 그림 솜씨가 어느 정도인지 그려보이는 데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급공감 격공감을 했습니다. 


사기죄 성립 여부는 어쩌면 사소한 문제


조영남이 300만~1000만원에 팔아먹은 이른바 ‘작품’들이 얼마나 예술성이 있느냐는 어쩌면 사소한 문제입니다. 그런 그림들 또는 관련 얘기들을 소비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태도가 예술작품을 대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누구나 다 아시는대로 조영남 그림을 대단한 예술품이라 여기고 구입하는 사람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은 조영남이 그렸다는 이유만으로 사들였을 테고 더 나아가 바로 그런 이유만으로 인기가 있고 환금성이 보장된다 여겨서 사들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영남 대작 사건이 조수를 두고 그림을 일정 부분 그리게 한다는 미술계의 관행에 해당하느냐 여부는 현실적으로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그에 대한 사람들 의견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사기죄 성립 여부는 좀더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한 여론도 (다분히 감정적이기는 하지만)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쪽이 크게 우세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80%는 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달리 보는 사람이 20%는 넘는다는 말씀입니다.


공생 않고 독식한 것이 문제


반면 우리 사회 구성원의 거의 100%가 인정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조영남이 대작 작가에게 공임으로 주었다는 작품 하나당 10만원이 터무니 없이 적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쥐꼬리만큼 줘놓고는 정작 본인은 별로 수고도 들이지 않은 채 30~100배에 이르는 이득을 챙겼다는 점입니다. 


만약 조영남이 대작 작가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공임(50만~100만원)을 주었어도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요? 대작작가 본인은 처음부터 문제 삼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가 문제 제기를 하려 하면 오히려 스스로 나서서 말렸겠지요. 아울러 사람들 대부분도 지금처럼 이렇게 들끓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영남의 이런 행동이 사기냐 아니냐, 관행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은 줄기가 아니고 곁가지일 따름입니다. 조영남의 대작과 그 그림 판매가 사기죄가 성립되면 더 들끓고 관행으로 인정되면 공분이 가라앉고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수고는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다 시키고 이득은 조영남이 혼자서 독차지하고 파트너와 나누지 않는, 공생이 아니라 독식이 근본 원인이고 핵심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상대방의 정당한 몫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 몫은 과대포장한 잘못이 가장 크다는 얘기입니다.


조영남 그림 솜씨는 대작작가보다 나을까?


대작작가 조수냐 아니냐 가리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조수는 돕는 사람입니다. 조수는 실력도 처집니다. 대학(원)생이 대학교수의 조수가 될 수는 있어도 대학교수가 대학(원)생의 조수가 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만약 대학교수가 대학(원)생을 돕는다면 그것은 조수 노릇이 아닌 지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영남의 실력이 뛰어난지 아니면 대작 작가의 실력이 뛰어난지만 확인해 보면 됩니다. 그 작가가 조영남보다 실력이 모자라면 그 사람은 조영남의 조수가 맞습니다. 반대로 조영남이 그 작가보다 실력이 처지면 그 작가가 그림을 대신 그려준 것이 맞습니다. 

조영남화개장터갤러리카페. 하동 화개장터에 있습니다.


그런데 대작 작가로 알려진 사람은 실력이 이미 여러 그림으로 확인이 되지만 조영남은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영남이 대중 앞에서 자기 솜씨를 공개해 보이기만 하면 문제는 해결되고 만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핵심에 대한 지적과 그 해법 제시가 아주 명쾌하고 또한 단순했습니다. 그래서 저로서는 오직 급공감 격공감을 할 일만 있었습니다. 검찰 수사니 사기죄 적용이니 저작권법 위반 적용이니 하는 말들은 그 뒤에 나왔는데, 그 때도 지금도 그 이전도 핵심과 해법은 달라진 적이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좀더 생각해 보면 문제는 더욱 단순해집니다. 조영남이 독식한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배려가 없다 보니 상대방을 푸대접하고 무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조영남 대작 사건은 결국 세상사는 데 필요한 근본 태도(=배려와 존중)를 제대로 못 지킨 본보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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