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사람이야기

초선 국회의원 김두관에게 지금 필요한 것

기록하는 사람 2016. 4. 26. 09:38
반응형

재작년쯤이었을 게다. 진주에서 몇 번 선거에 출마한 적도 있는 한 정치인을 만났다. 대뜸 그가 내게 물었다.


“김두관 (전) 도지사가 김 국장 말을 가장 잘 듣는다고 하던데, 왜 중도사퇴하고 나갈 때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느냐?”


순간 당황스러웠다. 김 전 지사와 동향이고, 내가 학생이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 오래된 사이긴 하다. 하지만 평소 정치적 진로나 거취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는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정치인으로, 내가 기자로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 당연히 ‘불가원 불가근( 不可遠 不可近)’의 관계가 된 것이다. 그러니 도지사직 중도사퇴 때도 전혀 의논한 적 없다.


그래서 잠시 멈칫한 끝에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기자입니다. 기자가 정치인에게 글로 말하지 않고, 입으로 조언이나 훈수를 두는 순간 기자가 아니라 브로커나 똘마니가 됩니다.”


2015년 1월 ㈔민부정책연구원이 주관해 창원대에서 열린 특강에서 강의 중인 김두관 @경남도민일보


그랬다. 당시 나는 그가 중도사퇴를 결정하기 전부터 ‘대의명분이 없다’는 칼럼을 썼다. 내가 말한 ‘대의명분’이란 아래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말이었다. (1)안철수가 끝내 출마하지 않고 (2)문재인도 출마할 수 없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3)김두관이 가장 강력한 대안 후보로 떠오르고 (4)자신이 속한 민주통합당과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출마 요구가 빗발칠 때, 그리고 (5)자신의 사퇴 후 치러질 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넉넉히 당선될 수 있는 후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두관은 다섯 가지 중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퇴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고 결국 탈락했다. 결과적으로 홍준표를 그가 경남에 불러들인 격이 됐고, 자신을 지지했던 경남도민에게도 공적(公敵)이 됐다. 자신도 그 대가로 지난 4년 간 야인 생활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 그가 김포에서 한 차례 보궐선거 낙선을 겪은 후, 이번 20대 총선에서 마침내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의원 출마이력으로 보면 5번 출마에 처음 당선됐으니 그로선 감개무량할 것이다. 재기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할 만 하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시라. 김포시민은 그를 받아들였을지라도 경남도민은 아직 용서하지 않았다. 경남에서 아직 그는 애증(愛憎)의 대상이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고선 더 큰 정치인이 되기 어렵다.


게다가 그는 이제 겨우 초선일 뿐이다. 이장에서 군수로, 장관으로, 도지사로, 그리고 이젠 국회의원으로 다채로운 경력을 가졌지만, 사실 국민에게 제대로 ‘실력’을 평가받을 기회는 적었다. 장관은 너무 짧았고, 도지사는 중간에 관두는 바람에 몇 가지 업적마저 묻혀버렸다.


그를 일컬어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이라고들 한다. 그 덕분에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만용을 부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여줘야 할 것은 ‘실력’이다.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한때 대통령 경선후보였다는 도취감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중진 행세를 하며 세력 키우기나 당내 정치에만 몰두한다면, 그의 앞길은 딱 여기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 그땐 경남도민도 마음속에서 그를 지워버릴 것이다.


아직은 증(憎)보다 애(愛)가 더 많이 남아 있는 경남도민 중 한 명으로서 하는 말이다. 늦었지만 어쨌든 이렇게 글로써나마 축하드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