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박근혜는 거짓말쟁이다 그런데 어쩌라고?

김훤주 2016. 3.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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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는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거짓말쟁이입니다.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 발표한 공약들을 대부분 어겼습니다. 


노동자들 해고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를 보면 이렇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저성과자 해고를 일상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성과가 나고 말고’는 노동자 책임이라기보다는 사용자 책임입니다.


(물론 사용자가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노동자를 채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걸러낼 수 있도록 수습기간을 두고 있는 줄 압니다. 적어도 저희 경남도민일보는 한 번 수습기간만으로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한 차례 수습기간 연장도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노동자는 이렇게 노동을 제공하면 그것으로 자기 몫을 다합니다. 사용자는 그 노동에 대해 적절하게 작용해 성과를 내거나 말거나 합니다. 성과를 못 내면 무능한 사용자가 될 것입니다. ‘저성과자 해고’는 그러니까 해고의 일상화를 뜻합니다. 


1월 13일 청와대 춘추관 대국민 담화 발표와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사진.


지금 법률에서는 잘못했을 때 징계 해고와 사정이 어려울 때 경영상 해고만 가능합니다. 통상 해고 일상 해고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야 고용 안정이 되기 때문인데요, 박근혜 정부는 이런 법률을 바꾸겠다고 합니다. 


뿐만 아닙니다. 5세 이하 자녀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를 보면 이렇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3~5살에 해당되는 아이들 무상 보육을 위한 예산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다른 데에 쓰이고 있는 지방교육재정으로 하라고 광역 교육청에다 떠넘겼습니다. 


교육비 걱정을 절반으로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를 보면 이렇습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시골부터 단계적으로 하게 돼 있는데도 그에 필요한 예산은 전혀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실현하겠다던 반값등록금도 어디로 갔는지마저 모르게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장학금은 나름 확충됐는 줄 알지만, 그것만으로는 반값등록금을 절대 이룰 수 없습니다. 


4대 중증 질환을 건강보험으로 100%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4대 중증 질환은 암을 비롯해 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을 이릅니다. 실제를 보면 이렇습니다. 4대중증질환 환자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건강보험 MRI 등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돌린 효과입니다. 


그러나 특히 크게 부담이 돼 왔던 선택진료비·간병비·상급병실료를 건강보험 적용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빠져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누적)가 2010년 9592억원 2011년 1조5600억원 2012년 4조5757억원 2013년 8조2203억원 2014년 12조8072억원 2015년 16조9800억원인데도 그래서 급한 불은 끌 수 있는 수준인데도 그렇습니다. 



질좋은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물론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질이 낮습니다. 2015년 연간 취업자는 2593만 6000명으로 2014년보다 33만7000명 늘었는데 이는 최근 5년 동안 증가폭이 가장 낮다고 합니다. 


연령대별로 증가-감소를 보면 그 질 낮음이 더욱 뚜렷해집니다. 50대 14만9000명 60대 이상 17만2000명 늘었습니다. 이들 일자리가 질이 좋지 않을 것임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50대 60대가 취업해서 일하러 나가는 자리가 질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더구나 30대와 40대는 취업자가 줄었습니다. 30대는 3만8000명 40대는 1만4000명이 줄었는데요, 이 또한 그나마 나름대로 괜찮았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짐작해도 무방한 현상일 것입니다. 자식들 교육비도 잔뜩 들어가고 아파트 장만하느라 빌린 돈도 갚아야 할 텐데 말씀입니다.


그리고 청년(15~29살)은 6만8000명밖에 늘지 않았는데 이조차 64%가 비정규직이고 그 비정규직의 3분의1은 ‘1년 이하 계약직’이라 합니다. 청년실업률은 2013년 8.0%, 2014년 9.0%에 이어 지난해 9.2%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장시간 근로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를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6년 9.2% 07년 12.3%였다가 이명박 정부 08년 8.3% 09년 6.1% 10년 2.8% 11년 5.1% 12년 6.0% 그리고 박근혜 정부 13년 6.1% 14년 7.2% 15년 7.1%(5580원)였습니다. 


근로시간은 이렇습니다. 12년 2163시간 13년 2079시간 14년 2110시간 15년 2124시간을 일했습니다. 별로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하는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는 공약은 지켜졌을까요? 제가 낱낱이 따지기는 어렵지만 여태 보도 매체 등을 통해 거론된 바를 살피면 이렇습니다. 


△재벌그룹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 축소는 나름 제대로 했다고 합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실효성 제고 △대형유통업체와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근절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대기업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근절 △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등도 실효성 여부를 떠나 정부 정책에 반영돼 있다고 합니다.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 상대 집단소송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 금지 청구 △소액주주 등의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제도 △주주총회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소비자보호기금 설립과 소비자피해구제 명령제도 △금융·보험회사 보유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 단계적으로 강화 등은 입법 과제에 포함은 됐지만 이행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슬그머니 사라진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도 있습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 강화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 엄격 제한 △대기업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기 위한 중소도시 대형마트 신규 입점할 때 지역협의체 합의 △독립성 강화를 전제로 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등이 그것입니다. 


좋게 말해 ‘절반은 성공, 절반은 실패’ 정도가 되겠습니다만, 경제개혁연구소 분기별 경제정책 설문조사를 보면 ‘정부 기업 정책이 대기업 중심’이라는 데 동의하는 의견이 2014년 6월에는 62.6%였지만 이후 계속 늘어나 2016년 1월에는 73.2%로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고 합니다. 대기업 위주로 정부 정책이 펼쳐진다고 느끼는 국민은 오히려 많아졌다는 얘기입니다. 


가계 부채 부담 줄이겠다고 했습니다. 실제를 보면 이렇습니다. 실업이 줄지 않고 소득은 많아지지 않고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교육과 의료에도 여전히 만만찮게 돈이 들다 보니 가계부채는 줄어들 틈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되던 12년 963조8000억원이던 가계부채 총액이 15년 1207조원으로 3년만에 243조2000억원 많아졌습니다. 임기 5년 동안 가계부채 증가액은 김대중 207조원, 노무현 214조원, 이병박 278조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고작 3년만에 그보다 많거나 비슷해졌습니다.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공약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터졌습니다. 메르스 사태도 상당했습니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건물 붕괴했습니다. 경기도 의정부 대봉아파트 화재 사고가 터졌습니다. 


2015년 2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토론회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지역균형발전과 대탕평 인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역균형발전, 말로만 하고 있습니다. 실제는 수도권 규제 완화(집중 심화)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개입·간섭 노골화 등을 추진합니다. 사회간접자본 지역 예산의 경우 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대구·경북으로 가져갔다고 합니다. 


대탕평 인사, 경향신문 2015년 9월 26일치 ‘박근혜 정부 후반기 파워엘리트 218명 분석’ 기사를 보면 이렇습니다. 대구·경북 출신이 22.5%로 1위였는데요, 2013년 조사 때는 서울·호남·충청에 이어 4위(16.3%)였는데 2년 사이에 크게 늘었습니다. 


부산·경남·울산 15.6%까지 합친 영남으로 보면 38.1%로 가장 많았습니다. 물론 2013년 조사에서도 영남이 가장 많았지만 그 비중은 그래도 지금보다 6%포인트 낮은 32.1%였다고 합니다. 반면 전남·광주·전북 등 호남 출신은 13.8%(30명)였는데 2년 전 19%(42명)보다 5.2%포인트 줄었습니다. 


또 국정원·검찰청·경찰청·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 핵심 요직  29명 가운데 영남 출신은 18명 62.1%였습니다. 2013년 조사에서는 지금보다 3분의1이 적은 12명 42.9%였습니다. 


이처럼 결과를 놓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영락없는 거짓말쟁이입니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고요?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처음 했던 약속을 어기고 기억조차 제대로 못해도 유권자들의 지지가 사그라들지 않으니 말씀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1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 조사 결과를 보니까 지지율이 평균 42%였는데 지난주보다 3%포인트 높다고 합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66%, 경기·인천 44%, 부산·울산·경남 41%, 서울 37%, 대전·세종·충남·충북 35% 광주·전남·전북 23%로 돼 있습니다.


반면 부정 평가는 지난주 49%에서 이번에는 45%로 4%포인트 빠졌답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2013년부터 2016년 지금까지 대체로 40% 선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든든한 받침돌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술에 취해 자기 당 대표 김무성에 대해 막말을 해댄 윤상현 의원도 제가 보기에는 멀쩡하게 살아남을 공산이 더 큽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뒤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뒤에는 무슨 짓을 해도 지지하는 40% 이상 유권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의 거짓말은 본인 책임만은 아닙니다. 거짓말을 하든 말든 40% 넘는 지지율로 뒤를 받쳐 주는 유권자한테 책임이 있습니다. 박근혜 지지 유권자를 바꾸지 못하는 야당과 시민사회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유권자가 바뀌지 않으면 대통령은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도 답답해서 하나마나 마찬가지인 뻔한 소리를 한 번 지껄여 봤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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