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부터 이번 주말 내내 외롭고 우울했다. 아들이 군대 가서? 개성공단 폐쇄 때문에? 딱히 그것만은 아니었다.
설을 앞둔 어느 날 40대 중반에 접어든 후배로부터 받은 뜬금없는 메일이 떠올랐다. '일에 치여 정신없이 살다가도 문득문득 외롭습니다. 형님은 외롭지 않으십니까?' 거기서 전염된 것일까. 술을 마셨다. 외로움이 더 심해졌다.
다음엔 책을 읽었다. 이오덕 선생의 일기 <나는 땅이 될 것이다>에 이런 구절이 나왔다. "오늘이 동짓날이다. 이런 밤은 누군가 조용히 전화로 얘기라도 했으면 싶은데, 아무 데도 걸 데가 없다. 단 한 사람도! 참 오랜만에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대강 꺼 놓으니 이런가도 싶다. 이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일에 쫓겨야 하는가?" 1994년의 기록이다.
그런데 몸이 쇠약해지기 시작한 1999년에는 외로움을 이렇게 기록한다. "내가 정말 행복을 맛보는 것이 이렇게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순간임을 알게 된다. 외로운 것,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구나!"
심지어 신장염으로 병고를 겪던 2000년에는 이런 구절도 나온다. "아, 참 나는 요즘 행복하다. (…) 그래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게 내 병 때문이다. (…) 만약 신장염이 없었더라면 지금도 온갖 세상일에 끌려 다니면서 정작 내 할 일은 손도 못 대고, 손댈 엄두도 못 낼 것 아닌가. (…) 신장염 만세!"
다 읽진 않았지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신작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에서도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존재'라며 이렇게 말한다. "외로움은 그저 견디는 겁니다.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합니다. 고독에 익숙해져야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외로움에 익숙해야 외롭지 않게 되는 겁니다. 외로움의 역설입니다."
이번엔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렸다. "여러분은 어떨 때 외롭나요? 그럴 땐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나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거요, 하면서 외로움을 당연하게 여겨요." "본디 외로운 존재니까 외로움을 즐기십시오." "때론 시를 읽습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외로움을 극복하는지, 하는 마음으로…." "인간은…, 외롭지 않은 순간을 잠시 느끼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항상 외로운 존재." "그냥 견딥니다. 아드님은 잘 하고 있을 거예요. 걱정이 많아도 외롭더군요." "더 외로워야 덜 외롭다." "외로움은 자신의 이상적 관계와 현실 관계의 괴리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미치도록 혼자여야 하고 외로워봐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자신이 누군지 자각합니다."
연휴 기간 본 영화 중 <인턴>에 이런 말이 나왔다. "일과 사랑, 사랑과 일, 그게 인생의 전부다." 결국 외로움이라는 것도 일과 사랑 속에서 극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와 내 직장 사람들이 단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일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내가 덜 외롭기 위해, 좀 더 많이 사랑하기 위해 추가로 두 개의 사회단체에 회원가입을 완료했다. 조금은 뿌듯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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