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양산시장의 목욕탕 추태와 광고 압력

김훤주 2008. 7. 1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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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촛불로 떠들썩한 데 더해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까지 겹쳐 시끄럽습니다. 이런 가운데 목욕탕 이야기를 하려니 좀 뜬금없기는 하지만 현실의 일부임은 분명합니다.

경남 양산시장의 목욕탕 추태

경남 양산의 오근섭 시장이 아침부터 목욕탕에서 추태를 부리는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저번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국기 게양대를 만든다고 난리법석을 떨기도 했습니다.

우리 <경남도민일보> 보도를 따르면 오 시장은 7월 1일 아침 8시 30분 즈음 양산 남부동 한 목욕탕에서 박종국 양산시의회 전 부의장에게 “개××, 죽인다.”고 욕을 했습니다.

박 전 부의장은 오 시장의 정적(政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인데 이들은 2003년부터 제각각 시의원과 단체장으로 일하면서 줄곧 갈등을 빚어 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경남도민일보 사진

보도 내용을 간추려 보면 이날 아침 목욕탕은 난리도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속옷 차림 오 시장은 박 전 부의장이 들어오자 난데없이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박 전 부의장도 “시장이면 함부로 욕을 해도 되느냐.”며 말다툼을 벌였고 나중에는 화가 치밀어 쓰레기통을 집어던지는 바람에 쓰레기가 곳곳에 흩어지기도 했습니다.

사태가 이쯤 되니 또 누군가가 나서 오 시장과 박 전 부의장을 뜯어말렸고 욕탕에서는 10여 명이 바깥으로 나와 보기 드문 이 광경을 구경했습니다.

개인의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단체장이 지역사회에 제왕처럼 군림하면서 상대방 이야기는 거의 듣지 않는 데서 생겨난 사단이라는 측면이 더 클 것입니다.

오 시장은 3억5000만원을 들여 62m 짜리 국기 게양대를 만들 때도 ‘형식적으로 애국심을 강요하는 유치한 발상’이라는 지역 주민과 시의회의 비판을 마찬가지 무시했습니다. (관련 글 : 국기게양대 하나가 3억 5000만 원짜리라고?)

광고 압력까지 행사한 양산시

더욱이 오 시장과 측근은 <경남도민일보> 김중걸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 확인에 들어가자 취재를 피하고 부인했을 뿐 아니라 보도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까지 했습니다.

더 나아가 7월 2일치 신문에 이런 내용이 보도가 되자 양산시는 법령에 따라 지역 일간지에 당연히 주게 돼 있는 광고인 ‘공고’ 계약을 깨려고도 했습니다.

광고 압력인 셈입니다. 양산시 공고 담당자는 2일 오전 공고 계약을 대행하는 한국언론재단 부산사무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시장이 시켰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전화 내용은 짐작대로입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공고를 못 하겠으니 6월 말에 이뤄진 계약을 파기해 달라.”는 주문이었고 언론재단은 그대로 경남도민일보에 전했습니다.

양산시가 광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은 이튿날 <경남도민일보> 지면에 시장의 못난 모습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응과 함께 그대로 실려 나갔습니다.

11일 이 같은 목욕탕 기사를 써낸 김중걸 선배를 만났습니다. <간부의 역할과 자세>를 다룬 회사 수련회 자리에서였습니다.

저는 목욕탕에서 일어난 일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선배는 답했습니다. “지역이 좁은데다 싸운 당사자가 서로 맞서는 사이라 알려주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이어 “웬만한 기자는 다 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단지 쓰지 않을 뿐이다.”고도 했습니다. 여기 ‘이런저런 사정’이란, 유지들 눈치 또는 공고 광고비와 관련된 것들입니다.

언젠가는 지역 주민들이 알아주실 테니까

이번 ‘목욕탕’ 사건 보도를 두고 일어난 것과 같은 보복성 광고 압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양산시가 했지만 창원시도 마산시도 이미 그렇게 한 적이 있습니다.

법령에 따라 당연히 하게 돼 있는 지역 일간지에 대한 공고 계약을 두고 그들 자치단체장들은 비판성 기사를 내보내는 매체를 ‘길들이는 수단’으로 악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목욕탕 사건을 보도하고 그에 대한 양산시의 광고 압력 행사까지 잇따라 보도한 데 대해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주름잡고 있는 유지(=단체장과 토호)들에게, 적어도 길들여지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분명하게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공고 등을 못 받아 사정이 어려워진다 해도 해야 할 일은 하겠다는, 언젠가 지역 주민 여러분께서 알아주실 테니까, 토호와 단체장의 못난 구석을 제대로 짚어 나가겠다는 뜻입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 인터넷 매체 <미디어스>에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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